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을 어떻게 고문했길래... 맥라렌 W1 파워유닛에 담긴 기술 속으로

맥라렌 W1은 지금까지 맥라렌이 만들어낸 가장 강력하고 빠른 차로 꼽힌다. 하지만 단순히 서킷 위에서 달리는 차로만 개발한 것은 아니다. 일반 공도를 편안하고 즐겁게 이동할 수 있는 성격까지 겸한다. 언제 어디서나 하이퍼카의 성능을 즐길 수 있도록 이례적인 수준의 범용성을 갖는 것이다.

단순히 성능만을 생각한다면 모든 내구성과 안락함을 포기하고 레이스카처럼 만들면 된다. 반대로 승용차의 시선으로 접근한다면 강력한 성능과 서킷 랩타임은 타협해야 한다. 하지만 W1은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를 만족시킨 세상에 몇 없는 하이퍼카다. 외계인이라도 고문한 것일까? W1을 개발한 맥라렌 선임 엔지니어들이 들려준 생생한 이야기를 담았다.

알렉스 깁슨(Alex Gibson) W1 & 플랫폼 디렉터에 따르면 W1의 개발 컨셉은 하이브리드 기술을 통해 매우 강력한 출력과 토크를 발휘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레이스를 통해 얻은 노하우를 적용시켜 더 가볍게 만들면서 운전자와 자동차가 서로 호흡하면서 달릴 수 있는 감성까지 담아내려 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1275마력과 136.7kgf.m의 토크를 오직 후륜구동 방식으로만 만들겠다는 접근법이다. 그런데 장거리 여행은 물론 서킷에서 누구보다 빠른 기록을 작성하는 것도 목표로 설정했다. 그야말로 도전 그 자체인 것이다. W1이 성공적으로 개발되면 향후 맥라렌이 내놓을 슈퍼카에도 동일한 노하우를 적용할 예정이기 때문에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로 했다.

먼저 엔진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다. 기존의 엔진도 충분히 강력했지만 이를 뛰어넘을 엔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강력한 출력을 만들어내면서 극단적인 경량화를 추구했고, 최신 배출가스 규제까지 통과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MHP-8 엔진은 2020년 중반부터 개발 착수가 시작됐다. 엔진 개발에만 4년 이상의 시간을 쏟아부은 것이다. 3988cc 배기량을 갖는 MHP-8 엔진은 보어x스트로크 92x75mm 크기를 갖는다. 750S부터 세나까지 다양하게 쓰인 M840T 엔진 배기량이 3994cc고 보어x스트로크가 93x73.5mm라는 점을 감안하면 배기량이 소폭 줄어들고 보어대신 스토로크 비율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M840T 엔진의 가용 회전수가 8500rpm이었다면 MHP-8 엔진은 최대 9200rpm까지 돌릴 수 있다. 엔진 자체만으로 만들어내는 출력과 토크는 각각 928마력과 91.8kgf.m를 만들어낸다. 리터당 233마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개발된 맥라렌 엔진 중 가장 강력하다.

단순히 숫자로 기록되는 최고출력만 강력한 것이 아니다. 저회전 가용 토크도 개선해 일상 주행 때도 충분한 힘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M840T 엔진과 비교하면 2500rpm 전후 구간에서 발휘되는 토크가 30% 더 높을 정도다. 통상 저회전 토크 부분이 아쉽다는 평가를 받는 플랫-플레인 크랭크 샤프트 방식의 엔진으로는 큰 성과에 해당한다.

높은 성능을 발휘한다는 것은 반대로 엔진의 효율이 좋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특히 완전연소에 가까울수록 배출되는 가스도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 신경 쓴 부분이 바로 흡배기 포트와 실린더 내 연소실 구성이다. 3D 프린트로 제작한 워터 재킷을 통해 실린더 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했고, 이것으로 노킹 제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 350바의 압력으로 연료 분사가 가능한 직분사 시스템과 포트 분사 시스템까지 갖춰 다양한 주행 상황에 대응하도록 했다. 직분사 시스템은 한 번의 엔진 행정 때 3번에 나눠서 연료를 분사시켜 연료와 공기가 이상적으로 섞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실린더 내부에 플라즈마 스프레이 코팅을 더해 마찰손실과 내마모성도 높였다.

엔진과 관련된 모든 부품은 강화 사양을 기본으로 한다. 중공 인테이크 밸브와 중공 캠샤프트를 사용해 관성 저항을 줄였고 한층 강화된 크랭크 샤프트를 썼다. 중공 인테이크 밸브를 사용한 것은 맥라렌 엔진 중 최초다. 참고로 인코넬과 같은 특수 소재는 쓰지 않았다. 맥라렌이 원하는 내구성능과 정비 요소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단순히 성능뿐 아니라 배기사운드도 신경 썼다. 하이퍼카다운 운전의 즐거움을 청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함이다. 배기 매니폴드 튜닝을 통해 6000rpm부터 9200rpm까지 자극적인 배기사운드가 만들어지도록 만들었다. 배기음은 강조하지만, 불필요한 기계적 소음을 줄였다. 특히 직분사 시스템 소음 감소를 위해 음향 카메라까지 이용해 원인을 분석하기도 했다.

전기모터가 더해진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엔진에는 스타터 모터나 발전기가 부착되지 않는다. 무게는 20kg에 불과하지만 여기서 만들어지는 출력과 토크는 각각 347마력과 44.9kgf.m에 이를 정도다. Kg당 23마력을 만들어내는 것인데, 이는 F1이 사용하는 전기모터와 비견되는 무게당 출력 비율이다. 모터의 가용 최대 회전수는 2만 4천rpm이다. 전기모터와 모터 컨트롤 유닛(MCU)가 통합돼 매우 작은 부피를 갖는 것이 가능해졌다.

모터를 작동시키는 배터리는 1.384kWh 용량을 갖는다. 배터리가 완충된 상태에서 전기모터만으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2km까지다. 배터리는 대부분 주행 환경에서 에너지 회생을 통해 충전되지만 전용 케이블을 통해 직접 충전시킬 수도 있다. 80%까지 충전시키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22분이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무게는 20kg에 불과하다. P1의 40kg 대비 절반 수준으로 경량화가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출력은 2배 강력해졌다.

W1에 탑재되는 배터리는 전기모터만으로 주행하기 위해 마련된 것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가장 빠른 차가 될 수 있도록 에너지를 저장하는 용도로 개발됐다. 때문에 EV 모드 주행거리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300km까지 가속할 때 배터리 사용량은 약 절반 수준. 서킷에서는 가감속이 반복되는 만큼 에너지 회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서킷에서 장기간 달리는 것이 가능하다. 최대한 작고 가볍게 만들면서 가장 높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배터리를 선택한 것이다.

8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도 새로 만들었다. 기존 변속기보다 훨씬 높은 토크 용량을 받아내기 위해 개발됐다. 후진기어는 전기모터가 담당한다. 전자세어식 디퍼렌셜의 성능도 1275마력과 136.7kgf.m의 토크를 받아낼 수 있도록 설계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맞춰 주행모드도 세분화가 이뤄졌다. 전기모터만으로 주행하는 E-모드, 928마력의 엔진 출력을 이용하고 전기모터는 엔진 반응성을 높이는 데만 이용하는 컴포트 모드, 엔진과 모터를 통해 1275마력을 모두 쓰는 스포츠 모드가 준비된다.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는 레이스 모드는 2단계로 구분된다. 'GP'와 '스프린트'로 구분되는데, GP는 트랙을 지속적으로 주행할 수 있는 내구성 위주로 설정된다. 스프린트로 바꾸면 오직 한 바퀴 최고의 랩타임 기록을 위해 모든 성능을 쏟아내는 성격으로 바뀐다.

주행모드와 별개로 스티어링휠에 자리한 부스트(Boost) 버튼을 누르면 전기모터를 최대한 이용해 가장 빠른 가속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전동화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시점에서 새로운 엔진을 개발하는 업체는 극소수다. 고성능차도 배기량을 줄이고 기통수를 줄이는 것도 당연시되고 있다. 하지만 맥라렌은 여전히 8기통 엔진을 고수했고 어느 때보다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도록 했다. 랩타임은 세나보다 3초나 빠를 정도다. 동시에 일상 주행까지 가능한 유연함도 겸비했다. W1은 지금도 가장 강력한 하이퍼카로 꼽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를 인정받는 요소를 모두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