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뱅크가 기업공개(IPO)를 위한 일반 투자자 청약에서도 세 자릿수에 이르는 경쟁률을 기록하며 유가증권시장 입성을 눈앞에 뒀다. 공모가를 밴드 하단으로 낮춘 '현실적 몸값'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상장 이후 자본을 어디에, 어떤 속도로 배치하느냐가 기업가치의 방향을 가를 변수로 떠오른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20일과 23일 이틀간 진행한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 134.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반 배정 물량 1764만주에 대해 23억7412만주가 신청됐다. 청약 건수는 83만6599건이다. 청약 증거금은 9조8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중복 청약을 제외하지 않은 잠정 기준이다.
4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된 기관 수요예측에는 국내외 기관 2007곳이 참여해 65억5000만주를 신청했다. 경쟁률은 199대 1이다. 기관의 관심이 개인 청약으로 이어진 흐름이다. 상장 주관사 측은 성장성과 사업 모델에 대한 신뢰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케이뱅크는 희망 공모가 범위 8300~9500원 중 최종 공모가를 8300원으로 확정했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약 3조3673억원이다. 주가순자산비율 PBR은 약 1.38배 수준이다. 과거 상장 추진 당시 거론된 몸값과 비교하면 눈높이를 낮췄다. 고평가 논란을 최소화하고 상장 이후 주가 안착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이번 흥행은 단순 청약 성적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다시 자본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과정에서 투자자 신뢰를 확인했다는 점에서다. 특히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9조원대 증거금을 끌어모은 것은 개인 투자자의 위험 선호가 완전히 꺾이지 않았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공모 흥행은 출발선에 불과하다"며 "상장 이후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해 수익성 지표를 개선하느냐가 주가의 방향을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은 성장 여력으로 직결된다. 케이뱅크는 공모 자금을 바탕으로 10조원 이상의 신규 여신 성장 여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자본 확충은 위험가중자산 확대를 가능하게 하고 곧 대출 포트폴리오 확장으로 이어진다.
관건은 자산의 질이다. 케이뱅크는 개인사업자 담보대출을 포함한 중소기업(SME) 여신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 기존 신용대출 중심 구조에서 담보대출과 기업여신으로 무게를 옮기겠다는 구상이다.
케이뱅크는 이 과정에서 수익성 개선과 리스크 관리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 인터넷은행 특유의 플랫폼 기반 심사 역량이 실제 연체율 관리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시험대다.
기술 투자도 병행한다. 인공지능 기반 신용평가 고도화, 데이터 분석 체계 강화 등 테크 리더십 확보를 내세웠다. 플랫폼 비즈니스 기반을 구축하고 디지털자산 등 신사업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은행업에 머무르지 않고 종합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는 그림이다.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은 "케이뱅크의 차별화된 경쟁력과 성장성을 믿고 참여해주신 모든 투자자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상장 후 공모자금을 통해 혁신금융을 가속화하고 꾸준한 성장으로 주주 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25일 납입을 거쳐 내달 5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며 신한투자증권이 인수단으로 참여한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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