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생활하는 한국 여성 62%가 선호하는 '이 피임법', 장담 못하는 이유

정심교 기자 2024. 9. 2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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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임신은 준비를 했을 때, 원할 때 시도해야 한다. 이런 경우가 아닌 가임기 여성이라면 피임해야 하는데, 성생활을 하는 한국 여성 100명 중 62명이 선호하는 피임법은 실패할 가능성이 큰 '비현대적 피임법'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9월26일 세계 70개국에서 진행하는 '세계 피임의 날'(World Contraception Day)을 맞아, 성공률 높은 현대적 피임법을 알아본다.

질외사정, 임신 가능성 있는 이유는
피임법은 크게 비현대적 피임법(질외사정·월경주기법 등), 현대적 피임법으로 나뉜다. 그중 현대적 피임이란, 피임 실패율이 비교적 높은 '질외사정'과 '월경주기법'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피임법으로 △콘돔 △경구피임약 △사후피임약 △피하이식제(임플라논) △자궁 내 장치(IUD) △난관·정관 수술 등이 해당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여성은 피임을 신경 쓰면서도 정작 과학적으로 입증된 '현대적 피임법'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발표한 '한국여성건강통계 5차 결과'에 따르면 성생활을 하는 만 15~49세 여성의 피임 실천율은 2021년 81.5%였다. '항상 피임을 실천한다'고 답한 여성은 53.4%였다. 반면 '현대적 피임 실천율'은 47.3%에 불과했다.

전 세계적으로 '현대적 피임' 실천율 77%로 우리보다 높다. 현대적 피임 실천율은 동아시아·동남아시아가 87%로 가장 높았고, 호주·뉴질랜드(85%), 라틴아메리카·캐리비안(83%), 유럽·북아메리카(80%)가 그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 여성이 선호하는 피임법은 남성의 콘돔 착용(54%)이 가장 높았고, 월경주기법(32.7%), 질외사정(29.4%)이 그 뒤를 이었다. 콘돔을 제외하면 두 가지(62.1%)가 모두 현대적 피임법에 해당하지 않으며 피임 실패 확률이 높다. 특히 남성이 사정하기 전에 음경을 철회해 성교를 중단하는 질외사정은 효과적이지 않은 대표적인 피임법으로 꼽힌다. 쿠퍼액에도 정자가 소량 들어있기 때문이다. 월경주기법도 25%는 피임에 실패한다.

자궁에 장치 넣으면 3~5년간 피임 효과 유지
가임기 여성의 현대적 피임법 가운데 대표적인 게 '레보노르게스트렐 방출 자궁 내 장치(LevoNorGestrel-releasing IntraUterine Device, 이하 LNG-IUD) 삽입술'이다. LNG-IUD 삽입술을 받으면 피임 실패 효과가 1%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LNG-IUD는 레보노르노르게스트렐을 방출하는 피임장치를 가임기 여성의 자궁 안에 넣어 피임을 유지하는 기술이다. 레보노르게스트렐은 여성 호르몬의 일종인 프로게스테론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합성 호르몬이다. 자궁 내막을 얇게 유지해 수정란의 착상을 방해하고, 자궁경부 점막 변화, 배란 억제를 일으켜 피임을 유도한다.

26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에 따르면 이 연구원은 LNG-IUD 삽입술이 과연 안전하고 효과적인지 확인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수행된 연구 30편을 모아 분석했다. 그랬더니 LNG-IUD 시술 후 피임 실패율은 1% 미만에 불과했고, 피임효과는 3~5년간 지속했다.

시술 이후 발생한 이상 반응으로는 시술 후 초기에 생리 양상(극미량이 피가 묻어나오는 점상 출혈, 불규칙 출혈 감소, 무월경 증가)의 변화가 확인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출혈 관련 증상은 점차 줄어들었고, 대부분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삽입한 LNG-IUD가 질 밖으로 빠져나오는 방출률은 낮은 수준이었다. 또 자궁 내 장치를 제거한 이후에도 불임을 포함해 임신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술로 인한 체중증가는 없었다. 시술로 인해 유방암 발생 위험과 우울증이 증가한다는 일부 연구 결과가 있었으나, 결론을 내리기에는 문헌적 근거가 부족했다. 이 연구원 김민정 보건의료평가연구본부장은 "LNG-IUD의 피임 효과를 명확하게 확인했고, 시술 관련 이상 반응도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볼 수 있다"며 "다만 시술과 유방암, 우울 증상 발생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자궁 내 장치 삽입술의 모식도.
사전 피임 못했다면 약 먹거나 장치 넣어야
사전 피임에 실패했다면 사후 피임을 시도해야 한다. 현대적이면서 응급으로 피임하는 방법으로는 크게 △사후 피임약을 복용하는 방식 △자궁 내 장치를 넣는 방식으로 구분한다.

사후 피임약은 국내에 2종이 나와 있다. 첫째는 '레보노르게스트렐'이라는 호르몬을 함유한 약제인데, 성관계 후 72시간 이내에 이 약 1.5㎎을 한 번 먹으면 배란을 조금 늦추거나 억제할 수 있다. 또 정자가 자궁강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아주고, 혹시라도 만들어진 배아가 착상하는 것도 막아준다. 이 약의 피임 효과는 88% 정도다.

레보노르게스트렐 성분의 사후 피임약을 먹은 여성이 지속적인 성관계를 계획하고 있고 피임해야 한다면 의사와 상의해 '사전' 피임약 복용을 고려할 수 있다. 이 경우 사후 피임약을 먹은 바로 다음 날부터 사전 피임약을 먹을 수 있다.

두 번째는 'UPA(울리프리스탈 아세테이트)'라는 호르몬 제제다. 성관계 후 120시간 이내 약 30㎎을 한 번 먹으면 피임 효과를 낸다. 이 약은 임신을 촉진하는 프로게스테론을 막는 항프로게스테론 제제로, 지속해서 피임해야 한다면 복용 후 5일 정도 있다가 사전 피임약으로 갈아탈 수 있다.

또 다른 피임법으로 자궁 내 장치를 삽입하는 방식은 자궁 안에 구리 소재의 장치(구리 루프)를 넣는 시술이다. 엉켜있는 구리 루프에서 구리 이온이 방출되는데, 이것이 자궁 내막에 작용해 염증을 일으킨다. 만약 사전에 피임하지 못해 수정란이 만들어졌다면 염증 반응을 통해 수정란의 자궁 착상을 방해한다. 성관계 후 120시간 이내 이 구리 장치를 삽입하면 피임 효과는 100%로 알려졌다. 성관계 후 7일 이내 삽입해도 피임률이 99% 이상으로 높다.

구리 루프를 넣었다고 해서 골반염의 발병률이 증가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고된다. 다만 골반에 이미 염증이 있는 여성에겐 이 방법이 권장되지 않는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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