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체코 이중 청구서…원전 수출 잭팟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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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수주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체코를 방문해 "잘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한 것과 달리, 지식재산권(지재권) 분쟁 중인 미국 웨스팅하우스-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간의 합의가 계속 지연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쪽 말을 들어보면, 한수원의 체코·폴란드사업실 원전수출협력팀은 지재권 관련 합의 상황을 묻는 말에 "합의 사항이 없다"고 지난 20일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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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현지기업 60% 참여’ 더해지면 ‘밑지는 수출’ 우려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수주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체코를 방문해 “잘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한 것과 달리, 지식재산권(지재권) 분쟁 중인 미국 웨스팅하우스-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간의 합의가 계속 지연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웨스팅하우스에 치러야 할 ‘대가’를 고려하면 원전 수출이 정부와 여당에서 얘기하는 ‘잭팟’ 수준이 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쪽 말을 들어보면, 한수원의 체코·폴란드사업실 원전수출협력팀은 지재권 관련 합의 상황을 묻는 말에 “합의 사항이 없다”고 지난 20일 답했다. 웨스팅하우스 미국 본사 관계자도 한겨레의 전자우편 질문에 이달 초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국제 중재와 소송을 이어간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중재 결정 등이 내년 하반기 이전에 내려지긴 어렵다”고도 부연했는데, 내년 3월 예정된 체코 원전 최종 계약 전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웨스팅하우스가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때 규모의 ‘합의금’을 요구했고, 한국은 기술 자립을 주장해 (금액에 관한) 의견 차가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체코가 한국에 체코 현지기업의 원전 건설 참여율 60%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웨스팅하우스에 합의금까지 지급하면 결국 한국 몫으로 돌아올 게 많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야권 추산으로, 한국 몫이 총 6조6천억원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바라카 원전 때 예산 186억달러 중 11%가량인 20억달러의 기자재 비용이 웨스팅하우스에 돌아갔고(원전 업계 분석), 체코 현지기업과 인력 등에 돌아갈 건설비를 최대 60%로 가정한 금액이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지난 20일(현지시각) 체코 현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한 직후 “한수원은 체코 기업과 70개 이상의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저희가 목표로 하는 체코 기업의 60% 참여율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경우 체코 원전 2기 건설비 4천억코루나 중 남은 29%인 1160억코루나(약 6조6천억원)가 한국의 몫이 된다. 지난해 한국 총수출액(845조원가량)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체코 자체 상황도 한국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체코 정부가 원전 2기 건설비로 책정한 4천억코루나는 올해 체코 전체 예산의 17%, 국방 예산의 3배에 해당한다”며 “내년 총선을 앞둔 체코 정부로선 여론을 고려해 최종 계약에서 한국에 많은 수익을 주는 결정을 하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내건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에 지재권 분쟁이 앞으로도 걸림돌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원전 관련 핵심 국제특허가 한수원에 없어, 웨스팅하우스에 매번 막대한 기술자문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종운 동국대 교수(에너지·전기공학과)는 “한국이 완전한 기술자립을 주장하려면 원자로 압력용기 등 핵심부품에 대한 국제특허가 있어야 하지만 지금은 기술 개량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야당은 “(실익이 있는 수출이라면) 기술사용료와 기자재 조달 금액 등 협상 조건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반면 여당은 “민주당이 대통령의 원전 세일즈 외교에 대해 ‘덤핑’ ‘급조’ 운운하며 훼방 놓기에 급급하다”는 반발했다. ‘현지 기업 60% 참여’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국내 기업의 현지 자회사들도 ‘현지화’에 포함되며, 현지화는 체코의 희망과 달리 원전 안전성이 확보되는 범위에서 가능한 것”이라며 “내년 3월 최종계약 때 결정될 사안이며 협상할 문제”라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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