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급률, 주요 지표 부상·실손보험 분쟁 공시 강화…보험사들 '촉각'

이지영 기자 2026. 6. 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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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 강화에 긴장하는 보험사들..생보↑·손보↓ 부지급률 온도차
손보사 장기보험이 더 까다롭다…자동차보험보다 높은 부지급률
보험업계의 소비자보호 평가 기준이 보험 판매에서 보험금 지급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쳇 gpt

| 서울=한스경제 이지영 기자 | 보험업계의 소비자보호 평가기준이 보험 판매에서 보험금 지급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금융당국의 공시 강화로 보험금 지급 과정의 투명성과 보험사에 대한 신뢰도가 중요해지면서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일이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금융감독원은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안을 통해 보험사의 실손보험 청구·분쟁 현황 공시를 강화했다.

앞으로 보험사는 치료항목별 보험금 청구 추이와 분쟁 원인, 특정 질병·의료기관·보험설계사·보험대리점(GA) 관련 청구 증가 여부를 3개월마다 분석해 소비자에게 안내하거나 홈페이지에 공시해야 한다. 또한 보험금 지급심사 절차와 과잉진료 유의사항, 대법원 판결 및 분쟁조정 결정에 따른 지급 기준 변경 사항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실손보험을 시작으로 향후 정액보험을 비롯해 타 보험상품으로 공시 의무를 확대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개정안이 5세대 실손보험 도입을 앞두고 보험금 관련 민원과 분쟁을 줄이기 위한 후속 조치로 보고 있다.

다만 공시 범위 확대에 따라 보험사들의 업무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는 보험금 지급 원인별 지급액·증가 추이·보험료 인상 요인 등을 분기마다 자체적 분석하는 수준으로 소비자에게 고지할 의무는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대법원 판결이나 분쟁조정 결정 등으로 보상 기준이 변경될 경우, 보험사가 해당 내용을 소비자에게 직접 안내해야 한다.

이 같은 변화 속에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의 보험금 지급 지표가 상반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생명보험사의 보험금 부지급률은 2024년 하반기 0.82%에서 2025년 상반기 0.92%로 상승한 데 이어 2025년 하반기에는 1.03%까지 높아졌다.

반면 손해보험사의 장기보험 평균 부지급률은 2024년 하반기 1.45%에서 2025년 상반기 1.34%로 낮아진 데 이어 2025년 하반기에는 1.30%까지 하락했다.

2025년 하반기 기준, 손해보험업계의 장기보험 부지급률은 메리츠화재가 1.39%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이어 ▲KB손해보험·DB손해보험(각 1.33%) ▲롯데손해보험(1.32%) ▲삼성화재(1.30%) ▲현대해상(1.28%) 등 대형사를 중심으로 1% 초중반대를 형성했다. 

반면 일부 중소형 및 디지털 보험사는 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부지급률을 보였다. 신한EZ손해보험의 장기보험 부지급률이 3.11%로 가장 높았으며 ▲라이나손해보험(1.96%) ▲하나손해보험(1.83%) ▲악사(AXA)손해보험(1.72%)의 순이었다. 

보험금 부지급률은 직전 3개 회계연도 신계약 가운데 해당 반기에 보험금 청구가 접수되고 지급 심사가 완료된 건을 기준으로 산출된다. 따라서 회사별 수치를 단순 비교해 보험금 지급 성향이나 소비자 친화성을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손해보험업계의 장기보험 평균 부지급률은 1.3%로 집계된 반면, 자동차보험 부지급률은 0.45% 수준이다. 이처럼 높은 장기보험 부지급률은 상품 특성에 기인한다. 장기보험은 지급 요건과 약관 해석이 복잡한 반면, 자동차보험은 사고 사실과 손해액 산정 기준이 비교적 명확해 보험금 지급 관련 분쟁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 민원 절반이 보험권…"보험급 지급 과정이 새 화두로"

보험업계는 금융당국의 실손보험금 청구·분쟁 현황 공시 강화로 소비자보호 평가기준이 가입 단계에서 보험금 지급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보험사마다 비급여 항목 분류 체계와 데이터 관리 방식이 달라, 지급·분쟁 통계를 일관된 기준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 이에 보험업계는 실제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보험사의 신뢰가 결정되는 만큼, 지급 의 투명성과 분쟁 관리 역량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공시 확대가 보험사의 지급심사 체계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특정 비급여 치료를 둘러싼 과잉진료 논란이나 분쟁이 반복될 경우, 추가 서류 제출 요구나 의료자문 확대, 심사 기준 강화 등 보다 보수적인 심사 기조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한 시행된 제도 개선이 오히려 보험금 지급 심사를 한층 엄격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보험금 지급 과정에 대한 신뢰 확보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보험금 부지급률이 1% 안팎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소비자 민원의 상당수는 지급 거절보다 지급 지연이나 처리 과정에서의 불편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심사 절차의 투명성과 처리 속도를 높이고, 면책 조건과 보험금 지급 기준에 대한 정보 제공을 강화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소비자 신뢰는 단순히 지급률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며, "지급 기준을 명확히 안내하고 심사 과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민원과 분쟁을 줄이는 핵심 과제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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