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의 진화: 살고 싶은 주거 공간으로 탈바꿈 [이지민기자의 하우징]

이지민 기자 2024. 2. 2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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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설치로 범죄 사각지대 없애 더 안전한 주거생활 가능
다양한 특화설계 적용…평면 등 외관 고급화 전략 적용
문화 체험·신체 건강관리·마음 치유 등 서비스 제공

시대에 따라 바뀌는 ‘트렌드’처럼, 부동산 시장에도 패러다임 타이밍이 도래했다. 특히 발전을 거듭하며 진화하고 있는 경기도내 주거지의 새로운 모습과 더 나아가 구·신도심까지…‘이지민기자의 하우징’ 시리즈를 통해 경기도 부동산 시장 변화를 속속들이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임대주택의 진화 ③임대주택도 친환경 시대

최근 임대아파트는 안전하고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며 그간 낙후된 공간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아파트’는 저렴한 가격이라는 기조를 유지한 가운데 이런 고급화 전략을 접목해 주거지의 가치를 한층 업그레이드 했다. 경기도 곳곳에 있는 LH 임대아파트를 직접 찾아 변화한 환경을 직접 보고 경험해 보며 새로운, 그리고 다른 차원의 임대아파트 현장을 살펴봤다.

화성 신동 동탄2디에트르포레에는 500여대의 CCTV가 설치돼 있어 입주민의 높은 안전성을 자랑한다.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CCTV실. 이지민기자

■ ‘안심할 수 있는 장소’…범죄 사각지대 없앤 임대주택

과거 임대아파트는 낙후된 지역에 있거나 저렴한 임대료 탓에 생활 수준이 낮은 입주민이 많아 범죄에 취약하다는 근거 없는 인식이 동반됐다. 이에 LH는 입주민의 안전을 위한 CCTV(폐쇄회로카메라)를 대거 설치, ‘안심할 수 있는 장소’의 아파트를 제공하고 있다.

LH경기남부지역본부가 약 2년 전 준공, 분양한 화성시 신동 동탄2디에트르포레 아파트는 1천711세대(일반분양 781세대·임대주택 390세대)의 대단지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빈 가구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처럼 동탄2디에트르포레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동탄이라는 입지는 물론, 아파트의 안전성 때문이다.

이 아파트는 법으로 정해진 CCTV 의무 설치 공간인 엘리베이터, 출입구, 어린이 놀이터 외에도 아파트 곳곳에 CCTV가 설치돼 있다. 해당 아파트에 설치된 CCTV는500여개. 그중 23개는 최근 LH가 Q+주거 서비스 예산 약 2천350만원의 예산을 활용, 추가 설치해 입주자의 안전 및 주거지 보안 수준을 한층 높였다.

동탄2디에트르포레 아파트 외부에 설치된 CCTV. 이지민기자

아파트를 둘러싼 보행로와 단지 내 게스트하우스 출입구, 단지 밖 대로변까지 비추는 CCTV 덕분에 입주자들은 늦은 시간에도 불안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최근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범죄가 뉴스에 많이 나와 입주민들 특히 노약자, 여성, 아이들이 불안해했었는데 CCTV 추가 설치로 범죄의 사각지대가 없어져서 걱정을 덜었다. 놀이터에서 해맑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니 안전한 단지가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LH는 CCTV 추가 설치 외에도 입주 1년 차 공공분양, 공공임대 아파트를 대상으로 Q+ 주거 서비스 사업을 진행, 엘리베이터홀 방충망 설치, 문주 경관조명 설치, GX룸 바닥 교체 등 입주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LH는 매년 하반기 입주자대표회의 등 전체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사용처를 자체적으로 결정해 해당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11개 단지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입주자의 높은 만족도를 자랑한다.

LH경기남부지역본부가 과천지식 S-10BL 단지의 외관 고급화를 통해 입주민의 주거지 만족도를 끌어 올렸다. LH경기남부지역본부 제공

■ ‘머물고 싶은 장소’…합리적인 가격으로 주거 수준 드높인 임대주택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전국 주택 2천222만호 가운데 임대주택은 총 329만호로 전체 주택 수의 15%를 차지한다. 이 중 LH의 건설·매입임대 아파트는 138만호로 임대주택의 42%에 이른다.

그러나 과거 ‘임대아파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 있어 LH는 이러한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다각도로 아파트의 품격을 올리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LH는 목돈 없이 저렴한 월세로 장기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합리적인 장소’로서의 임대아파트 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성남복정 A22 행복주택의 입주자모집 경쟁률은 1천666%로, 평형 대비 저렴한 임대료와 최대 6~10년간 거주가 가능한 점, 남위례역 인근에 위치한 역세권이라는 점 등 좋은 조건으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LH는 당초 소형평형에 국한됐던 임대아파트의 한계를 넘어 세대원 수에 맞춘 주거 공간 제공을 위해 중형평형을 도입, 통합 공공임대를 추진했다.

중형평형 통합 공공임대를 최초 적용한 시범단지 과천지식 S-10BL은 단위세대는 전용면적 18㎡, 26㎡, 36㎡, 46㎡, 56㎡ 5개 평형, 총 605세대로, 입주자 모집 결과 22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56㎡ 타입의 평면은 침실 3개로 이뤄져 있어 4인 가구까지도 입주가 가능해 소형평형보다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LH는 단순히 저렴한 임대료에 아파트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머물고 싶은 장소’라는 주거지로서의 순기능에도 중점을 뒀다.

먼저 LH는 임대아파트에 다양한 특화 요소를 적용했다. 세련된 외관 디자인과 함께 단지 입주에 문주를 설치해 과거 임대아파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또 주동 1층 진입부에 아트월을 적용하고 부대 시설에 시스템 차양막을 설치하는 등 고급 마감재를 사용해 입주자 선호도를 높였으며, 층간소음 예방 시스템, 생활SOC 복합시설을 통해 주거 편의성도 높였다.

LH경기남부지역본부가 이사 과정에서 입주민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설치한 이동민원실. LH경기남부지역본부 제공

■ ‘시작 함께하는 장소’…입주자 편의를 제공하는 임대주택

LH는 주거지 제공의 가장 첫 번째 단계인 이사예약서비스를 시행해 입주민과의 시작부터 함께하고 있다.

LH경기남부지역본부는 2022년부터 과천지식정보타운, 평택고덕지구 등 LH 일부 아파트에 이사예약시스템을 시범 도입해 입주자 편의를 제고하고 있다. 또 이사 예약 서비스 오픈과 동시에 입주 안내 상담이 가능한 입주 지원센터(입주 지정기간 전에는 전화상담)를 운영해 입주민의 문의 사항을 최대한 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

LH의 이사예약시스템 시행 후 평균 80% 이상의 입주민들이 입주 지정기간 개시 전에 이사 예약을 완료했을 정도로 입주민 사이에서 인기 있는 서비스로, LH는 입주자들의 이용도와 만족도가 높은 만큼 오는 하반기부터는 서비스 적용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사예약시스템과 별개로 입주 단지 주변 교통시설 설치 공사 등으로 주민센터 등 행정업무 접근이 불편한 단지의 입주 시에는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이동민원실을 설치, 단지 내 입주 지원센터 한쪽에서 전입신고, 주민등록등초본 발급, 주택임대차신고 등 행정 처리가 즉시 가능하도록 돕는다.

LH경기남부지역본부가 임대아파트 입주민을 위해 찾아가는 건강서비스 '건강디딤돌' 사업을 진행했다. LH경기남부지역본부 제공

■ ‘계속 함께 하고 싶은 장소’…사회복지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임대주택

대형 건설사들의 고급 브랜드 아파트가 차별성을 위해 단지 내 공간을 커뮤니티 시설화하는 변화의 과정을 거쳤다면, LH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사회복지서비스를 통해 격이 다른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LH는 임대단지 입주민들에게 건강케어 서비스, 문화예술 강좌 등 일상 속의 다채로운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입주민 만족도가 높았던 생활 서비스 중 하나는 ‘건강디딤돌’ 서비스다. 건강디딤돌은 LH가 국민건강보험공단, 경기암센터 등 전문기관과 협업해 경기남부지역 내 임대주택단지로 찾아가는 건강검진 캠페인으로, 지난 2021년부터 매년 6개 단지를 찾아가 ▲건강검진 상담 및 정보제공 ▲암 예방 및 암 검진 정보 제공 ▲금연 상담 프로그램 제공 ▲건강운동교실 운영 등을 실시, 매년 500~600명의 입주민이 함께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650명이 건강디딤돌에 참여했다.

서비스를 지원받은 한 입주민은 “집 앞에서 쉽게 건강을 측정할 수 있어 일부러 돈과 시간을 들여 병원에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고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운동법도 알려줘서 좋았다”며 만족을 표했다.

LH는 정신건강 상담이나 마음 치유를 위한 문화예술 강좌 등을 통해 입주민 심리적 건강 향상에도 집중하는 한편, 집수리 과정, 택배 셰어링 사업을 통한 입주민 일자리 연계에도 적극 앞장서 왔다. 이 외에도 LH는 지난 2020년까지 경기아트센터 등과 협업해 제공했던 공연 티켓 사업도 올해 재개해 입주민에게 드넓은 문화공연의 기회를 확대, 제공할 계획이다.

LH 경기남부지역본부 관계자는 “기존 임대아파트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고착돼 있었는데 LH는 이러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다방면에 걸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고령 입주자부터 1인 가구, 신혼부부 가구 등 여러 가구의 특성에 적합한 서비스를 꾸준히 고안해 ‘LH 주택’을 떠올렸을 때 모든 입주자가 만족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민 기자 eas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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