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기업 쏙쏙 골라내는 '영국의 워런버핏'
10개 종목에만 451억弗 베팅
"도로 등 인프라, AI 대체 불가
진입장벽 갖춘 기업 투자해야"

유명 헤지펀드 TCI 설립자인 크리스 혼(사진)은 ‘영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린다. 분산 투자보다 소수 종목에 집중해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어서다. 올해 1분기 기준 451억달러(약 68조원)를 운용하는 TCI는 10개 종목에만 투자하고 있다.
1966년생인 혼은 2003년 TCI를 세운 뒤 초기 몇 년간 평균 42% 수익률을 내며 이름을 알렸다. 그의 투자 비결은 경쟁사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강력한 진입장벽을 갖춘 대기업’을 찾아내는 데 있다. 대표 분야가 철도, 도로, 공항 같은 인프라산업이다. 기존 인프라 옆에 새로운 철도와 도로를 건설해 사업성을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TCI 포트폴리오 중 31%가 인프라 관련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평균 보유 기간은 9년에 달한다. 혼은 인공지능(AI) 열풍 속에서도 인프라 기업 가치가 훼손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도로를 전기차가 달리든, 내연기관차가 달리든 도로 입장에서는 아무 차이가 없다”며 “AI는 유료 도로 혹은 공항과 경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혼은 이런 진입장벽을 갖춘 기업이 세계적으로 200개 안팎에 불과하다고 본다.
그는 원칙적으로 장기 투자를 추구하지만 투자 논리가 바뀌었다는 판단이 들면 즉시 매도한다. 최근까지 80억달러를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MS)가 대표적이다. 혼은 MS가 ‘오피스’ ‘팀스’ 등 서비스를 통해 기업 고객 지배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해 투자에 나섰다. 신생 경쟁업체가 쉽게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 구조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앤스로픽이 기업용 AI 에이전트를 잇달아 출시해 상황이 달라졌다. 혼은 MS의 시장 지배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에 올해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혼은 이렇게 투자로 벌어들인 자산의 상당 부분을 자선 활동에 쓰고 있다. 자메이카 이민자 가정 출신인 그는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키웠다. 그는 FT에 “큰 부자가 돼서 돈으로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투자자로서 거둔 성공은 지난해에만 13억달러를 기부하며 영국 최대 자선 재단을 운영하는 기반이 됐다.
일각에서는 그의 본업과 자선 활동 사이 모순을 지적한다. 항공 엔진 업체 GE에어로스페이스와 사프랑 투자가 결과적으로 각국 재무장과 긴장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논리다. 혼 역시 이런 딜레마를 인정했다. 그는 “내 사고방식은 언제나 수익을 최대한 늘리고 그 돈을 자선에 쓰자는 데 있다”며 “돈이 많을수록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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