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신용의 세종속살이] ‘하세월’ 공공기관장 인사 언제쯤

역대 정권은 대선에서 승리하면 우선순위 중 하나로 공공기관장 인사에 집중했다. 거의 예외가 없었다. 선거 공신을 중심으로 인적 풀을 만들고, 퇴임하는 기관장 자리를 하나하나 채워가는 식이었다. 또 임기가 멀쩡하게 남은 기관장이 알아서 물러나도록 압박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 과정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오는 일이 흔했다.
공기업 사장 자리를 ‘낙하산 인사’들로 채우면서 대표적 적폐로 꼽혀왔다. 고액 연봉에도 능력과 자질 부족으로 적자 경영과 각종 비리에 연루되는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권 성공을 위해서라도 최적의 인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았다. 정부와 기관장이 정책 철학을 공유해야 국정 효율을 높이는 만큼 대통령과 공기업 사장의 임기를 맞추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유야무야 되다시피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부산 동구 해양수산부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23/dt/20251223180507511ybzh.jpg)
이재명 정부 들어서는 기관장 인사가 유독 늦어 말들이 많다. 국내 공공기관의 4분의 1 정도가 수장(首長)이 없다. 344개 공공기관 중 현재 공석인 곳이 50곳에 육박한다. 법정 임기가 끝난 상태이거나 연내 종료되는 곳이 43곳에 달한다. 그렇다보니 최근 임명된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인사에 시선이 쏠렸다. 공기업 사장 인사가 본격화되는 신호탄으로 작용할지 주목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실제 기관장 모집 공고를 낸 곳은 10곳 안팎에 그쳐 기관장 공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핵심 실세는 “기관장 인사에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알쏭달쏭한 답을 했다. 내란 청산 같은 정권 차원의 굵직한 현안에 다 걸기 하다 보니 대선 논공행상은 후순위로 밀렸다는 말로 들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능력 중심의 발탁 인사를 하면서 당 출신들을 배제하는 것도 한 요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어느 정권에서나 말 많고 탈 많은 게 공기업 사장 인선이지만 이번에는 기약 없이 늦춰지자 인선 시기와 기준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 주요 부처와 호흡을 맞추고 손발이 돼야할 공공기관들은 당혹스런 처지에 내몰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그 중 하나다. 이달 초 체코 원전 발주사의 총괄 관리자가 포함된 대규모 방한 대표단을 맞이했지만 한수원 사장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전임 황주호 사장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원전 불공정 계약 논란으로 물러난 뒤 3개월째 후임자를 임명하지 않은 탓이다.
![정부세종청사 입구. [디지털타임스 DB]](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23/dt/20251223180510158kcek.jpg)
여기에 대규모 정부조직개편과 맞물리고, 주요 부처 역시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공공기관장 임명은 ‘하세월’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관리하는 기획재정부가 내년 1월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돼 공공기관 정책 추진이 당분간 힘을 얻기 쉽지 않다. 또 지난 11월 대규모 조직개편을 한 행정안전부는 1개월이 되도록 부처 인사를 하지 않고 있다. 23일 12년 만에 최대 조직개편을 단행한 산업통상부도 마찬가지다. 부처 인사가 제 때 이뤄지지 않으면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에 여파가 미친다.
공기업 사장 부재 장기화는 무엇보다 조직 안정을 해친다. 전략적인 판단이나 의사결정이 늦어지면 발전 로드맵을 만들어 성장 드라이브를 거는 데 한계가 있다. 내부 관리에 어려움이 커지는 건 물론이다. 한수원 사례에서 보듯 국제 협력에 차질을 빚고, 대외 신뢰도마저 갉아 먹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규모가 크고, 해외 주요국과의 협력이 필수인 주요 공기업만이라도 인사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세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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