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 12월 초 폭탄 발언을 던졌다. “테슬라 완전자율주행(FSD) 최신 버전을 사용하면 운전 중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한 마디가 전 세계 자동차 업계와 안전 전문가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운전 중 문자 메시지는 미국을 포함한 거의 모든 국가에서 명백히 불법인데, 테슬라 수장이 이를 공개적으로 허용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머스크는 FSD v14.2.1 업데이트와 관련해 “주변 교통 상황에 따라 문자 입력도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를 FSD의 ‘킬러 앱’이라고까지 표현하며, 테슬라 자율주행 기술의 진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규제당국의 반응은 싸늘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과 각 주 교통당국은 즉각 우려를 표명했고, 안전 전문가들은 “운전자의 안전 책임을 완전히 무시한 위험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문제의 핵심은 테슬라 FSD가 여전히 ‘레벨2 자율주행’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레벨2는 운전자가 항상 핸들을 잡고 도로를 주시해야 하는 ‘감독형 자율주행’으로, 차량 제조사가 사고 책임을 지지 않는다. 반면 메르세데스-벤츠의 드라이브 파일럿은 레벨3로, 특정 조건에서 제조사가 법적 책임을 진다. 테슬라는 사고 발생 시 모든 책임이 운전자에게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운전 중 문자를 허용한다는 모순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안전 전문가들은 즉각 반발했다. 미국 교통안전재단의 한 전문가는 “FSD가 작동하더라도 운전자가 문자를 보내면 차량 제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자율주행 시스템이 아무리 발전해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선 운전자의 즉각적인 개입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테슬라는 NHTSA에 FSD 관련 사고가 최근까지 총 8건 발생했다고 보고했으며, 대부분 경미한 추돌이었지만 운전자 개입이 늦었던 사례가 다수 포함됐다.
머스크의 발언은 법적 후폭풍으로 이어졌다. 캘리포니아 차량관리국(DMV)은 12월 17일 테슬라가 소비자를 오도하는 용어를 사용해 법을 위반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DMV는 테슬라가 ‘완전자율주행(Full Self-Driving)’과 ‘오토파일럿(Autopilot)’ 같은 명칭으로 소비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시정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테슬라는 캘리포니아에서 최대 30일간 제조 및 판매 면허를 잃을 수 있다. 캘리포니아는 테슬라의 핵심 시장이자 본사가 있던 곳으로, 이번 조치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규제당국의 압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운전 중 핸드폰 사용이 엄격히 금지돼 있으며, 위반 시 벌금과 면허 정지 처분이 내려진다. 법률 전문가들은 “머스크의 발언이 운전자들에게 잘못된 법적 이해를 심어줄 수 있다”며 “실제로 FSD 작동 중 문자를 보내다 사고가 나면 운전자는 과실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경찰이 FSD 작동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운전자가 문자를 보내는 것이 목격되면 즉시 적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테슬라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엔지니어들은 FSD 시스템이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FSD v14.2.1은 이전 버전보다 개선됐지만, 갑작스러운 보행자 출현이나 예상치 못한 장애물에 대한 대응 속도는 인간 운전자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악천후나 야간 주행 시 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 운전자의 지속적인 주의가 필수적이다.

머스크의 이번 발언은 테슬라의 장기적인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그는 지난 11월 주주총회에서 “한두 달 안에 FSD를 이용한 문자 주고받기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이는 테슬라가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나아가겠다는 신호로 해석됐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레벨2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기능만 확장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규제당국과의 갈등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경쟁사들의 반응도 주목할 만하다. 웨이모와 크루즈 같은 자율주행 전문 기업들은 훨씬 보수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다. 웨이모의 로보택시는 레벨4 자율주행으로, 특정 지역에서 운전자 없이 운행되지만 철저한 테스트와 규제 승인을 거쳤다. 2025년 데이터에 따르면 웨이모의 충돌률은 백만 마일당 1.16건으로, 테슬라 FSD의 0.15건보다 높지만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미국 평균 충돌률 3.90건과 비교하면 두 시스템 모두 안전성은 높지만, 법적 책임 소재와 운전자 역할에 대한 접근은 완전히 다르다.
유럽 시장에서는 더욱 엄격한 규제가 적용된다. 테슬라는 2022년부터 유럽에서 FSD 출시를 예고했지만, 규제 승인을 받지 못해 계속 지연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자율주행 시스템에 대해 미국보다 엄격한 안전 기준을 적용하며, 특히 운전자의 주의 분산을 유발할 수 있는 기능에 대해서는 강력히 규제한다. 머스크의 ‘문자 허용’ 발언은 유럽 규제당국의 우려를 더욱 키웠고, FSD의 유럽 출시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양분됐다. 일부 테슬라 오너들은 머스크의 발언을 FSD 기술 진화의 증거로 환영하며, “드디어 완전한 자율주행 시대가 열린다”고 기대했다. 반면 안전을 우선시하는 운전자들은 “무책임한 마케팅”이라며 비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CEO가 불법 행위를 권장하는 건 처음 본다”는 반응부터 “기술이 충분히 발전했으니 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한편 테슬라는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운전자 없는 로보택시 시험 주행을 진행 중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이 발표로 12월 16일 테슬라 주가는 2025년 들어 최고치로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테슬라의 완전 자율주행 기술 실현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규제당국과의 갈등이 상용화 일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로보택시 사업은 테슬라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지만, 최근 보고된 사고율이 일반 운전자의 10배에 달한다는 지적도 나와 안전성 논란을 키우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법적 책임 구조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테슬라는 FSD 사용 약관에서 “운전자는 항상 차량을 제어하고 즉시 개입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머스크의 ‘문자 허용’ 발언은 이러한 약관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만약 FSD 작동 중 문자를 보내다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자 측은 테슬라의 모순된 메시지를 근거로 제조사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테슬라에 엄청난 법적 리스크를 안길 수 있다.
자동차 안전 단체들은 테슬라의 마케팅 전략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미국 자동차안전센터는 “테슬라가 FSD와 오토파일럿이라는 이름으로 소비자들에게 차량이 스스로 운전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왔다”며 “이번 발언은 그 정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과거 테슬라 오토파일럿 작동 중 발생한 여러 사고에서, 운전자들이 시스템을 과신해 주의를 소홀히 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기술적 관점에서도 머스크의 발언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자율주행 전문가들은 “아무리 AI가 발전해도 모든 상황을 예측할 수는 없다”며 “특히 도심 환경에서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무수히 많아 운전자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한다. FSD v14.2.1이 이전 버전보다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지만, 복잡한 교차로나 공사 구간, 비상 차량 대응 등에서는 여전히 한계를 보인다는 사용자 리뷰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테슬라의 한국 시장 진출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테슬라코리아는 최근 FSD 감독형의 한국 출시를 공식화했지만, 한국 도로교통법 역시 운전 중 핸드폰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머스크의 발언이 한국 규제당국의 심사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자율주행 시스템 승인 시 제조사의 안전 철학과 법규 준수 의지를 중요하게 평가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결국 이번 논란은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 속도와 법적·사회적 인식의 괴리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지만, 안전 기준과 법적 책임 체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머스크는 기술 낙관론을 바탕으로 규제 완화를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하지만, 이는 소비자 안전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일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테슬라가 진정한 자율주행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기술 발전만큼이나 신뢰 구축과 법적 책임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립이 필요해 보인다.
앞으로 이 논란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캘리포니아 DMV의 시정명령에 테슬라가 어떻게 대응할지, 다른 주에서도 유사한 조치가 나올지, 그리고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머스크의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향후 테슬라의 운명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율주행 기술의 미래는 단순히 기술적 완성도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와 법적 안정성 위에서 구축되어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