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미래수익 분석]메리츠화재, 손보업계 '메기'...김용범표 '아메바 경영' 지렛대
보험사의 미래 수익 창출 여부를 알려주는 지표, 보험계약마진(CSM)을 생명‧손해보험사별로 분석합니다.
메리츠화재가 손해보험 업계에 '메기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업계 절대강자인 삼성화재를 제치고 당기순이익 1위에 올라선 것이 결정적이다.
메리츠화재가 수년째 굳어진 업계 순위를 단숨에 무너뜨린 요인으로는 김용범 부회장표 '아메바 경영'이 손꼽힌다.
메리츠화재의 약진으로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이른바 빅4는 물론 중소형 손보사까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체력을 키우는 데 더욱 집중했다. 이 결과 지난해 손보사 전체의 합산 순익이 전년 대비 51% 증가할 수 있었다. 메리츠화재의 메기효과가 손보사의 실적개선을 촉진한 셈이다.
※메기효과=막강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경쟁자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지칭한다. 노르웨이의 어느 어부가 정어리 수족관에 정어리의 천적인 메기를 집어넣은 데서 유래했다.
11일 <블로터>가 메리츠화재의 지난 5개 분기 실적보고서를 종합한 결과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5670억원으로 전년 대비 25%증가했다. 보험수수료수익은 7% 늘었지만 투자수익이 거의 2배 증가한 영향이다.
이 중 3, 4분기 당기순이익은 각각 4801억원, 2709억원으로 삼성화재의 4295억원, 1755억원보다 높았다. 그러나 1, 2분기까지 합산했을 경우 삼성화재가 메리츠화재보다 더 많은 당기순이익을 거둬들였다.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도 전년동기 대비 24% 늘며 잠깐 반짝한 것이 아님을 증명했다. 이처럼 탄탄한 수익을 낸 데는 수년간 메리츠화재를 이끌어온 김용범 부회장의 '아메바 경영'이 큰 역할을 했다. 김 부회장은 아메바 경영을 배우기 위해 여러 차례 일본에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메바 경영=조직 구성원 개개인이 적극적인 목표의식 하에 일하고 평가를 통해 걸맞은 보상을 받도록 한다는 경영철학으로 이나모리 가즈오 전 교세라그룹 명예회장이 주창했다.
김 부회장은 아메바 경영의 핵심으로 ‘질 좋은 매출을 많이 내자'를 들었다. 보험 업계의 새 회계기준인 IFRS17에서는 수입보험료 규모뿐 아니라 장기 수익성까지 반영된 가치평가액이 매출로 인정되는 점을 감안해서다. 이를 위해 상대적으로 손해율이 높은 자동차보험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수익성이 큰 장기 인보험의 비중을 90% 가까이(경과보험료 기준) 유지해왔다.
메리츠화재는 보험상품의 특약과 가격, 시책, 담보 종류에 민감한 보험대리점(GA)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무리한 판매 경쟁을 지양했다.
이는 김 부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회장은 메리츠금융지주 콘퍼런스콜에서도 누누이 출혈 경쟁을 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다고 못 박은 바 있다.
김 부회장은 "이로 인해 보험계약마진(CSM)이 소폭 하락할 수 있지만 개의치 않고 가치 중심의 경영기조를 밀어붙이겠다”며 “빠르고 정확한 판단으로 시장 상황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출시해 수익성을 확보하고, 고객 경험에서의 차별화와 보험 영업력 강화 등 근본적인 차이를 벌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메리츠화재는 높은 당기순이익 대비 신계약 CSM이 낮은 편이다. 올해 1분기 메리츠화재의 신계약 CSM은 3723억원으로 오히려 전년동기대비 10.6% 감소했다. 그럼에도 같은 기간 기말 CSM은 11.4% 늘어난 10조7427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2016년 이후 보장성보험 위주의 판매전략을 추진해왔고 이것이 어느 정도 정착돼 숨 고르기를 하는 중"이라며 "이 시기와 맞물려 다른 보험사들이 장기 인보험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점 등 복합적인 요소가 겹친 데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화재의 신계약 CSM이 상대적으로 낮았음에도 기말 CSM은 우상향할 수 있었던 것은 보험 수익 인식으로 전환되는 CSM 상각액이 신계약 CSM보다 적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까지 메리츠화재의 누적 CSM 상각액은 1조698억원으로 1조6010억원을 기록한 신계약 CSM보다 약 6000억원 적다.
메리츠화재는 예실차가 타 보험사에 비해 너무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이 과도하게 높게 나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올해는 예실차 감소로 이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를 샀다.
※예실차=계약자에게 지급할 보험사의 예정 보험금과 실제 지급한 보험금의 차이. IFRS17에서는 예실차를 당기순이익에 반영한다. 이에 비율이 커지면 당기순이익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어 금융당국은 이 비율을 5% 이내로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중현 대표는 콘퍼런스콜 질의응답 시간에 "기타 조건이 정상적이라면 CSM 잔액, 예실차, 손실부담계약 간에는 상호 연관성이 있다"며 "가정이 보수적에서 낙관적으로 바뀌면 예실차는 줄어들어 이익이 감소하는 반면, CSM 잔액과 상각금액은 늘어나고 손실 계약은 줄어들어 다른 요소에서의 이익은 늘어나기 때문에 예실차 축소로 인한 이익 변동은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