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다 주연배우 통편집되고 조연이 주연되는 역대급 멘붕 드라마

박해진은 왜 중반부터 사라졌나…서강준만 남기고 무너진 '치즈인더트랩'의 진짜 패착

'치즈인더트랩'의 실패를 원작과 다른 결말이나 서브 남자 주인공의 분량 문제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 작품이 후반부에 무너진 근본적인 이유는 주인공 유정의 행동을 해석할 단서를 줄이면서도 그가 불러온 갈등은 그대로 남겨뒀다는 데 있다. 박해진이 연기한 유정은 홍설에게 다정하게 다가가면서 타인을 은밀하게 통제하는 인물이다.

따라서 그의 시선과 선택은 로맨스뿐 아니라 작품의 미스터리를 움직이는 핵심 장치여야 했다. 그러나 중반 이후 유정의 감정선과 서사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작품은 가장 중요한 질문에 답할 기회를 잃었다.

초반부가 강렬했던 것은 대학이라는 공간을 낭만적으로 포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별 과제의 무임승차와 스토킹, 인간관계에서 빚어지는 피로와 압박이 홍설의 일상에 촘촘히 파고들었다. 김고은은 상대의 미세한 태도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면서도 자신의 판단을 확신하지 못하는 홍설의 불안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평범한 캠퍼스 로맨스처럼 보이는 장면에도 언제 관계가 뒤틀릴지 모른다는 긴장이 배어 있었다. 이 현실성과 불온함의 결합이 초반 '치즈인더트랩'을 다른 청춘물과 갈라놓았다.

특히 유정은 겉으로 드러나는 친절과 내면의 냉혹함 사이에 큰 간극을 지닌 인물이다. 박해진은 표정과 말투를 과장하기보다 친절한 얼굴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을 포착해 이 낙차를 살렸다. 유정이 왜 홍설에게 집착하는지, 타인을 우회적으로 응징하는 행동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보여줘야 배우의 섬세한 연기도 서사적 의미를 얻는다.

하지만 후반부 들어 관련 장면과 설명이 줄어들자 그의 침묵은 입체감이 아니라 공백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주연 배우의 존재감이 옅어진 것은 단순한 출연 시간 감소가 아니라 작품을 해석할 중심축이 사라진 사건이었다.

그 빈자리를 채운 인물이 서강준이 연기한 백인호였다. 거칠고 까칠하지만 상처와 연민을 동시에 지닌 백인호는 배우가 감정을 직접 분출할 수 있는 배역이다.

피아노 연주와 재기 과정, 홍설을 향한 감정이 거듭 부각되면서 백인호는 후반부의 정서적 중심에 가까워졌다.

서강준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인물의 분노와 좌절, 미련을 설득력 있게 밀어붙였다. 이른바 영혼을 갈아 넣은 듯한 열연이라는 반응이 나온 까닭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좋은 연기가 작품 전체의 균형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백인호의 서사가 풍성해질수록 유정과 홍설의 관계를 설명할 시간은 줄어들었다. 이는 단순한 삼각관계의 비중 조절 실패가 아니다. '치즈인더트랩'의 중심 갈등은 홍설이 유정의 양면성을 감지하고도 그를 이해할 수 있는지, 유정이 타인을 조종하는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에 있었다.

그런데 작품은 이 까다로운 관계를 깊이 파고드는 대신 백인호의 성장과 감정에 더 많은 힘을 쏟았다.

결과적으로 서브 남자 주인공은 살아났지만 중심 서사는 멈췄고, 홍설 역시 관계를 스스로 선택하고 해석하는 주체라기보다 두 남성의 감정을 받아내는 역할에 머물렀다.

원작자인 순끼가 결말 방향을 충분히 공유받지 못한 상태에서 독자적인 각색이 진행됐다는 취지로 불편함을 드러낸 일은 논란을 한층 키웠다. 원작을 그대로 옮기지 않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각색은 매체에 맞춰 사건을 덜어내고 인물의 기능을 바꾸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다만 원작의 핵심 관계를 바꿨다면 드라마만의 논리로 그 변화를 완결해야 한다.

'치즈인더트랩'은 유정의 내면과 홍설의 판단 과정을 충분히 쌓지 않은 채 관계의 결론으로 치달았고, 이 때문에 인물들의 선택은 성장의 결과라기보다 제작 과정에서 빠진 장면을 짐작하게 하는 흔적으로 남았다.

마지막에 남은 열린 결말도 여운보다는 미완성에 가깝다. 열린 결말이 성립하려면 인물이 어떤 변화를 거쳤는지 먼저 보여주고, 그다음의 가능성을 시청자에게 맡겨야 한다.

그러나 유정과 홍설의 관계는 핵심 갈등이 제대로 봉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멈춰 선다. 작품이 아직도 회자되는 까닭은 역설적으로 실패의 규모가 초반의 성취만큼이나 컸기 때문이다.

박해진, 김고은, 서강준은 각자의 방식으로 인물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었지만 편집과 서사 배분은 그 연기를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로 묶지 못했다.

'치즈인더트랩'은 배우의 열연만으로는 무너진 중심 서사를 구할 수 없으며, 주연을 지우는 순간 이야기의 정체성도 함께 사라진다는 사실을 보여준 웹툰 원작 드라마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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