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기업 백서] 상담원 한계 지워버린 AI, 패러다임 뒤집은 채널톡(上)
‘테헤란로 바퀴벌레’, 3번 실패 자양분 삼아 비상
기업 생존 결정짓는 ‘AI 비즈니스 운영체제’ 진화

| 서울=한스경제 김종효 기자 | 대한민국을 넘어 일본과 북미 시장 이커머스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채널코퍼레이션과 이들의 AI 에이전트 '알프(ALF)'다.
채널코퍼레이션이 운영하는 올인원 AI 비즈니스 메신저 '채널톡'은 최근 인공지능 상담 해결률 80%를 돌파하며 상담 업무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과거의 챗봇이 정해진 답변만을 반복하며 고객의 분노를 유발했다면 채널톡의 'ALF v2'는 고객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사내 시스템과 연동해 실질적 과업을 수행하는 '진짜 AI 요원'으로 거듭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ALF v2의 보급은 중소·중견기업(SMB)들에게 인건비 절감과 매출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선사했다. 명절 연휴 기간에도 상담원 없이 85%의 문의를 스스로 해결해낸 성과는 업계의 찬사를 자아내기 충분했다. 채널코퍼레이션은 이제 채팅 툴을 넘어 기업 생존을 결정짓는 'AI 비즈니스 운영체제'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눈부신 성과 뒤에는 3번의 처절한 실패를 딛고 일어선 '연쇄 창업가'들의 집요한 고객 중심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3번의 파산 위기 넘긴 '테헤란로 바퀴벌레'들의 탄생
채널코퍼레이션 창업주인 최시원, 김재홍 공동대표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바퀴벌레'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징그러움에 대한 비유가 아니라 어떤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지독한 생명력을 경외하는 표현이다. 2017년 채널톡이 출시되기 전까지 이들은 3번의 사업 모델 실패를 경험했다. 2010년 소셜 미디어 광고 플랫폼 '아드바이미(AdbyMe)'를 시작으로 2012년 암호화폐 기반 SNS '쿠키(Cookie)', 2014년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 분석 서비스 '워크인사이트(Walk Insights)'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도전은 번번이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글로벌 자이언트와의 정면승부, SMB 특화 전략으로 승기 잡다
채널톡이 시장에 진출했을 때 이미 젠데스크나 인터콤 같은 글로벌 SaaS 공룡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채널코퍼레이션은 이들과의 전면전 대신 틈새시장을 정조준했다. 젠데스크가 대규모 엔터프라이즈 기업을 대상으로 복잡한 티켓팅과 대규모 리포트 시스템을 제공한다면 채널톡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별도의 학습 없이도 즉시 도입해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단순함'과 '강력한 CRM'의 결합을 선택했다.
채널톡의 핵심 경쟁력은 채팅 상담, CRM(고객관계관리), 마케팅 자동화가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고객이 질문을 던지는 순간 상담원은 해당 고객이 과거에 무엇을 샀는지, 어떤 페이지를 보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런 데이터 통합은 외산 솔루션들이 여러 서비스를 유료로 연동해야만 가능했던 기능을 기본으로 제공함으로써 가성비와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현재 채널톡은 전 세계 22개국에서 18만개 이상 기업이 사용하는 글로벌 솔루션으로 우뚝 섰다.
▲AI 에이전트 ALF v2가 보여주는 상담의 미래
2024년 말 공개돼 2025년을 관통하며 시장을 뒤흔든 ALF v2는 채널코퍼레이션의 기술적 정점을 보여준다. 기존의 AI가 "FAQ 링크를 드릴까요?"라고 묻는 수준이었다면, ALF v2는 태스크(Task) 기능을 통해 직접 행동한다. 고객이 배송지를 변경하고 싶다고 하면 AI가 내부 주문 관리 시스템에 접속해 주소를 고치고 확정 메시지까지 발송한다. 이는 사람이 하던 클릭을 AI가 대신 수행하는 에이전틱 AI의 실현이다.

▲일본 시장 성공 발판 삼아 북미 본토로 향하는 도약
채널코퍼레이션의 글로벌 확장은 한국 스타트업 역사에서 이례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2018년 일본 시장 진출 당시 일본 기업들의 보수적인 문화와 까다로운 요구조건은 큰 장벽이었다. 하지만 채널코퍼레이션은 현지 지사를 설립하고 일본 고객사들 목소리를 제품에 즉각 반영하는 집요함을 보였다. 그 결과 현재 매출 25% 이상이 일본에서 발생하며 1만6000개가 넘는 일본 로컬 기업들이 채널톡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자신감은 2023년 뉴욕 지사 설립과 함께 북미 시장 공략으로 이어졌다. 세계 최대 SaaS 시장인 북미에서 채널톡은 'AI-Native' 솔루션이라는 정체성을 앞세워 인터콤과 젠데스크의 텃밭을 공략 중이다. 현재 채널톡은 미국 내 중소 브랜드들 사이에서 '가장 스마트한 CX 솔루션'이라는 평판을 얻으며 빠르게 유료 고객사를 늘려가고 있다. 매년 3배 이상 성장을 기록하며 B2B SaaS 업계 유니콘으로 부상한 채널코퍼레이션의 여정은 이제 막 제2막을 향해 치닫고 있다.
업계에선 채널코퍼레이션의 성공 원동력에 대해 '기술력'을 뒷받침하는 '고객에 대한 집착'이라고 평가한다. 업계 전문가는 "채널톡이 단기간에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던 비결은 화려한 AI 기술 그 자체가 아니다. 3번의 사업 실패를 통해 '고객이 답이다'라는 명제를 뼈저리게 체득한 창업진의 경영 철학이 제품의 모든 디테일에 녹아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전문가는 "젠데스크나 인터콤이 기능 확장성에 집중할 때 채널톡은 SMB 사장님들이 고객 한 명과 더 긴밀하게 대화할 수 있는 '관계'에 집중했다"며 "현재 ALF v2가 보여주는 놀라운 해결률은 결국 수억건의 상담 데이터 속에 담긴 고객의 본질적인 니즈를 가장 잘 이해했기에 가능한 결과다. 기술로 사람을 돕는다는 이들의 방향성은 앞으로도 강력한 진입장벽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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