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부채 35배 증가…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꿔야”

오대석 기자(ods1@mk.co.kr) 2024. 9. 1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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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이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김호영 기자>
“고려아연의 부채 규모는 최윤범 회장이 대표이사로 처음 취임한 2019년 41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4110억원으로 35배 증가했습니다. 잘못된 투자를 하면서도, 이사회가 작동하지 않는 기업 거버넌스(의사결정구조)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꿔야 합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고려아연이 최 회장 취임 뒤 비정상적 기업 의사결정구조로 무분별한 투자를 단행해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우려할 수준까지 내몰렸다고 비판했다.

김 부회장은 “순현금 2조5000억원과 이후 유상증자•자사주 처분으로 조달한 1조3000억원도 거의 남아있지 않다”며 “현금을 물 쓰듯 하고 있는데, 이는 일반 기업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예정된 투자 규모 등을 고려하면 올해 말에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순부채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요인으로 불투명한 투자에 따른 손실을 지목했다. 최 회장 취임 뒤 본업과 무관한 투자가 지속되며 손실이 지속되는데, 여기에 제동을 걸어야 하는 이사회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완전자본잠식 기업을 매출 200배에 해당되는 금액으로 투자한 이그니오,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혐의로 대표가 기소된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 사례를 꼽았다.

김 부회장은 “2019년 최 회장 취임 이후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설립됐고, 주가조작에 활용된 원아시아의 하바나1호펀드는 고려아연이 99.8% 출자했다”며 책임을 추궁했다. 이어 “원아시아가 SM 주식 매입을 위해 요청한 지 하루 만에 고려아연이 1017억원을 출자했는데, 기업이 한 펀드에 사실상 단독 출자하고 하루 만에 출자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이외에도 원아시아에 총 5600억원을 투자하면서 이사회 승인을 단 한 번도 받지 않았는데, 최 회장 전결로 처리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 공개매수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아닌 최대주주의 정당한 권리 행사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영풍은 그동안 최대주주인데도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고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다”며 “최대주주인 상황에서 이 회사의 지분율을 높이기 위한 공개매수라 통상적인 바이아웃 딜”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중국계 자본’이라는 의혹도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부회장은 “MBK는 2005년 설립된 한국 토종 사모펀드”라며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활용되는) 바이아웃6호 펀드에서 중국계 자본 비중은 5% 안팎으로, 주요 사모투자펀드(PEF)와 출자자(LP) 구성이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개매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선 장기 투자를 한 기관투자자의 비중이 높아 적지 않다고 전망했다. MBK파트너스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4일 기준 공개매수 대상이 되는 기타주주(48.8%)들 중 기관투자자 비중이 97.7%에 달한다. 기타주주는 최대주주 및 장씨 일가 지분(33.1%)과 최씨 일가 지분(15.5%), 자사주(2.4%)를 제외한 수치다.

김 부회장은 “기관투자자들의 고려아연 지분은 평균 취득단가가 45만원 아래라, 현재 공개매수가격(66만원)이 충분히 매력적”이라며 ”(최소 목표물량) 7% 정도면 해볼 만하다. 기관투자자 입장에선 보유 지분 일부만 팔아도 나쁘지 않다“고 자신했다.

최 회장 측이 가격과 물량을 높여 대항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낮다고 전망했다.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사례로 관련자들이 재판을 받고 있는데, 사업과 무관한 제3자가 한쪽을 돕기 위해 공개매수에 관여하는 것이 사법적인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개매수에 성공해도 손실 규모가 크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MBK를 이기려면 주당 가격과 물량을 더욱 높일 수밖에 없다”며 “10년 동안 주가가 제자리였고, 재무건전성과 수익률 낮아진 회사인데 통상적으로 공개매수 뒤 주가가 원상복귀 할 가능성이 높아 수천억원대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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