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채상병 특검 공세 수위 높이는 야권…탄핵론까지 다시 분출
민주 재의결 여론전에 당력 집중하며 특검법 수용 압박
야4당 의원 '탄핵 준비 의원 연대' 결성해 탄핵 추진 움직임
민주 "탄핵 마일리지 적립" "시기 오면 행동에 옮겨야"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김건희·채상병 특검법 수용을 한 목소리로 압박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 여사 관련 의혹과 낮은 국정 지지도가 맞물리며 야권에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론도 다시 분출하고 있다. 야권 일각에선 실제 탄핵소추안 발의를 염두에 둔 움직임도 감지된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르면 24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특검법 재의요구안이 의결되면 즉시 이를 재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는 지난 19일 본회의에서 민주당 등 야권 주도로 김건희·채상병 특검법과 지역화폐법 등 3대 쟁점 법안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요청했고, 대통령실도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법안은 15일 이내 공포하거나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 처리 시한은 다음 달 4일까지여서 늦어도 다음 달 초에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거부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야권에선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기점으로 '탄핵론'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강성 친명 성향의 의원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을 겨냥한 탄핵을 언급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또다시 자신과 배우자에 관한 이해충돌 사안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탄핵 마일리지가 적립된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했다. 황정아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보도가 사실이라면 유례없는 국정농단"이라며 "대통령이 특검을 거부할 경우 탄핵의 길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재명 대표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민석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추석 민심 간담회에서 "현재는 국민의 분노가 임계점에 달해 심리적 정권교체가 시작된 초입 국면"이라며 탄핵론을 부각했다. 친명 핵심 박찬대 원내대표도 "거부권 행사는 정권 몰락만 앞당길 뿐"이라거나 "계속 민심을 거역한다면 윤 대통령도 불행한 전철을 밟을 것"이라며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암시한 듯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대통령 탄핵 논의를 주도하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사실이 확인되면 탄핵 스모킹건이 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 위성정당에 불과한 검찰이 수사할 리가 없다. 특검만이 답"이라고 말했다.
특히 20%대로 내려간 국정 지지도와 추석 연휴 전후의 김 여사 행보가 야권 공세에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김 최고위원은 "윤석열 정권 국정 지지도는 긍정 20%대, 부정 70%대의 회복 불가 상태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갤럽과 리얼미터 기준으로 볼 때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 지지도 20%대는 정권 붕괴 전조에 해당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총체적 정권 실정의 토양에 의료대란이 기름을 붓고, 윤 대통령의 응급실 발언이 불을 지르고, 김 여사의 시찰이 화약을 던진 정권교체 심리는 국민적 대세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권은 일단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이 행사되면 법안 통과를 위한 여론전에 당력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탄핵소추안 발의를 위한 준비 절차를 지금부터 밟아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과 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등 야 4당 소속 의원 12명은 최근 '윤석열 탄핵 준비 의원연대'를 결성해 "탄핵을 현실화하기 위한 법적 준비와 참여 의원 확대 활동을 해나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연대에 속한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야4당을 중심으로 야권 의원들에게 탄핵 준비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며 "1차적으로 동의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최대한 신속하게 단체를 공식 출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탄핵추진위원회를 발족한 혁신당은 구체적인 탄핵소추안의 내용을 준비하고 있으며, 진보당은 '윤 대통령 탄핵'을 당론으로 정하고 노동단체 등과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다.
탄핵소추의 키를 쥔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탄핵을 논의하는 단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내부에선 대여 투쟁은 강화하되 탄핵소추는 신중해야 한다는 기류도 읽힌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저희는 공식적으로 탄핵 추진을 언급한 적은 없다. 공론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헌법 위반 행위가 분명하고 다수의 국민이 탄핵을 원하는 시기가 오면 행동에 옮겨야 한다"며 "국민이 움직이면 정치인은 그 민심을 받들어 따르는 게 도리다. 탄핵에 따른 역풍은 우려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kje13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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