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독한 장염에 걸렸다. 장장 5일을 앓아 누워 있었는데 아픈 와중에도 배는 고프고, 먹고 싶은 것이 한 가득이었다. 병마와 싸워 이긴 후 먹고 싶은 음식 리스트를 휴대폰 메모 앱에 빼곡히 적어뒀을 정도다.
하지만 더 이상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방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다수의 경험담과 전문가의 조언 등에 따르면 장염 회복기에 맵고 짠 음식을 먹었다가 병이 재발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장염을 앓는 동안엔 오히려 식단 걱정이 없다. 굶거나 흰죽만 먹으며 충분한 수분을 공급해주면 그만이니 말이다. 문제는 더 이상 흰죽을 먹지 않아도 되는 회복기에 있다. 정상적인 식사가 가능하지만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 밀가루 등은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달앱에서 이런 음식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정상 식사가 가능하다는데 죽은 더 이상 먹고 싶지 않았다. 컨디션이 온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고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을 찾아야 했다.
이 기간 필자가 직접 해 먹었던 음식 3가지를 소개한다. 속이 편안하면서도 맛있고, 레시피도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꼭 회복기간이 아니더라도 건강하고 간단한 식사를 원하는 이들이 시도해 볼만 할 것이다.
■ 속이 편하면서도 든든한 무수분된장찜
필자가 회복기간 가장 자주 해 먹었던 요리다. 특별한 양념 없이 된장, 참기름 등만으로도 맛이 풍부하고 여러 가지 채소가 들어가 속이 편안하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한데 한 번 만들어두면 최소 2끼가 해결된다.
돼지고기 앞다리살 300g 내외, 된장 평평하게 2스푼, 청주(또는 맛술) 2스푼, 참기름 1스푼, 다진마늘 1/2 스푼, 애호박 1/2개, 양파 1개, 양배추 1/5개, 감자 0.5~1개, 고춧가루 1티스푼
*참고: 다진마늘을 제외한 모든 채소는 깍둑썰기 하면 된다. 감자칼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경우 가능하다면 깐 감자를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다진마늘과 앞다리살을 넣어 중약불에 볶는다. 이때 불이 너무 세면 다진마늘이 타기 쉬우므로 주의하도록 한다.
2. 된장에 청주를 넣어 잘 섞어 된장소스를 만든다. 이때 맛술을 사용해도 좋은데 만약 청주도 맛술도 없다면 소주를 사용해도 무방하다.
3. 돼지고기가 어느 정도 익었다면 썰어둔 채소를 모두 넣고 된장소스까지 넣어 양념이 고루 배이게 잘 뒤적여준다.
4. 냄비 뚜껑을 덮고 약불로 줄여 모든 채소가 푹 익길 기다린다. 양배추, 양파, 애호박 등에서 채수가 나와 물을 넣지 않아도 타지 않는다. 단, 냄비 뚜껑을 자주 열 경우 수분이 날아가 뻑뻑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하자.
5. 젓가락으로 감자를 찔렀을 때 잘 익었다면 고춧가루를 살짝 뿌려 마무리 한다. 매운 맛을 원한다면 청양고추를 잘게 썰어 추가해주는 것도 좋다.
재료 중 먹고 싶지 않은 채소는 제외시켜도 좋다. 단 감자가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거나 양배추나 양파 등을 제외할 경우 수분이 부족할 수 있으므로 물을 약간 추가하면 좋다.
■ 면요리가 당긴다면 현미쌀소면으로 만드는 간장국수
장염을 앓는 동안 가장 먹고 싶었던 것을 고르라면 면 요리였다. 비빔국수, 메밀소바, 잔치국수, 라면 등 아는 맛이기에 더욱 간절했다. 하지만 복통이 끝났어도 밀가루는 피해야 했기에 함부로 면요리를 먹을 순 없었다.
시중에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면 종류는 많다. 이것저것 시도해 본 결과 가장 밀가루 소면과 비슷한 식감과 맛을 내는 것은 현미쌀소면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일반 소면보다 찰기가 있고, 식감은 좀 더 쫄깃하다.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아주 약간의 쿰쿰한 냄새도 있다.
이 면으로 뭘 해먹을지 고민했다. 잔치국수는 육수가 중요하고, 비빔국수는 맵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간장국수다. 안 그래도 최근 자주 먹었던 간장국수 레시피가 있어 이를 현미쌀소면으로 만들어봤는데 아주 만족스러웠다.
현미쌀소면, 쯔유·물(1:1 비율), 청양고추 1개, 얼음

1. 면을 삶는다.
2. 쯔유와 물을 1:1 비율로 섞고 청양고추를 잘게 썰어넣은 후 얼음을 타 시원하게 만든다.
3. 면이 다 삶아졌으면 흐르는 물에 잘 씻어내고, 물기를 없애준다.
4. 면은 따로 그릇에 담고 쯔유양념에 한 젓가락씩 담궈 먹는다.
청양고추 1개가 들어가긴 했지만, 면을 찍어먹는 방식이기 때문에 청양고추를 집어먹지 않는 이상 속에 부담이 갈 정도로 매운 정도는 아니다. 시원하고 담백한 데다 면도 쫄깃해 앞으로도 이 면을 애용할 예정이다.
■ 입이 심심…간식이 필요할 땐 에어프라이어 감자칩
장염 회복기,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대부분의 간식은 가급적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간식 없이 맨 입으로 넷플릭스를 보고 있자니, 꽤나 고역이었다.
그때, 무수분 된장찜을 만들고 남은 감자가 떠올랐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감자 1.5~2개, 소금 2티스푼, 올리브유 3티스푼, (취향에 따라) 후추 조금

1. 감자를 얇게 썬다. 감자칼 사용이 능숙하다면 활용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감자칼이 없거나 사용에 미숙하다면 일반 칼로 할 수 있는 만큼 얇게 썰어주도록 한다.
2. 썬 감자를 물에 여러 번 헹군 후 소금 1티스푼을 넣은 물에 잠시 담군다. 필자는 10분 정도 담궜다.
3. 물을 모두 따라 버리고, 키친타올로 물기를 제거한 후 올리브유와 소금 약간, 후추 약간을 뿌려 골고루 섞는다. 이후 에어프라이어에 올리면 되는데 이때 면적이 좁다면 감자를 겹쳐서 올려 무방하다.
4. 150~170도로 에어프라이어를 5분씩 2~3번 돌린다. 이는 감자의 수분을 날리는 과정으로, 키친타올로 물기를 충분히 뺐다면 온도를 낮추고 물기가 많이 남았다면 온도를 올리는 식으로 조정한다. 에어프라이어가 꺼질 때마다 감자를 뒤섞어 준다.
5. 이후 180~190도로 온도를 올려 5분씩 2번 돌린다. 마찬가지로 에어프라이어가 꺼질 때마다 감자를 뒤섞어 고루 익도록 한다.
집에서 직접 감자칩을 만들어 먹으면 가장 좋은 점은 염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회복기에는 소금물에 담군 후 올리브유만 조금 넣어 먹었는데 이렇게 해도 담백하고 맛있었다.
치즈 시즈닝 등 양념가루를 뿌려 먹고 싶다면 레시피 4번에서 5번으로 넘어갈 때 추가해주면 더욱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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