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약탈적 금융' 정조준…포용금융 압박 커져
금융위, 이달 포용금융추진단 킥오프 회의

이재명 대통령이 '은행은 준공공기관' 지적을 시작으로 연일 금융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포용금융으로의 전환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12일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21회 국무회의 겸 제8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민간 부실채권 처리회사 '상록수'의 장기연체채권 추심 문제를 직격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의 지원을 다 받은 금융사들이 혜택은 누리고 공적 부담은 안 지겠다는 태도는 옳지 않다"며 "필요하면 입법을 해서라도 해결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상록수는 지난 2003년 카드 대란 당시 부실 채권 정리를 위해 만든 민간 부실 채권 처리 회사다. 주요 주주는 신한카드(30%)와 하나은행(10%), 우리카드(10%), IBK기업은행(10%), KB국민은행(5.3%), KB국민카드(4.7%) 등 금융사들이다.
20년 넘게 이어진 추심의 고리를 끊으라는 대통령의 경고에 금융권은 즉각 정리에 나섰다. 이날 신한카드와 하나은행은 상록수가 보유한 장기 연체 채권을 새도약기금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배드뱅크인 새도약기금에 연체 채권이 매각되면 차주에 대한 추심은 즉시 중단된다. 이후 상환 능력에 따라 채무 조정이나 분할 상환이 추진된다.
정부의 화살은 은행권의 보수적인 대출 관행도 정조준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고신용자 중심의 은행권 대출 영업을 강하게 비판하자 금융당국은 현행 신용평가시스템 손질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포용금융추진단 킥오프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실무 안건을 논의한다. 추진단에서는 신용평가 체계 개편을 핵심 과제로 현행 여신 시스템 문제 등 중장기 과제 들을 폭넓게 살펴볼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은행권과 중저신용자 정책 대출 확대 등 포용금융 확대 방안을 논의 중이다. 아울러 당국은 은행별 포용금융 실적을 지표화하는 '포용금융 종합평가체계'도 마련할 예정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포용금융 확대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수익성과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성실 상환자와의 역차별 논란과 금융 시스템 전반의 왜곡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실 위험이 큰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문턱을 낮추면 이들 대출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고신용자의 대출 금리 인상 등으로 비용이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저신용자에게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것은 리스크에 따른 금융의 기본 원리"라며 "안타까운 현실이라 해도 시장의 원칙을 무시하고 저신용자에게 무조건 저금리 혜택을 주는 것은 자원 배분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어 "직접적인 금리 압박보다는 '자금 공급 경로의 유연화'가 시급하다"며 "현재 위축된 대부업 등 2금융권 시장에 은행이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공급해 민간 시장의 신용 공급 물꼬를 터주는 식의 우회적 경로를 마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상환 능력이 전무한 취약계층에게는 '금융'의 이름으로 빚을 지우기보다 '복지' 차원의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며, 금융권의 사회적 기금 조성 등 현실적인 해법 마련을 고민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은혜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