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파병 딜레마… 美는 대미투자·반도체·쿠팡 ‘다중 압박’

양지호 기자 2026. 9. 21.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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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놓고 재차 ‘협력’ 요구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양자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외교부

18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미국 측이 호르무즈 해협 관련 기여와 함께 반도체 등 대미 투자 이행, 쿠팡 문제 해결을 재차 요청했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를 두고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압박과 범여권의 반대 여론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는 가운데, 미국은 ‘경제적 실익’부터 챙기려고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NYT “李, 트럼프 파병 요청 거부”

청와대는 19일 호르무즈 파병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중동 관련 협조 요청을 거절한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전쟁에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고 말한 데 대해 뉴욕타임스가 ‘한국 지도자가 트럼프를 거절하며 이란에 군대를 보내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자 해명에 나선 것이다.

청와대는 “정부는 전쟁·전투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적 입장하에 구체적 기여 방안을 계속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자유로운 통항 회복을 위한 우리 정부의 실질적 기여 의지를 설명”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미군의 지휘를 받는 전투 병력을 보내지는 않겠지만, 호르무즈 해협 인근 아덴만에 파견한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넓히는 등 다른 형태의 기여는 검토 중이란 취지로 볼 수 있다. 미 국무부는 루비오 장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협력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했다.

그러나 범여권에서는 청해부대의 역할 확대가 파병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일 진보당 중앙위원 250여 명은 국회에서 미국이 대미 투자와 파병 강요를 중단해야 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도 19일 서울에서 파병 반대 집회·시위를 했다.

◇루비오 “투자 약속 신속 이행하라”

이런 가운데 18일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은 50분 만에 짧게 끝났다. 국무부가 이후 공개한 보도자료에서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호르무즈 파병이 아니라 ‘반도체 협력’이었다. 미 국무부는 “루비오 장관과 조 장관은 반도체를 포함한 주요 전략 분야 전반에 걸쳐 지속적인 협력을 약속했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이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기를 바라고 있다.

국무부는 또 “루비오 장관은 미국의 핵심 산업을 위한 공급망 확보의 중요성을 지적하며, 2025년 양국 정상이 합의한 조인트 팩트시트(JFS)에 담긴 투자 약속의 신속한 이행을 강조했다”고 했다. 지난해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3500억달러 대미 투자를 서두르라는 취지다.

루비오 장관은 19일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이번 회담에 대해 “한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들을 위한 공정하고 투명하며 공평한 비즈니스 환경 조성의 중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했다. 쿠팡 문제와 페이스북, 엑스,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미국 기업에 영향을 주는 정통망법 문제 등을 잘 해결하라는 취지로 볼 수 있다.

◇韓원잠, 우라늄 농축 진전 없어

안보 분야에서도 이견이 계속되고 있다. 미 국무부는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양측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재차 확인했다고 했다. 반면 한국 외교부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안정’이란 용어를 사용하며 “페이스메이커로서 북미 대화 재개를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했다.

北, 대규모 드론 생산시설 첫 공개… 김정은이 시찰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스라엘제 자폭 드론 ‘하롭’을 닮은 무인기 양산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19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지난 16~18일 복수의 중요 군수공업 기업소를 방문해 “전쟁 수행 능력을 증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김정은의 무인기 공장 내부 시찰 장면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라고 보고 있다. /노동신문 뉴스1

이런 가운데 16~18일 부산에서는 한미 국방부 간의 통합국방협의체(KIDD)가 열렸다. 서울과 워싱턴DC 이외의 장소에서 KIDD 회의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미국 해군력 강화’를 위한 ‘한미 조선 협력’ 가능성을 확인해 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측 대표인 조지 르무어 미 국방부 동아시아부차관보는 지난 16일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를 방문했다.

반면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 및 우라늄 농축 권한 등의 문제는 큰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작권 전환 일정도 불분명하다. 한미 국방부는 이번 KIDD 공동 성명에서 “전작권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고 했지만, 전작권 전환 시기와 관련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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