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줄어드는 현상은 자연스럽지만, 그 속도와 정도는 건강 상태를 크게 좌우한다. 실제로 노인의 10~16%가 근감소증 또는 노화 관련 근육 감소를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근육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은 운동과 고단백 식단이 핵심 해법으로 제시돼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식품 자체가 유전자 수준에서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연구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접근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과일이 근육 건강과 연결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 가운데 포도를 장기간 섭취했을 때 근육 관련 유전자 발현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결과가 제시되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단순한 영양 공급을 넘어 생리적 기능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언급된다.
2년6개월 실험, 근육 변화 확인된 이유

이번 연구는 총 480마리의 생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수컷과 암컷이 각각 240마리씩 포함됐으며, 장기간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2년6개월 동안 실험이 이어졌다. 이 기간은 노화 과정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시간으로 설정됐다.
실험에서는 포도 분말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도록 설계됐다. 섭취량은 사람 기준으로 환산하면 하루 2인분, 약 1.5컵인 252g 수준이다. 비교적 현실적인 섭취량을 기준으로 설정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장기 섭취 조건 속에서 근육 기능과 관련된 변화를 종합적으로 분석했고, 그 결과 단순한 체중 변화가 아닌 유전자 수준의 차이가 확인됐다.
25개 유전자 변화, 근육 기능 개선 신호

연구에서는 총 25개의 근육 관련 유전자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났다. 특히 근육량 증가와 관련된 유전자 발현은 증가한 반면, 근육 퇴화와 연관된 유전자는 감소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이러한 변화는 실제 근육 기능 개선과도 연결됐다. 즉, 단순히 유전자 신호 변화에 그치지 않고 신체 기능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는 근감소증 예방 전략 측면에서 중요한 단서로 볼 수 있다.
또한 성별에 따른 차이도 주목할 부분이다. 여성에서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으며, 남녀 간 근육 특성 차이가 줄어드는 변화도 함께 관찰됐다. 이는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성별 격차를 완화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레스베라트롤 넘어 ‘전체 식품’으로서 포도 재조명

포도는 이미 다양한 건강 연구에서 주목받아 온 식품이다. 특히 레스베라트롤 성분은 항산화 기능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특정 성분이 아닌 전체 식품으로서의 효과에 초점이 맞춰졌다.
포도에는 1600개 이상의 식물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성분들이 상호 작용하면서 단일 성분보다 더 폭넓은 생리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된다.
기존 연구에서도 심장, 콩팥, 위장, 방광, 인지 기능, 시력, 피부 등에 긍정적인 영향이 언급된 바 있다. 여기에 근육 건강까지 연결되면서 포도의 기능성이 더욱 확장되는 흐름이다.
식단이 유전자 바꾼다, 영양유전체학 의미

이번 결과는 식단이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영양유전체학적 관점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영양소를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 신체 기능 자체를 조절하는 역할로 확장된다.
특히 포도 섭취가 근육 유지와 질병 예방 전략의 보완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운동이나 단백질 섭취 중심의 기존 방식과 병행할 수 있는 접근으로 해석된다.
연구를 이끈 존 페주토는 포도가 유전자 수준에서 근육 건강 개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언급하며, 향후 임상시험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실제 인간 대상 연구를 통해 효과가 확인될 경우 활용 범위는 더욱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