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가 투자했다가 화들짝…트럼프 영화 '어프렌티스' 어떻길래?
지난 5월 칸 영화제에서 공개된 후, 미국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 캠프에서 "쓰레기"라며 소송까지 예고했던 영화 '어프렌티스(견습생)'이 1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개봉했다. 197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순진하던 20대의 트럼프가 변호사 로이 콘을 멘토로 삼아 비열하고 뻔뻔하게 성공을 추구하는 사람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이란계 덴마크인 감독 알리 아바시가 연출했고, '베니티 페어' 기자 출신 가브리엘 셔먼이 시나리오를 썼다. 셔먼은 기자 시절 트럼프를 몇 차례 만나 취재했던 내용과 그 주변 사람들 인터뷰를 바탕으로 "사실에 기반한 대본을 썼다"고 말한다. 하지만 트럼프 캠프는 "악의적 명예훼손"이라며 "할리우드 엘리트들의 선거 간섭"이라고 반박하는 모양새다.
11월 대선을 25일 앞두고 논란의 영화가 개봉하면서 미국 유권자들이 얼마나 관심을 보일지도 관건이다. 시사회에서 이를 먼저 본 미국 현지 언론들은 이 영화가 트럼프의 인간적인 측면을 두드러지게 부각시켰다는 평가와 동시에 첫 번째 아내를 강간하는 장면까지 넣을 정도로 논쟁적인 장면이 많다는 지적도 했다. 영화는 성적 폭행, 불법 약물, 과도한 음주, 인종적·민족적 모욕언사, 집단 성교, 의료 수술장면 등을 이유로 17세 이하 청소년은 부모 동의를 받아야 하는 R등급이다.
먼저 전통적으로 공화당을 지지해왔지만, 이번 대선에서 중립을 표방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변호사 로이 콘을 모델로 삼아 자신의 성격과 전략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평가했다. 영화 속 트럼프는 소소한 부동산 개발업체를 운영하는 아버지와 술 중독인 형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왕국'을 개척하려는 꿈을 향해 질주한다. 70년대 후반 쥐가 들끓고 어두컴컴한 뉴욕 뒷골목에서도 호텔 사업으로 화려한 부활을 예견한 트럼프의 선견지명을 보여준다.
실제로 트럼프는 '후진' 동네였던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옆 코모도어 호텔을 인수해 1980년 하얏트 그랜드 센트럴 뉴욕으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기간 바로 스승처럼 트럼프의 옆을 지키며 오늘날까지 알려진 트럼프의 세 가지 규칙 △공격, 공격, 공격 △모든 것을 부인하라 △패배를 인정하지 말라 등을 가르쳐 준 게 변호사 콘이다.
정치 전문지 악시오스는 "영화는 시작부터 중간까지 젊은 트럼프를 이해심 있는 시선으로 따라가다 후반부엔 노골적으로 악의적 관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20대의 트럼프는 어리석지만, 원칙을 지키는 젊은이였다. 아버지의 명령을 잘 따랐고, 세입자들에게 월세를 받아내기 위해 직접 문을 두들기고, 퇴거 위협을 하거나 세입자들과 싸움에 휘말리기도 한다.
하지만 정치인 케빈 맥카시와 변호사 콘을 만난 뒤 트럼프는 사기, 우회책, 노골적인 거짓말이 사람들의 이기심과 만나 사업적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험을 쌓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방법을 숭배하면서 변하게 된다. 그는 언론과의 과장된 인터뷰도 곁들이며 합법적인 뉴욕 사업가로서 명성을 쌓게 된다. 또 성공을 갈망하는 트럼프가 외모 관리를 위해 두피 축소술과 지방 흡입 수술을 받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영화에 포함됐다.
트럼프에 비판적인 뉴욕타임스(NYT)는 "음란하고 거만한 미국인을 인간처럼 보여줬다"며 "트럼프가 온 길은 교활한 속임수와 기이하리만치 과장된 언행, 모호한 캐릭터, 괴로운 가족사로 점철됐다"고 평가했다. NYT는 "트럼프가 싫어했던 것부터 좋아하는 것으로 동선이 이동하는 것을 자연스레 보여준다"며 "예를 들어 퀸즈의 부모님 집에서 짜증나는 식사를 참으며 하던 트럼프가 맨해튼의 사무실 복도를 당당히 걷고, 이사회의 회의실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술과 여자로 가득 찬 파티장으로 향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트럼프의 인간적인 모습을 극대화 한 장면도 눈에 띈다. 트럼프가 첫눈에 반한 체코 모델 이바나에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트럼프는 택시 타고 떠나려는 이바나를 붙잡고 "당신과 아이를 낳고 가정을 만들고 싶다. 사랑한다"는 말로 청혼했고, 둘은 결혼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업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도덕적 타락을 선택한 트럼프는 자신이 스승처럼 따르던 변호사 콘을 욕하며 추방했다. 또 아내 이바나를 비슷한 경멸로 대하고 성폭행까지 한다. 이 부분은 이바나가 이혼소송을 제기하며 주장한 내용을 바탕으로 영화에 포함됐는데, 이바나는 나중에 자신의 표현이 '범죄적 언어로 받아들여지지 않기 바란다'며 한 발 물러서기도 했다. 트럼프는 강간 사실을 부인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 영화는 트럼프의 허영심이나 허세를 따라가며 비웃는 데 그치는 게 아니다"며 "관객들 대부분이 기억하는 미국의 비극(의회난입사건)까지 이어질 영화 속 미래이자 역사적 사실을 떠올리도록 의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신문은 "트럼프가 콘으로부터 배운 3가지 규칙은 결국 미국 대선 결과를 '훔치려는 시도'까지 나타난 셈"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영화는 트럼프 지지자이자 재계 거물인 다니엘 스나이더가 트럼프 성공기로 오해하고 자금을 댔다가 내용을 보고 개봉을 반대하기도 했다. 결국 기존 투자 지분 700만달러(약 95억원)를 총괄 프로듀서가 인수하며 대선을 25일 앞두고 개봉하게 됐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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