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알토스 이소영 공백 속 흔들린 3경기, 어떻게 고칠까

이쯤 되면 패배의 모양이 기억난다. 초반에는 버텼고, 한두 번 흔들리자 급히 붙잡으려다가 리듬이 틀어졌고, 마지막에는 상대의 길게 늘어선 서브와 블로킹, 주전 에이스의 막판 집중력에 밀려 고개를 숙였다. IBK기업은행 알토스의 2025-2026시즌 초반 3연패가 딱 그 그림이었다. 10월 24일 페퍼저축은행에 첫 패, 10월 28일 한국도로공사에 1-3으로 역전패, 그리고 10월 31일 대전에서 정관장에 2-3으로 또 한 번 뒤집혔다. 개막 직후 3경기 모두를 내줬고, 경기 내용은 매번 달랐지만 결론은 같았다. 무엇보다 아팠던 건 마지막 경기였다. 23-25로 첫 세트를 따낸 뒤 25-22로 내주고, 25-22로 다시 앞서며 2-1을 만들었지만 25-19, 15-10을 연달아 허용하며 무너졌다. 점수가 아니라 흐름에서 진 경기였다.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정관장전은 선수들의 이름만 봐도 양 팀이 무엇을 준비했는지 드러났다. 정관장은 자네테, 최서현, 정호영, 박은진, 이선우, 박혜민, 노란이로 무게를 세웠고, IBK는 빅토리아, 김하경, 최정민, 이주아, 킨켈라, 황민경, 임명옥으로 맞섰다. IBK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빅토리아의 오픈과 이주아·최정민의 속공이 맞물리면서 1세트를 25-23으로 가져왔다. 킨켈라가 침묵을 깨고 살아났고, 황민경까지 가담해 공격 라인이 넓어졌다. 하지만 2세트 들어 정관장이 정호영과 박은진의 속공, 자네테와 박혜민의 서브 에이스로 분위기를 바꾸더니 25-22로 균형을 맞췄다. 교과서처럼 깔끔한 반격이었다. 자네테의 연속 블로킹, 세터 최서현의 패스 페인트까지, 디테일이 쌓이면 세트는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승부의 진짜 고비는 3세트였다. 여기서 IBK가 11-4, 16-7까지 달아났다. 빅토리아와 킨켈라가 연속 득점을 내며 상대를 흔들었고, 이 흐름만 유지했다면 경기는 일찍 닫혔을 것이다. 그러나 정관장은 이선우의 오픈과 2연속 서브 에이스로 반격했고, 신인 박여름의 교체 한 방으로 분위기를 바꾸며 쫓아왔다. IBK는 자네테의 범실에 힘입어 25-22로 세트를 따냈지만, 그 막판의 위태로운 리듬은 다음 세트에 그대로 남았다. 4세트 초반 정호영의 속공, 이선우의 2연속 서브 에이스로 점수가 벌어졌고, 박혜민의 오픈과 서브 에이스, 정호영의 속공·블로킹이 이어지며 25-19. 5세트는 더 분명했다. 최서현의 서브 에이스로 스타트, 이선우·자네테·박혜민이 번갈아 때렸고, 8-4 사이드 체인지 이후 박은진의 이동과 블로킹, 정호영의 마지막 블로킹, 빅토리아의 범실이 겹치면서 15-10. 정관장은 2승 2패 승점 4점으로 6위로 올라섰고, IBK는 1승 3패 승점 4점으로 7위로 내려앉았다. 스코어보다 아픈 건, 상대의 ‘정답’ 같은 공세에 대응하는 속도가 계속 늦었다는 사실이다.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이선우였다. 28득점으로 시즌 최다 득점, 날이 선 오픈과 서브 에이스, 후위에서도 힘을 뺄 줄 아는 운영까지, 필요할 때 필요한 공을 만들었다. 정호영은 블로킹 5개를 보태며 네트를 틀어쥐었다. 반대편에서는 빅토리아가 팀의 버팀목이었지만 범실 관리가 아쉬웠고, 킨켈라는 폭발과 침묵 사이의 간격이 여전히 넓었다. 이주아는 블로킹으로 변수를 만들었지만, 세트 후반으로 갈수록 상대 속공에 밀렸다. 결국 이 경기는 “서브로 흔들고, 속공으로 찌르고, 블로킹으로 닫는” 정관장의 정석이, “사이드에서 힘으로 밀고, 하이볼로 버티는” IBK의 방식보다 효율적이었다는 결론으로 귀결됐다.

IBK의 3연패에는 사정이 있다. 무엇보다 이소영의 공백이 크다. 10월 26일 팀 수비 훈련 중 넘어지며 오른쪽 어깨에 충격을 받았고, 10월 28일 한국도로공사전에는 결장했다. 어깨라서 더 민감하다. 정밀 검진과 재활, 심하면 수술까지 논의할 수 있는 부위다. “조만간 구단에서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김호철 감독의 말이 무겁게 들리는 이유다. 왼쪽 날개를 책임지는 핵심 자원 없는 팀은 공격의 균형이 깨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도로공사전에서 킨켈라는 11점, 성공률 21.05%에 그쳤고, 육서영도 12점으로 묶였다. 빅토리아가 33점을 올렸지만 범실 9개가 발목을 잡았다. 정관장전도 결은 비슷했다. 때려줄 사람이 분명한 순간에는 속도가 붙었지만, 공이 묶이면 누구도 확실히 풀어주지 못했다. 이런 경기는 후반으로 갈수록 버겁다.

감독의 고민도 선명하다. 김호철 감독은 “킨켈라에겐 사이드 블로킹과 공격을 바란다. 수비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빅토리아와 킨켈라가 양쪽에서 찢어줘야 서로 산다”고 했다.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 코트에서는 복잡하다. 두 외인의 로테이션을 붙일지, 떼어 놓을지에 따라 후위 구성과 리시브 라인이 바뀌고, 동시에 후위로 물러나는 타이밍이 겹치면 공격이 막히는 문제가 생긴다. 감독 스스로 “여러 가지 고민을 해보고 있다”고 말했듯, 지금은 실전에서 가장 덜 아픈 해법을 찾는 과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불안할 때의 첫 선택”이다. 후위로 밀릴 때, 리시브가 흔들릴 때, 듀스에서 서브를 쥐었을 때, 누가 어떤 공으로 첫 단추를 끼우느냐. 이 몇 초의 결정을 팀의 약속으로 만들어야 흐름을 되찾을 수 있다.

상대 감독의 언어도 힌트를 준다. 정관장 고희진 감독은 “서브는 좋았고, 공격 성공률은 맞춰 가는 단계, 다듬겠다”고 했다. 실제로 정관장은 에이스로 직접 득점을 만들기보다, 리시브를 흔들어 속공과 백어택을 열어 주는 길을 택했다. 2세트 중반 자네테의 연속 블로킹이 나올 수 있었던 것도, 그 직전 서브가 리시브 라인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IBK는 불안할 때일수록 하이볼 의존도가 높아졌고, 그럴수록 상대 블로킹의 각도가 뚜렷해졌다. 이 간극이 점수의 간극으로 옮겨졌다.

연패를 설명하는 더 큰 맥락도 있다. 올 시즌 여자부 초반은 그야말로 ‘부상주의보’다. 도로공사의 배유나는 개막전 어깨 탈구로 3~6주, 흥국생명 이고은과 정관장 염혜선은 각자 허리와 무릎 문제로 시즌 초반 결장했고, 흥국의 피치와 페퍼의 조이도 무릎 여파로 못 뛰었다. IBK만의 문제가 아니라 리그 전반의 변수다.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결국 각 팀은 주어진 결손 속에서 ‘가장 덜 틀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IBK는 컵대회 우승 이후 시즌 유력 우승후보라는 이름을 달고 들어왔지만, 개막 3경기에서 보여준 건 여전히 맞춰 가는 중인 조직력과, 불안할 때 더 불안해지는 결정의 속도였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정관장전 3세트 16-7처럼 몰아칠 수 있는 순간이 있고, 1세트처럼 상대의 강한 흐름을 받아내고 마지막 공을 잡는 능력도 있다. 이걸 세트 후반까지 끌고 가는 법만 익히면, 연패는 금세 끊긴다. 방법은 복잡하지 않다. 첫째, 서브 타깃을 분명히 해서 상대 세터의 첫 선택을 좁힐 것. 둘째, 킨켈라의 속도와 높이를 활용한 짧은 패턴을 늘릴 것. 셋째, 빅토리아의 하이볼을 살리되 범실 구간을 잘라낼 것. 넷째, 후위 수비에서 임명옥의 콜에 더 많이 얹을 것. 이런 건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지만,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도 아니다. 3연패의 숫자에 매달리기보다, 3연패가 말해 주는 작은 실패를 하루 단위로 줄이면 된다.

결국 시즌은 길다. 악재가 겹칠 때 팀의 얼굴이 보인다. 김호철 감독은 경기 전 “자네테와 이선우를 블로킹만으로는 못 막는다. 수비로 공격 성공률을 낮춰야 한다”고 했다. 생각은 맞았다. 실행이 더디었을 뿐이다. 이소영의 발표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경기장은 돌아간다. 라인업 변주, 로테이션 수정, 서브 플랜 정비 같은 실무가 답이다. 팬들이 듣고 싶은 말도 단순하다. 오늘 진 이유를 정확히 말하고, 내일 바꿀 방법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 IBK는 이미 그 말을 시작했다. 이제 경기가 답해야 한다.

그러니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 IBK의 3연패는 팀을 가라앉히는 문장이 아니라, 팀을 다시 쓰게 하는 문장이다. 숫자는 지나가고, 약속은 남는다. 첫 서브의 높이, 첫 리시브의 길이, 첫 블로킹의 발. 그 작은 첫걸음들이 맞춰지면, 대전의 밤처럼 길었던 연패도 생각보다 빨리 끝난다. 다음 경기는 그걸 증명하는 자리다. 그리고 이 팀은, 그렇게 올라갈 자원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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