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대신 수소 투입해 철 제조… 꿈의 기술 ‘하이렉스’로 넷제로 순항[복합위기, 초격차 혁신으로 뚫어라!]
기존 용광로 제철엔 석탄 사용
하이렉스는 수소를 환원제로 써
유동환원로·전기용융로 활용
탄소저감 시험 속 상용화 가속
기존 탄소배출량 年 7882만t
2035년 5500만t… 2050년‘0’
포항=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
지난달 29일 경북 포항시 포스코 기술연구소. 이곳에는 포스코가 개발 중인 ‘수소환원제철’(하이렉스) 공정 파일럿(시험생산) 설비가 설치돼 있었다. 포스코 연구원들은 가루 상태의 갈색 철광석을 원기둥 모양의 기기(유동환원로)에 넣어 만들어진 까만 공 모양의 철광석 ‘직접환원철’(DRI)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DRI는 가루 상태의 갈색 철광석을 유동환원로에 넣은 다음 약 800도 고온의 수소를 주입한 뒤 수소가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환원반응)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가루 형태의 철이다. 유동환원로와 연결된 설비를 통해 실시간 환원 반응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DRI는 유동환원로 옆에 설치된 전기용융로(ESF)에 넣어 녹여 생산된 용선(쇳물)은 철강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주원료로 사용된다.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이 설비를 이용해 철광석과 수소의 환원반응을 연구하고, 고유의 수소환원제철 공정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고창석 포스코 수소환원연구그룹 수석연구원은 “실제 제철 과정에 하이렉스를 상용화하기 전까지 환원반응 시 필요한 최적의 수소 소비량을 파악하고, 석탄 대신 수소를 활용할 때 얼마나 탄소 배출을 줄이고 안정적으로 철을 생산할 수 있는지 매일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오는 2030년까지 하이렉스 상용 기술 개발을 완료한 후 2050년까지 포항, 광양 두 제철소의 기존 고로(용광로) 설비를 단계적으로 하이렉스로 전환할 계획이다. 하이렉스는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기존의 용광로 제철 공정에서는 철광석과 석탄이 만나 연소할 때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로 철광석 내 산소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반면 하이렉스는 용광로 대신 4개의 유동환원로와 ESF 두 설비를 이용해 수소와 전기를 투입해 철을 제조하기 때문에 탄소 배출을 혁신적으로 줄이는 차세대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포스코가 지난 2007년부터 유동환원로와 용융로를 통해 쇳물을 생산하는 파이넥스 공법은 환원제로 수소 25%와 일산화탄소 75%를 사용하고 있지만, 하이렉스는 100%의 수소를 환원제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파이넥스보다 한 발짝 더 앞선 친환경 기술이다.
포스코는 하이렉스를 기반으로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이른바 ‘탄소중립’(넷제로)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7882만t의 탄소를 배출해 왔지만, 2035년까지 기존 배출량 대비 30%, 2040년까지 50%가량 단계적으로 감축한 뒤 이 같은 목표를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포스코는 올해 1월 기술 개발 및 엔지니어링 총괄 조직으로 ‘하이렉스 추진반’을 신설했으며, 지난 4월에는 첫 출선(쇳물을 꺼내는 작업)에 성공해 총 15t의 쇳물을 시범적으로 생산했다.
글로벌 철강 시장에서는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도 철강 생산량을 유지하는 이른바 ‘탈탄소 전환’이 대세가 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오는 2026년부터 EU가 수입하는 물품 중 생산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이 기준치를 초과하면 인증서 구매 방식으로 이른바 탄소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김희 포스코홀딩스 탄소중립팀 탄소중립전략 담당 전무는 “‘산업의 쌀’인 철강은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에 공급되는 핵심 소재로 철강 제조 과정에서의 탄소 감축은 전방위 산업들의 ‘스코프 3’(기업의 원자재 조달부터 제품 제작 과정에 이르는 공급망 내 직·간접적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라는 성과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하이렉스는 향후 전기차, 풍력 등 재생에너지, 수소 인프라 분야에서 고품질 철강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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