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비자금' 더 있었다…검찰·국세청, 묵인 논란

양미영 2024. 10. 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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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비자금 214억 존재…진술서·확인서 받고도 수사 안 해
정청래 의원 "명백한 직무유기…자금색출·국고환수 해야"
최근 이혼소송서 드러난 300억 이어 추가 비자금 '눈덩이'
국회의사당 전경/사진=국회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소송에서 밝힌 노태우 전 대통령의 추가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추가 비자금이 더 있으며 이를 검찰과 국세청이 묵인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체가 불분명했던 노 전 대통령의 추가 비자금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처음 불거진 바 있다.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2008년 검찰과 국세청이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씨가 차명으로 은닉하던 보험금과 장외주식 등에 대한 진술서와 확인서를 받고도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르면 김옥숙 씨는 2000년부터 2001년까지 차명으로 농협중앙회에 210억원의 보험료를 납입했다. 1998년 904억원 메모를 작성한 직후이며, 추징금 884억원을 미납하고 더 이상 돈이 없다고 호소하던 시기였다. 

김옥숙 씨는 2007년 국세청 조사에서 210억원의 차명 보험이 적발되자 기업들이 보관하던 자금을 차명통장을 만들어 김옥숙 씨에게 건네준 122억원, 보좌진과 친인척들 명의의 43억원, 본인 계좌 33억원, 현금 보유액 11억원을 합한 돈이라고 소명했다.

이를 두고 정 의원은 검찰의 봐주기 수사로 불법비자금이 환수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차명계좌에 보관되던 은닉자금을 모아 차명으로 다시 은닉한 것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임에도 국세청이 확인서만 받고 아무런 조치 없이 묵인했다고 비판했다.

2008년에는 검찰에 김옥숙 씨의 장외주식 거래 정황이 포착됐다. 김 씨는 진술서에서 비서관을 통해 장외주식 거래가 이뤄졌으며, 정기예금으로 가지고 있던 4억원의 자금으로 시작한 것으로 얼마 동안 어떻게 증식됐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소명했고 검찰은 이 역시 수사를 개시하지 않고 덮었다.

검찰은 2005년에도 김옥숙 씨의 계좌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5억여원을 발견했지만 '부부별산제'라며 추징하지 않은 바 있다.

정 의원 측은 노소영 씨가 법원에 제출하면서 확인된 김옥숙 씨의 904억원 비자금 메모, 2007년~2008년 적발했지만 덮은 214억+알파(α),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아들 노재헌 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로 기부된 147억원, 2023년 노태우센터로 출연된 5억원 등 노태우 일가의 불법 비자금 은닉과 돈 세탁, 불법증여는 현재진행형이라고 밝혔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3조 및 부칙에서는 이 법이 시행된 2001년 이후 범죄수익을 은닉한 행위가 드러날 경우 법 시행 전 조성된 범죄수익에 대해서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청래 의원은 "노태우 일가가 추징금 납부는 외면한 채 뒤로는 탐욕적으로 자금 세탁 및 은닉 하고 주식 투자 등을 통해 비자금 증식에만 몰두해온 증거"라며 "이들의 변명을 받아들여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것은 검찰의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옥숙 씨의 메모 904억원과 2021년까지 기부금 형태로 아들에게 불법 증여된 152억원, 2007~2008년 확인된 차명 보험 등 214억여원 등 노태우 일가가 은닉하고 있는 불법 비자금의 행방을 모두 수사해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며 "이것이 사회정의 구현을 위한 검찰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한편, 노 관장은 SK그룹의 재산 형성 과정에서 노태우 일가의 비자금이 기여했다는 증거로 '선경 300억원'이 적힌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제시했으며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추가 비자금의 존재가 결정적 역할을 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재산 분할액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노태우 일가의 추가 비자금이 실체를 드러내면서 노 관장에게 자충수가 될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이를 부인할 경우 이혼소송에서 거짓 증거를 제시한 것이 되고, 인정하게 되면 비자금 조성 범죄수익 은닉과 증식을 시인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양미영 (flounder@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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