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체코 이중 청구서…원전 수출 잭팟은 없다

옥기원 기자 2024. 9. 22. 19: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수주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체코를 방문해 "잘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한 것과 달리, 지식재산권(지재권) 분쟁 중인 미국 웨스팅하우스-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간의 합의가 계속 지연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쪽 말을 들어보면, 한수원의 체코·폴란드사업실 원전수출협력팀은 지재권 관련 합의 상황을 묻는 말에 "합의 사항이 없다"고 지난 20일 답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웨스팅하우스, 기술사용료 협상서 “바라카 때만큼 달라”
‘체코 현지기업 60% 참여’ 더해지면 ‘밑지는 수출’ 우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2일 오전 체코 공식 방문을 마치고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수주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체코를 방문해 “잘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한 것과 달리, 지식재산권(지재권) 분쟁 중인 미국 웨스팅하우스-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간의 합의가 계속 지연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웨스팅하우스에 치러야 할 ‘대가’를 고려하면 원전 수출이 정부와 여당에서 얘기하는 ‘잭팟’ 수준이 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쪽 말을 들어보면, 한수원의 체코·폴란드사업실 원전수출협력팀은 지재권 관련 합의 상황을 묻는 말에 “합의 사항이 없다”고 지난 20일 답했다. 웨스팅하우스 미국 본사 관계자도 한겨레의 전자우편 질문에 이달 초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국제 중재와 소송을 이어간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중재 결정 등이 내년 하반기 이전에 내려지긴 어렵다”고도 부연했는데, 내년 3월 예정된 체코 원전 최종 계약 전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웨스팅하우스가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때 규모의 ‘합의금’을 요구했고, 한국은 기술 자립을 주장해 (금액에 관한) 의견 차가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체코가 한국에 체코 현지기업의 원전 건설 참여율 60%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웨스팅하우스에 합의금까지 지급하면 결국 한국 몫으로 돌아올 게 많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야권 추산으로, 한국 몫이 총 6조6천억원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바라카 원전 때 예산 186억달러 중 11%가량인 20억달러의 기자재 비용이 웨스팅하우스에 돌아갔고(원전 업계 분석), 체코 현지기업과 인력 등에 돌아갈 건설비를 최대 60%로 가정한 금액이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지난 20일(현지시각) 체코 현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한 직후 “한수원은 체코 기업과 70개 이상의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저희가 목표로 하는 체코 기업의 60% 참여율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경우 체코 원전 2기 건설비 4천억코루나 중 남은 29%인 1160억코루나(약 6조6천억원)가 한국의 몫이 된다. 지난해 한국 총수출액(845조원가량)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게다가 체코 자체 상황도 한국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체코 정부가 원전 2기 건설비로 책정한 4천억코루나는 올해 체코 전체 예산의 17%, 국방 예산의 3배에 해당한다”며 “내년 총선을 앞둔 체코 정부로선 여론을 고려해 최종 계약에서 한국에 많은 수익을 주는 결정을 하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내건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에 지재권 분쟁이 앞으로도 걸림돌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원전 관련 핵심 국제특허가 한수원에 없어, 웨스팅하우스에 매번 막대한 기술자문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종운 동국대 교수(에너지·전기공학과)는 “한국이 완전한 기술자립을 주장하려면 원자로 압력용기 등 핵심부품에 대한 국제특허가 있어야 하지만 지금은 기술 개량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야당은 “(실익이 있는 수출이라면) 기술사용료와 기자재 조달 금액 등 협상 조건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반면 여당은 “민주당이 대통령의 원전 세일즈 외교에 대해 ‘덤핑’ ‘급조’ 운운하며 훼방 놓기에 급급하다”는 반발했다. ‘현지 기업 60% 참여’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국내 기업의 현지 자회사들도 ‘현지화’에 포함되며, 현지화는 체코의 희망과 달리 원전 안전성이 확보되는 범위에서 가능한 것”이라며 “내년 3월 최종계약 때 결정될 사안이며 협상할 문제”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체코 플젠 산업단지 내 두산스코다파워 공장에서 열린 원전 전주기 협력 협약식과 터빈 블레이드 서명식을 마친 뒤 축사를 하고 있다. 플젠/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옥기원 기자 ok@hani.co.kr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