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 만에 이런 많은 비가? 사망 104명·실종 24명 발생

하늘이 무너졌다고 표현해도 부족할 만큼, 모든 것이 물에 잠겼습니다. 미국 텍사스. 우리가 알던 자유와 여유의 상징이던 이 땅은 지금, 전례 없는 폭우와 홍수로 지워져 버릴 듯한 시간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미 기상청은 이번 사태를 ‘천 년에 한 번 올 수 있는 비’로 설명했고, 당국의 수색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이야기 속에 머물러 있습니다.

수초 만에 높아진 강물… 과달루페강이 낯설게 변한 날

폭우는 예고도 없이 들이닥쳤습니다. 7월 초, 컵카운티를 가로지르던 과달루페강은 단 몇 분 만에 다리를 삼키고 도로를 침식했습니다. 강은 제자리를 잃었고, 흙탕물이 마을을 할퀴고 지나갔습니다. 목숨을 잃은 이들 중 28명은 어린이였고, 실종자는 40명이 넘습니다. 여름캠프에 참가했던 10대 소녀들의 이름도 그 명단에 함께 있습니다.

물은 빠르게 차올랐고, 주민들이 대비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누군가는 가족을 대피시킨 뒤 끝내 빠져나오지 못했고, 누군가는 미처 경보를 듣지 못한 채 잠든 새벽을 넘겼습니다.

단지 ‘재난’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큰 상실

텍사스는 미국을 여행하는 이들에게 늘 광활함과 여유의 상징이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화려함도, 뉴욕의 복잡함도 없는 곳. 대신 드넓은 목장과 도로, 현지인의 느긋한 인사가 인상 깊던 곳입니다. 하지만 이번 홍수는 그 모든 평온을 앗아갔습니다. 커카운티 한 곳에서만 60명이 넘게 사망했고, 무너진 다리 아래엔 여전히 구조의 손길이 닿지 못한 이들이 있습니다.

비가 그치지 않아 수색작업은 간헐적으로 중단되었고, 구조견과 헬리콥터까지 총동원된 대규모 수색도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흙탕물에 잠긴 마을 곳곳엔 엎어진 차량, 무너진 나무, 텅 빈 집들이 남겨져 있습니다. 그 어느 것도 낯설지 않게, 동시에 믿기 어려운 현실처럼 다가옵니다.

정부의 손길은 닿았지만, 비판은 여전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즉시 재난 지역 선포를 내렸고, 커카운티는 중대 재난지역으로 지정됐습니다. 지원 자원이 급파되고, 연방 구조 시스템도 가동되었지만, 피해의 크기를 줄이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특히나 홍수 경보 시스템이 제때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은 현지에서 끊이지 않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미처 경고를 듣지 못한 채 피해를 입은 상황은, 단순한 ‘천재지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뒷맛을 남깁니다. 이미 몇 차례 예보보다 3배 이상 많은 강수량이 쏟아졌지만, 재난 시스템은 그 현실에 발맞추지 못했습니다.

무너진 여행지, 우리가 다시 기억해야 할 이름들

이번 폭우는 단지 미국 남부에 국한된 자연재해가 아닙니다.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경고이자 질문이기도 합니다. 한 도시가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단 몇 시간,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의 삶은 돌이킬 수 없이 변해버렸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사랑하던 여행지도, 한순간의 기상이변 앞에서는 무방비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준비돼 있었나?”, “자연 앞에서 얼마나 겸손했는가?”라는 질문은 이번 텍사스 사태가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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