롯데 자이언츠 이민석(21)은 롯데의 마지막 1차 지명 선수로 부산에서 태어났고 어린 시절부터 롯데를 사랑했던 로컬보이입니다. 2022년 롯데에 입단한 이후 강속구 투수라는 인상을 남기는 데는 성공했지만 제구가 완성되지 않으면서 어려움을 겪었는데, 2025시즌 새로운 투구폼을 들고 나와서 스트라이크의 비중을 높였고 이제 점점 ‘선발투수 이민석’으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민석 선수와의 인터뷰는 지난주 화요일(6월 10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이뤄졌습니다. 제가 가장 궁금했던 점은 키킹 이후 왼다리를 잠시 멈추는 동작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이민석 선수의 이 폼이 일본 투수들과 매우 유사해서 지난 시즌 마치고 정현수 선수와 함께 참가했던 지바 롯데의 마무리 캠프 훈련에서 이 투구폼에 대해 영감을 받은 것이 아닌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지바 롯데 마무리 캠프에서 어떤 훈련을 했는지를 물었습니다.

“함께 훈련을 하면서 일본 투수들은 어떻게 훈련하는지를 보고 싶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비슷하기는 한데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달라지더라고요. 훈련을 일본 투수들이랑 다 똑같이 해보면서 일본 스타일은 어떤지 한 번 알아보려는 의미도 있었고요. 마무리 캠프이다 보니까 러닝도 좀 하고요. 웨이트 트레이닝도 일본 선수들 하는 대로 했는데 저희와 방식이 달랐어요. 서킷 형식으로 전신 한 바퀴 돌고요. 그다음 무게를 치고요. 짧은 시간 동안 한 번에 ‘파파바박!’ 운동하는 느낌이었죠. 현수 형이랑 같이 모르는 것을 물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캠프에 베테랑 선수들은 없었지만 구단 유망주들도 있었고, 30대 이하 주전 불펜 투수들도 마무리 훈련에 참가했거든요. 많이 물어보고 왔습니다.”

키킹 동작의 변화는 마무리 캠프가 아닌 스프링 캠프에서 이뤄졌습니다.
“사실 이건 일본에서 만든 건 아니고요. 이번 스프링캠프 들어가서 이재율 코치님이랑 이야기를 하다가 처음에는 킥을 천천히 하자고 했어요. 왜냐면 제가 이전에는 바로 빠르게 들어서 나갔는데 그러다 보니까 뭔가 저도 모르게 급해져서 제 몸이 나가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면 팔은 안 따라오고 그 자세로 던지면 공이 날리고요. 공 안 날리게 해야지 하고 공에 신경 쓰면 대각선으로 낮게 꽂히고요. 그러다 보니 공이 우타자 몸쪽으로 높았다가 우타자 바깥쪽으로 낮게 갔다가 많이 빠졌었는데요. 그걸 잡아보려고 킥을 천천히 한 다음에 몸을 최대한 안 나가도록 잡아놓으려고 했어요. 그걸 하다 보니까 한 번 잡아놓고 던져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키킹에서 한 번 멈췄다가 던지게 됐어요.”

그렇게 동작에 변화를 주니까 이재율 코치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네가 지바도 가보고 하면서 일본애들 던지는 것도 보지 않았냐. 몸 안 나오고 잡아놓고 있다가 팍! 하고 때리는 거. 너도 일본 투수가 됐다고 생각하고 한 번 던져봐.’
결과적으로 이민석 선수는 일본 마무리 캠프 참가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걸 보면 일본 투수들 던지는 것을 마무리 캠프 가서 본 것도 큰 도움이 된 게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퓨쳐스 김상진 코치님도 이 자세를 보면서는
‘이건 바꾸지 않아도 되겠다.’
라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그때부터는 쭉 이 자세로 던지고 있습니다.
이 자세로 바꾸고 나서부터 변화가 생겼습니다. 저도 제가 던지는 공이 가는 게 보이잖아요. 제가 봐도 스트라이크인 공들이 계속 들어가니까 거기서부터 자신감이 붙고요. 불안감이 사라졌습니다.”

실제로 2025시즌 이민석 선수의 투구 스트라이크 비율은 이전에 비해서 크게 올랐습니다.
입단 첫해 이민석 선수의 스트라이크 비율은 61.2%로 리그 평균 수준이었지만, 입단 2년 차에는 단 한 경기 등판이었을 뿐이지만 48.1%로 이 비율이 크게 떨어졌고 3년 차였던 지난 시즌은 56.3%를 찍었습니다. 키킹 수정 이후 맞이한 올 시즌은 60.2%의 스트라이크 비율로 60%대를 회복했습니다. (리그 평균 63.4%, 스탯티즈) 기록으로 데뷔 시즌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지만 의미가 크게 다릅니다. 데뷔 시즌에는 주로 불펜으로 나선 반면 올해는 전 경기를 선발로 뛰면서 이미 데뷔 시즌의 투구 이닝을 넘어선 상태니까요.

이민석 선수는 올 시즌 1군 데뷔 등판이었던 지난 5월 5일 SSG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올해 1군 첫 경기 때 볼넷, 볼넷 다음에 최정 선배님한테 홈런을 맞았잖아요. 그리고 나서 사실 티는 안 냈지만 마음속으로는 큰일 났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퓨쳐스 있었을 때 올해는 사실 1군에 빨리 못 올라갈 것 같다는 느낌 때문에 2군에서 꾸준히 하고 있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기회가 일찍 찾아왔습니다. 일단 쫄지말고, 잘 준비한 만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3점을 먼저 주고 시작하니까
‘와. 이거 큰일 났다. 작년이랑 달라진 모습 보여주지 못하면 감독님한테 기회를 받기가 어려울텐데.’
그 생각이 ‘팍!’ 오면서 집중을 했습니다.
그 한 경기 던지고 나서 사실 저는 ‘1군에만 있어도 감사합니다.’였어요. 그런데 계속 기회가 오고, 또 저도 나가서 조금씩 나아지고 또 매 등판마다 배우는 게 있었습니다.
사실 아직까지 불안하지요. ‘못 던지면 어쩌지?’하는 마음도 있고요. 그래도 계속 자신감 가지고 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방송국 화면에서 이닝을 마치고 화면 전체를 그래픽으로 덮는 화면을 ‘스팅’이라고 합니다. (어원은 잘 모르겠습니다.) 이민석 선수가 이닝을 무실점으로 마치면 이민석 선수의 사진과 함께 ‘찾았다! 5 선발!’이라는 문구의 스팅이 몇 차례 나갔었는데 여기에 대해서 제 SNS에 항의(?)를 하시는 롯데 팬들이 있었어요.
‘아니! 이민석이 왜 5선발이예요! 3 선발이지!’
‘지금은 감보아랑 실질적인 원투펀치인데요!’
등등의 애교 섞인 항의를 해주셨어요. 여기에 대해서 이민석 선수의 생각은 어떨까요?
“저는 일단 ‘마운드에서 쫄지말고 5이닝은 채우자!’라고 생각합니다. 철원이 형이 항상 해주는 말이 있어요.
‘네가 상대 선발보다 잘 던지면 돼. 상대 선발이 누군지 상관없어. 상대 선발보다 점수 한 점이라도 덜 주고, 0.1이닝이라도 더 막아주고. 그러면 되는 거야.’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몇 선발인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냥 ‘경기에 나가는 것과 선발 기회를 받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하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속 155km의 강속구를 매 경기마다 보여주고 있는 이민석 선수인데요. 그렇다면 시속 160km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요?
“마음속 한편에 조금은 있는데요. 155km는 계속 경기마다 몇 번씩 던졌으니까요. 구속은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하고 그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스트라이크를 몇 개나 던지느냐입니다. 100개를 던지면 적어도 60~70개의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것을 목표로 하면서 최대한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시속 160km의 욕심은 ‘있지만 없는 걸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스트라이크 비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민석 선수 본인에게 변화의 이유에 대해서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작년에는 잘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고요. 올해는 마음을 좀 편하게 먹고, 안 되면 ‘어쩔 수 있냐. 이게 내 실력인데. 후회만 없게 하자.’
강남이 형이 팔 풀고 올라가기 전에 항상 이야기해주는 게 ‘오늘도 후회 없이 하자. 후회를 남기지 말자.’거든요. 이런 생각의 변화가 많은 스트라이크라는 결과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점점 선발의 한자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있는 이민석 선수가 투수로서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은 뭘까요? 이민석의 꿈을 들어봤습니다.
“꿈을 꾸자면요. 윤석민 선배님의 기록에 도전할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습니다. 유튜브를 보다가 윤석민 선배님 집에 트로피를 봤는데 투수 4관왕을 하셨더라고요. 트리플 크라운에 승률왕까지요. 그때 ‘와! 멋있다. 나도 4관왕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투수 4관왕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본인이 보완해야 할 점은 뭐라고 생각할까요?
“아직 마운드 위에서 서툰 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 맞아야 할 타이밍에 안타를 맞고요. 변화구의 다양성도 보완해야 하고요. 제가 최근 경기를 주로 직구와 슬라이더 투 피치로 가고 있거든요. 코치님께서도 항상 하시는 이야기가 ‘직구, 슬라이더 일단 이 두 개가 되니까 3,4구종을 한 번에 추가할 생각을 하지 말고, 3구종이 먼저 완성이 되면 그다음에 4구종을 던져보자.’
그래서 커브를 서드 피치로 생각하고 있고 지금 열심히 훈련하고 있습니다. 시즌 끝날 때 즈음에는 한 경기에서 커브 구사 비율을 20% 정도로 던질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결과도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요.”

이걸 듣다 보니 궁금해지는 게 있었습니다. 이민석 선수는 분명 시즌 초반에 체인지업을 투구했습니다. 시속 140km 초반의 체인지업으로 국내 투수들 가운데서는 가장 빠른 구속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 공을 어느 시점부터 던지지 않게 됐을까요?
“제 생각에 제 체인지업은 그냥 느린 직구예요. 떨어지는 느낌도 없고요. 제 직구보다 10km 느린 직구라고 생각하면 되니까. 타자가 직구를 노리다가 배트에 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의외로 던져보니까 체인지업이 통하기는 하더라고요. 낙차가 없으니까 좀 일부러 낮게 보고 던지기는 했습니다. 근데 만약에 조금만 높게 쭉 밀려서 들어가면 바로 공이 담장 밖으로 바로 사라질 것 같아서 안 던지는 중입니다. 지금 저에게는 커브가 우선입니다.”
아. 그렇군요! 거기에 또 포수에 따른 차이도 있었다고 하네요.
“시즌 초반 등판 경기는 보근이 형이 마스크를 썼고, 최근에는 강남이 형이 포수였어요. 보근이 형은 제가 던지는 구종 중에 ‘체인지업이 있다’는 걸 타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고요. 강남이 형은 제 공 중에서 구위가 좋은 공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민석 투수의 느낌이 그대로였습니다.
인터뷰 이후 지난 일요일 랜더스필드 등판에서는 정보근 포수와 호흡을 맞추면서 서드피치로 체인지업을 썼습니다. 직구, 슬라이더, 체인지업의 비율로 보면 3:2:1 수준으로요. 결과도 5.1이닝 1실점으로 좋았죠. 아마도 앞으로도 호흡을 맞추는 포수와 상대팀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줄 것으로 보입니다.
자!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과거 롯데에는 시속 155km 구속을 자랑했던 선발투수가 있었습니다. 바로 그는 1992년 롯데의 마지막 우승 당시 코리안시리즈 MVP에 올랐던 비운의 투수, 슈퍼베이비 고 박동희 선수였죠. 저는 이민석 선수가 선발로 등장했을 때 많은 분들이 박동희 선수와 연결점을 찾아주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민석 선수에게 짧게 고 박동희 선수에 대해 이야기해 주고 MVP의 대를 잊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습니다.
사실 저는 그분의 이름만 들어봤고 어떤 분인지 알지 못합니다. 한국시리즈 MVP면 대단한 업적이죠. 그래도 저는 제2의 박동희 보다 제1의 이민석이 되고 싶습니다!
그렇습니다. 제1의 이민석.
만약 이민석 선수가 투수 4관왕의 꿈을 이룬다면 제1의 이민석이 되는 꿈도 당연히 이뤄지지 않을까요?
롯데 자이언츠의 오래된 숙원인 '우승'과 함께 말이죠.
<SBS스포츠 정우영 캐스터>
이민석 선수의 인터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