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담보대출, 너마저 … 급전창구까지 막힌 서민들

양세호 기자(yang.seiho@mk.co.kr) 2024. 10. 1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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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성 위기 저축銀·캐피털
車담보대출 상품 취급 줄여
건보료·국민연금 등 연체에
대출 실행 막힌 서민도 늘어
햇살론 등 정책상품도 줄며
중저신용자 자금조달 '쩔쩔'

"요새는 그나마 잘 나오던 자동차담보대출도 잘 안 나오네요. 서민들은 어디에서 대출을 받아야 하나요. 참 답답합니다."

"이미 기존 대출은 물론이고 건강보험료도 연체하고 있어 대출 자체를 꿈조차 못 꿉니다."

급전이 필요한데 '자동차담보대출'(차담대)마저 막혔다며 어려움을 토로하는 글이 최근 들어 대출상품 등 금융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에서 부쩍 늘어났다. 차주가 운행하던 차량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방식으로 인기를 얻어온 차담대는 신용등급이 낮거나 자금 사정이 어려운 고객에게 그나마 숨통을 틔워주는 '급전 창구' 중 하나다. 하지만 최근 들어 2금융권에서 자동차담보대출의 문턱을 일부 높이고 차담대조차 받기 힘든 저신용자가 늘어나면서 자동차담보대출도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저신용자들이 이미 대출이나 4대 보험료 등을 연체해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처지에 몰리기도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15일 핀테크기업 핀다가 차담대를 신용등급(KCB·코리아크레딧뷰로 기준)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올해 9월 자동차담보대출을 조회한 차주는 총 35만2692명으로 지난해 9월(46만4298명) 대비 약 24%(11만1606명) 줄었다. 특히 같은 기간 신용점수 400~800점 사이 중·저신용자 차주의 조회 수는 29만9088명으로 지난해 동기 40만1464명 대비 25.5%나 급감했다. 한도 조회 차주는 중복 차주를 포함한 수치다. 중·저신용자는 담보대출은 일부 가능하지만, 신용대출은 쉽사리 받기 어려운 계층이다.

상품별 누적 한도 조회 건수도 줄어들었다. 올해 9월 핀다의 전체 차담대 상품 한도 조회 수는 260만1000건으로 지난 6~8월 300만건을 넘어섰던 것과는 대조된다. 올해 1월 160만5000건이었던 누적 한도 조회 건수는 8월 320만2000건으로 2배가량이 늘었지만 다시 한 달 새 약 60만건이 줄어들었다. 통상적으로 차담대는 1금융권 등에서 신용대출 한도가 모두 차 대출을 받지 못하는 금융 취약계층이 받는 대출상품이다. 차담대는 소득 요건이 없고 신용점수가 낮아도 대출이 가능해 중·저신용자들이 이용하고 있다. 주로 금리가 높은 캐피털사가 취급을 하고, 저축은행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캐피털사와 저축은행이 올해 들어 연체율 상승 등으로 보수적인 대출영업에 나서면서 대출 문턱은 부쩍 높아졌다. 신용점수별 차담대 전월 대비 증감률을 살펴보면 900점 이상 고신용자의 경우에는 59.3%가 급증했지만 700~800점(-14.9%), 600~700점(-8.3%), 500~600점(-21.4%), 400~500점(-7.4%) 등 중·저신용자들의 차담대는 일제히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 8월 증감률을 살펴봐도 신용점수 400~500점(-27.6%), 600~700점(-14.1%) 구간은 줄었고, 500~600점(1%), 700~800점(0.4%) 등 구간에서는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차주들 상환 여력이 더 악화한 것도 차담대가 위축된 원인으로 꼽힌다. 상환 여력 악화에 대출 연체까지 늘어나면서 자동차담보대출마저 받기 어려워진 차주가 늘어났다는 현장 증언도 나온다. 장기간 연체 정보가 있거나 건강보험료, 국민연금보험료 등의 미납된 세금이 있을 경우 차담대를 실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민들을 위한 정부의 정책금융상품 취급액도 줄어들면서 대출 창구가 막힌 중·저신용자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햇살론·햇살론 유스 등 8종의 정책서민금융 공급액은 3조1793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8012억원)에 비해 33.8%(1조6219억원) 감소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계대출이 많이 늘고 있어서 정부가 집행을 줄이는 것 같다"며 "정책금융이란 취지에서 가계신용은 (전년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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