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통발 들어올렸더니…처참한 현장 취재 [창+]
[시사기획창 '죽음의바당1, 숨' 중에서]
최고의 물고기 사냥꾼, 가마우지입니다.
운 좋게 만난 멸치 떼를 놓칠세라, 물갈퀴 달린 발을 바삐 움직입니다.
길게는 1분 넘게 숨을 참는 녀석들.
10미터까지 잠수하며 물고기를 잡습니다.
물 위로 나온 사냥꾼들.
양식장에서 빠져나온 새끼 광어도 놓치지 않습니다.
한 번에 집어삼키죠.
볕 좋은 바위 위에 자리 잡은 녀석들.
달궈진 갯바위에서 날개를 말립니다.
물에 사는 새들은 꽁지에 기름샘을 갖고 있는데요.
덕분에 젖지 않고 체온을 유지합니다.
하지만 가마우지는 기름샘이 없습니다.
그 대신 잠수 능력을 키워온 것이죠.
그런데 진화의 법칙을 깨버린 무시무시한 천적이 생겨났습니다.
파도에 살랑거리는 물체,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습니다.
이 통발에도 무언가 갇혀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물고기 사냥꾼 가마우지입니다.
통발에 갇힌 물고기를 잡으려다 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뭍으로 들어 올리자 냄새가 진동합니다.
<녹취> 문준영/ 기자
이게 오랫동안 물속에 있어서. 썩은 냄새가 굉장히 많이 나요.
먹이를 탐한 죄라고 하기에는 가혹한 형벌입니다.
<인터뷰> 문준영 / 기자
어느 날 꿈을 꿨어요. 어떤 꿈이었냐면 제가 바닷속 폐어구에 어딘가 걸려서 숨을 못 쉬고 올라 오지 못하는.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시각적으로도 굉장히 충격적이었고 냄새로 오는 굉장히 부패한 냄새들도 직접적으로 맡고 이러면서 굉장히 심각하구나 라는 문제의식을 느끼게 됐어요.
바닷속에 버려진 어구들. 그리고 육상에서는 볼 수 없는 죽음들
인간의 생존을 위한 어구가 무서운 흉기로 돌변한 겁니다.
평화로워 보이는 해안가, 곳곳에 죽음의 덫이 놓여있습니다.
부리 밖으로 길게 나와 있는 낚싯줄. 고통스러운지 연신 몸을 흔듭니다. 하지만 떨어지지 않습니다.
인근에서 발견된 또 다른 갈매기.
사람을 피할 기력도 없어 보입니다. 얼마나 몸부림쳤는지 상처가 꽤 깊습니다.
<인터뷰> 김원진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사
낚싯바늘에 걸려 있는 줄 있죠? 지금 우측 날개 쪽에 다 감싸져서 이렇게 날개까지도 다 골절이 된 상태네요.
(기자) 날개가 아예 뜯어졌네요? 뼈가 절단된 거죠?
네. 지금 보시면 뼈가 지금 튀어나와 있어요. 입에도 지금 아마 낚싯바늘을 삼키다가 낚싯줄에 또 다 막 감겨서 자기 혼자 바둥바둥하다가 또
응급 처치가 시급한 갈매기.
곧바로 차에 태워 야생동물구조센터로 옮깁니다.
수술대에 누워 있는 갈매기, 엑스레이를 촬영합니다.
뱃속에서 5cm에 달하는 낚싯바늘이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장진호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수의사
한 번 걸리게 되면 절대 제거가 안 되기 때문에. 여기가 심장이고 이게 간이거든요. 위벽을 분명히 뚫고 나와서 여기 걸려 있을 가능성도 있고 아마 복강 내 출혈이 있을 가능성도 있고 (날개뼈는) 골절된 지 좀 시간이 지났고, 뼈가 노출된 지 시간이 지나서 수술해봤자 붙지는 않을 것 같고. 날개 절단하고 그다음에 낚싯바늘 제거를 하면 될 것 같은데 낚싯바늘 제거도 일단은 열어봐야 알 것 같습니다.
갈매기는 이튿날 결국 숨이 끊겼습니다.
폐어구에 걸려 야생동물구조센터를 다녀간 수많은 야생조류
하지만 구조되더라도 폐사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인터뷰> 김완병/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
저희도 현장에 탐조하거나 또 조사를 하다 보면 재갈매기, 가마우지 어떤 때는 도요새마저도 낚싯줄에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구조되더라도 제때 제거하지 못하고 수술도 어려워서 결국 아사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사례 보고는 많이 있지만, 체계적으로 조사하거나 연구하거나 또 피해 대책을 마련하는 데에 실질적으로 어려움이 많습니다.
지금도 제주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야생조류가 폐어구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죽고 있는지 정확한 통계조차 없습니다.
관련 방영 일자 : 2024년 9월 10일 (화) 밤 10시 KBS 1TV <시사기획 창 – 죽음의 바당 1부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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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영 기자 (m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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