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케이션’ 성지에 도전하는 부산… 1박에 4만~5만원 지원

김광수 기자 2024. 9. 1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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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뉴스]일하면서도 휴가처럼 즐기도록 시와 구가 지원
부산역 주변과 해운대 등 가장 좋은 곳에 자리
부산역 옆 아스티호텔 24층에 자리한 부산형 워케이션 거점센터에서 참가자들이 특강을 듣고 있다. 부산시 제공

부산이 일(Work)과 휴식(Vacation)을 겸하는 새로운 근무방식인 워케이션 성지에 도전하고 있다.

부산형 워케이션의 중심은 거점센터인 부산역 옆 아스티호텔 24층이다. 부산시가 2023년 2월 7억원을 들여서 엠제트(MZ) 세대가 선호하는 공간으로 꾸몄다. 708㎡(214평) 규모인데 혼자서 노트북을 켜고 일할 수 있는 50석과 화상대화·휴대전화 통화가 가능한 4실, 행사마당, 회의실 등을 갖췄다. 커튼을 젖히면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무역항인 부산항 북항이 훤히 보인다. 70여 명이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다.

교통이 가장 편리한 부산역 부근에 5개 센터

거점센터와 함께 10~30여 명씩 이용할 수 있는 4개의 위성센터가 잇따라 문을 열었다. ‘더휴일’(영도구 봉래동 2가 115)은 부산대교와 바다가 보인다. ‘씨씨윗북’(영도구 영선동4가 953)은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흰여울마을에 있다. ‘패스파인더’(중구 신창동1가 8-2)는 같은 건물에 독립영화관과 화랑 등 문화시설이 있다.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 부산 송도비치’(서구 송도해변로 113)는 송도해수욕장 앞에 있다.

이들 5개 워케이션센터는 인구소멸지역인 중·동·서·영도구에 있다. 부산형 워케이션센터는 고속철도를 타면 언제든지 다른 지역에서 쉽게 오갈 수 있다. 제주도에도 워케이션센터가 있지만 태풍 등 날씨가 나쁘면 섬에 고립된다. 부산은 교통이 더 편리하다.

부산역 옆 아스티호텔 24층에 자리한 부산형 워케이션 거점센터에서 참가자들이 조별 토의를 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가장 큰 강점은 숙박비 지원이다. 부산이 아닌 지역의 기업체 직원들이 5개 워케이션센터를 이용하면서 중·동·서·영도·금정구호텔에서 숙박하면 최대 10일 동안 1박당 5만원을 지원한다. 처음엔 5박 이상 조건이었으나 8월부터 3박 이상으로 문턱을 낮췄다. 숙박비 15만~50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

2023년 2~12월 324개사 1121명이 이용했다. 20대 45%, 30대 45%, 40대 이상 10%였다. 서울 66%, 경기도 26%, 기타 8%였다. 2024년에는 1~7월 1220명이 이용했다. 20대 35%, 30대 47%, 40대 13%, 50대 이상 5%였다. 서울 55%, 경기 19%, 기타 26%였다. 서울·경기도에 사는 20~30대가 주로 이용했다.

더 주목할 점은 부산에 체류하면서 사용한 돈이다. 부산시가 2023년 2~12월 이용자 1121명 가운데 5박 이상 체류한 627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1인당 평균 소비금액이 103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가 지원한 1인당 평균 숙박료 30만원을 빼더라도 73만원을 더 소비했다. 부산시 관광정책과 관계자는 “교통 접근성이 좋고 8월부터 숙박비 지원 조건이 3박으로 줄었기 때문에 숙박형 이용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침체한 원도심 활력에 도움도 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2024년 5월 송정해수욕장 워케이션센터 이용자들이 옥상에서 저녁을 먹으며 대화하고 있다. 해운대구 제공

해운대구도 2개 워케이션센터 문 열어

해운대구는 5월 부산 기초단체 16곳 가운데 처음으로 워케이션센터 2곳을 개소했다. 청사포 워케이션센터와 송정해수욕장 워케이션센터다. 두 곳 모두 맑은 날에 대마도가 보이는 바다를 앞마당처럼 품고 있다.

청사포 워케이션센터는 해운대해수욕장~송정해수욕장(5㎞)을 오가는 해변열차 세 번째 정거장(2.9㎞)인 청사포 다릿돌전망대역(높이 20m, 길이 72.5m)에서 내려서 100여m를 걸으면 나오는 관광안내소 건물 2층에 있다. 40㎡ 남짓 공간에 업무용 탁자와 빔스크린, 사물함, 주방시설 등이 있다. 조금 비좁기는 하지만 노트북으로 작업하다가 고개를 들면 투명한 창문을 통해 수상스키를 즐기는 이들을 볼 수 있다. 다릿돌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아찔한 바다를 감상하고 곡선 철로를 따라 바닷가를 오가는 해변열차와 왁자지껄한 관광객들을 지근거리에서 보는 재미도 있다.

송정해수욕장 워케이션센터는 해변열차 종점인 송정역에서 내려서 해운대해수욕장 방면으로 400여m를 6분 동안 천천히 걸어가면 나온다. 3층에 올라가면 80㎡ 남짓한 ‘홀리라운지’가 나온다. 이곳에서 대형 투명 유리창을 열면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오고 물멍이 가능하다. 알록달록한 무늬의 해변열차가 바다를 끼며 달리는 모습은 동화책 그림을 떠올린다. 루프톱에서 이용자들과 어울려 식사하거나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신성재 홀리라운지 대표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일하면서 지친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싶다면 이곳이 제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4년 7월 청사포 워케이션센터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원데이클래스’를 열었다. 해운대구 제공

해운대구는 워케이션센터 이용자 가운데 부산이 아닌 지역 기업체 직원이 근처 숙박시설 6곳을 3박 이상 이용하면 1박당 4만원씩 12만원(3박)을 지원한다. 관광시설을 이용하면 3만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서울 소재 중소기업 직원은 숙박비 10만원과 관광시설 이용금액 5만원을 더 준다. 서울 소재 중소기업 직원이 해운대 워케이션센터를 이용하면서 숙박하면 30만원까지 지원받는 셈이다.

김아무개씨는 “좋은 숙박시설과 업무 공간 지원을 받아서 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며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 바다를 원 없이 볼 수 있어 청량함을 느끼며 무더위를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아무개씨는 “업무상 해안에 숙박하는 경우가 많은데 숙박비 지원과 더불어 일할 수 있는 공간까지 제공받으니까 자비를 들여 며칠 더 이용했다”고 말했다.

부산 가서 일하면서 쉬어볼까?

해운대구 워케이션센터가 본격 운영에 들어간 지난 5월부터 8월29일까지 290명이 방문을 신청했다. 이 가운데 이용이 확정된 사람이 110명이다. 110명 가운데 8월29일까지 54명이 이용했고 9월엔 34명이 이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해운대구를 대신해서 워케이션센터를 운영하는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관계자는 “여름휴가 시즌은 워케이션센터 비수기에 해당한다. 9월 이후 예약자가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반응이 나쁘지는 않다”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한겨레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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