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하남 이별통보 연인 살해’ 20대 남성 무기징역 구형

재판부, “범행 반성하는 모습 없다” 꾸짖어

수원지법 성남지원. 박용규기자

 

이별을 통보했다는 이유로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20대 남성에게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허용구) 심리로 29일 열린 A씨의 살인 혐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범행 방식이 매우 잔혹하고 피해자는 존엄한 가치인 생명을 잃었다. 피고인은 심신미약을 이유로 계획적 범행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며 “범행의 중대함과 참혹함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피고인에게 중형을 선고해달라”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날 검찰의 구형 전 검사와 변호인의 피고인 심문이 이어졌다.

검사는 피고인 신문에서 ‘공소사실 모두 인정 하냐’고 묻자 A씨는 “인정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A씨는 ‘흉기 구매 후 범행까지 4시간 간격이 있었는데 그 사이 주거지에서 살해할 계획을 했던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에 대해 검색한 경위를 묻는 검사의 질문에 대해선 “일반 사람들이 뉴스 검색하듯이 궁금해 검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변호인 신문에서 A씨의 변호인은 “인지기능이 어떻게 되냐”고 묻자 “지난 2021년 아이큐 60 이하로 군 면제를 받게 되면서 지능장애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앓고 있는 지병이 있냐”고 묻자 A씨는 “신체적으로는 뇌종양 판정을 받았고, 정신적으로는 2021년에 편집성 조현병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고 대답했다.

피해자와 범행 당시 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그녀의 마음을 되돌려 보고자 흉기로 자해하면서까지 내가 널 이만큼이나 좋아한다고 표현하려고 만난 것”이라며 “피해자에게 모욕적인 말을 들은 후 환청과 환시가 생겨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아이큐 60 이하 지적장애라는 A씨의 주장에 “지능장애라면서 말을 정리해 잘하고 있다. 아주 요약되게 답변을 잘하고 있다”고 말하자 그는 “그렇게 느꼈다면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 유족한테 사죄하는 태도가 아니다. 말하는 태도를 보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말을 외운 듯이 답변을 아주 잘한다”고 꾸짖었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피해자와 유족에게 죄송하다. 평생 반성하면서 살겠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6월7일 오후 11시20분께 하남의 피해자 B씨가 거주하는 아파트 인근에서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B씨와 교제하다 이별 통보를 받은 것에 앙심을 품었고, B씨를 잠시 불러 미리 준비한 흉기로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과거 조현병 진료를 받은 전력이 있어 범행 당시 ‘심신미약’이 있었다고 주장해 왔는데, 국립법무병원의 최근 정신감정에서 범행 당시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선고는 다음달 21일 오전 10시 열린다.

박용규 기자 pyk1208@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