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K바이오 재편]① 실적 보이는 CDMO·플랫폼주 '투자 확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전경 /사진=국민연금

국민연금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바이오 기업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에스티팜과 한올바이오파마 지분을 나란히 1%포인트 이상 늘렸다. 알지노믹스·올릭스·쓰리빌리언 등 신흥 바이오 기업도 5%대 대량보유 명단에 새로 들어왔다. 최근 시장에서 실적 가시성이 높거나 기술 확장성을 갖춘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부상하면서 국민연금의 투자금도 이들 종목으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에스티팜·한올 지분 확대, 신규 5% 바이오 종목도 '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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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공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1분기 국내 바이오 종목 가운데 에스티팜과 한올바이오파마 지분을 직전 분기 대비 각각 1%포인트(p) 이상 늘렸다. 에스티팜 지분율은 기존 5.02%에서 6.07%로 1.05%p 상승했다. 한올바이오파마 지분율도 8.30%에서 9.32%로 1.02%p 늘렸다.

보유 주식 수도 함께 늘었다. 국민연금은 에스티팜 주식 103만9449주에서 125만9923주로 22만474주 늘렸다. 한올바이오파마는 433만7231주에서 486만8573주로 53만1342주 증가했다.

에스티팜은 국민연금의 바이오 종목 투자 확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국민연금은 2021년 3분기 말 에스티팜 지분 5.03%를 보유하며 처음 대량보유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한동안 공시상 존재감은 크지 않았지만 지난해 4분기 5.02%, 올 1분기에는 6.07%까지 올라섰다.

한올바이오파마 역시 최근들어 고비중 종목으로 올라선 기업이다. 2018년 말 5.86%였던 지분율은 올해 3월12일 기준 9.32%까지 확대됐다. 7년여 만에 10%에 가까운 비중으로 커진 셈이다.

5%대 지분율을 넘긴 신규 바이오 종목도 눈에 띈다. 국민연금은 올해 1분기 △알지노믹스 △올릭스 △쓰리빌리언을 새 대량보유 종목으로 올렸다. 알지노믹스와 올릭스의 국민연금 지분율은 각각 5.04%, 쓰리빌리언은 5.06%로 집계됐다. 보유 주식 수는 알지노믹스 70만2254주, 올릭스 112만2227주, 쓰리빌리언 160만8146주다. 세 종목 합산 보유 주식 수는 343만2627주에 이른다.

실적 가시성 높은 CDMO·플랫폼주에 무게

국민연금이 지분을 늘린 바이오 종목들의 공통점은 안정적인 실적 성장세를 기반으로 중장기 성장 동력을 갖췄다는 점이다. 특히 에스티팜과 한올바이오파마 비중을 나란히 1%p 이상 높인 배경에는 실적 확대와 성장 모멘텀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리고핵산 원료의약품 CDMO를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는 에스티팜은 올 초 글로벌 제약사와 900억원 규모의 대형 공급계약을 따내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기존 고객사가 개발하던 신약이 상업화에 성공하면서 수주 확대가 가시화되는 시점이다. 회사는 해당 계약으로 수주잔고를 올리고핵산 부문 3560억원, 전체 4635억원을 확보했다. 이는 향후 매출로 전환될 가능성이 큰 물량이라는 점에서 실적 가시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실적도 따라붙고 있다.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670억원, 영업이익 11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7%, 1024.6% 증가했다. 고마진 품목 매출 확대와 환율 효과가 맞물리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한올바이오파마도 실적 개선과 파이프라인 상업화 기대감이 함께 부각되는 바이오사다. 회사는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400억원, 영업이익 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성장 기대감은 자가면역질환 파이프라인에서 나온다. 한올바이오파마는 FcRn 억제제 계열 신약 후보물질을 중심으로 글로벌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차세대 FcRn 항체 아이메로프루바트는 미국 파트너사 이뮤노반트가 6개 자가면역질환에서 개발 중이다.

새로 5%대 대량보유 명단에 오른 기업들은 실적 안정성보다 성장 기대감이 더 두드러진다. 알지노믹스는 지난해 영업손실 146억원, 순손실 1038억원을 기록했다. 실적이 안정적인 단계는 아니지만 작년 5월 일라이릴리와 1조9000억원에 달하는 리보핵산(RNA) 편집·교정 치료제 기술이전 계약을 맺으며 플랫폼 가치를 입증한 바 있다. 지난달엔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6)에서 간암 치료제 후보물질 RZ-001의 임상 1/2상 중간 결과를 공개하며 RNA 플랫폼 확장 가능성을 부각했다.

올릭스도 작년 영업손실 304억원을 기록해 아직 적자다. 대신 RNA간섭 치료제 플랫폼을 기반으로 안질환과 탈모, 대사질환 등으로 파이프라인을 넓히고 있다. 쓰리빌리언 역시 올 1분기 17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글로벌 희귀질환 진단 수요를 기반으로 고성장 중인 기업으로 꼽힌다. 최근 300억원 규모 투자 유치까지 마무리하며 미국 보험시장 진입과 신생아·건강인 대상 유전진단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국민연금은 구체적인 투자 배경에 대해 말을 아꼈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개별 투자 판단이나 평가에 대한 별도 입장은 드리기 어렵다"며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구체적으로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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