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속기가 부서져 차값 맞먹는 수리비 나온다는 아반떼 경쟁 모델
크루즈 출시 7년이 지난 2015년 모두가 후속을 기다리고 있던 이때, 내/외관을 또 한번 새단장한 2차 페이스리프트 모델 '어메이징 뉴 크루즈'가 출시됐습니다. 경쟁차들이 페이스리프트와 풀체인지를 거치며 상품성을 비약적으로 강화하고 있을 때 크루즈는 한국 GM의 주력 모델임에도 아직 해외 시장에서 잘 나간다는 명목을 내세워 소소한 업그레이드로 대응했어요.
외관은 'Wide & Low'를 내세운 쉐보레의 최신 패밀리룩에 발맞춰 더욱 넓어진 그릴과 LED 주간 주행등, 새로운 디자인의 멀티 스포크 알루미늄 휠로 신선함을 더했고, 호불호가 갈렸던 전작의 리어램프를 매끄럽게 다듬고 번호판을 범퍼 하단에 배치하면서 무게중심을 낮춰 묵직한 말리부와 비슷한 분위기로 꾸몄습니다.
이는 페이스리프트 된 '북미형 전면부'에 '중국형 후면부'를 적용한 구성이었는데, HID 램프는커녕 흔한 프로젝션 헤드램프나 고급스러운 LED 테일램프조차 갖추지 않아 가뜩이나 떨어지는 경쟁력에 쐐기를 박아버렸고, 특히 후면부는 어메이징하게 못생겨졌다며 혹평, 혹자는 추억의 소형차 '아벨라의 재림'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끝물에서는 프로젝션 헤드램프와 함께 하단에 있던 LED 주간주행등을 헤드램프와 통합해 한결 세련된 인상으로 거듭나긴 했는데, 뭔가 이질적인 느낌이 들어서 처음 봤을 때 애프터마켓 제품인 줄 알았어요.
실내는 새로운 브라운 투톤 내장을 제외하면 그대로였지만, 잘된 디자인 하나로 여전히 경쟁력이 있었고 동급에서 유일한 사각지대 경고 장치를 갖춘 것은 좋은 부분이었습니다. 최상위 트림에 내비게이션을 선택하면 2008년 '라세티 프리미어'의 그 모습을 그대로 경험할 수도 있었죠.
라세티 프리미어, 1세대 크루즈는 GM대우의 구원투수이자 한국GM의 주력 차종으로서 엄청난 활약을 펼친 모델이었습니다. 뛰어난 디자인과 상품성, 승차감과 주행 성능의 밸런스가 잘 잡힌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i30가 '조선 골프'였다면 이 크루즈는 '조선 3시리즈'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였어요. 디젤은 수리비도 3시리즈였다는 게 문제였지만요.
대대로 세계 3대 모터 레이싱인 '월드 투어링카 챔피언십'에 참전해 매번 걸출한 성과를 달성하거나 'CJ 슈퍼레이스' 등 국내 모터 스포츠 경기에도 참가해 우승하면서 뛰어난 완성도를 입증하기도 했습니다. 최신형 경쟁차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 안전성도 꾸준한 인기를 끄는 데 한 몫을 든든히 해줬죠.
국내 시장에서는 그 사이 빠르게 세대교체를 이루어 상품성을 강화한 현대 '아반떼'나 기아 'K3'에 밀려 눈에 띄는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단종 직전까지 연평균 2만 대 가까운 실적을 유지하면서 탄탄한 수요층을 확보했어요.
또 전작과 마찬가지로 해외시장에서 크게 활약했는데, 이 1세대 모델만 글로벌 시장에서 400만 대가량 판매됐고, 픽업트럭 '실버라도'와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GM 모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무려 7천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개발비를 투입한 보람은 확실히 있었죠.
여담으로 미국에서 고속도로를 달리던 크루즈가 전복된 트레일러에 깔리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는데 탑승객이 경미한 타박상만 입고 안전하게 구출됐다는 내용이 보도되면서 한동안 국내 자동차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기도 했죠.
한쪽에서는 크루즈의 안전성을 칭찬하는 동시에 '쿠킹호일'이라며 경쟁차를 비방하는 글을 쏟아냈고, 반대쪽에서는 크루즈의 안타까운 사진을 구해 와 대응하는 등 그야말로 난장판이 따로 없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죠. 본의 아니게 고 배기량 엔진을 주력으로 내세우면서 경쟁차에 비해 연비가 나쁜 편이었고, 털어내나 싶었던 대우차 시절의 선입견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심지어 1.8L 모델의 공인연비를 리터당 1km 이상 부풀려 표기했다는 게 드러나면서 소유주들에게 주행거리에 따른 보상금을 지급하는 흑역사를 쓰기도 했어요.
이밖에 서서히 드러난 문제들도 있었는데요. 초기형의 경우 리어 휠하우스 부근에서 차체 부식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고, 가솔린 엔진의 경우 엔진오일에 냉각수가 혼입되는 문제가 배기량을 막론하고 발생해 주기적인 점검이 필요했습니다.
1.8L 모델은 엔진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를 정화해 주는 정화용 촉매가 열변형으로 손상돼 엔진 경고등이 점등되는 고질병이 있어 지난 2017년 리콜 조치가 이루어지기도 했죠.
어느새 머드 축제보다 유명해진 그 미션은 이러다 부서지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심한 변속 충격을 선사했고, 실제로 변속기가 부서져 차값에 맞먹는 거액의 수리비가 청구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어요. 그나마 변속기가 개선된 후기형 모델들은 사정이 좀 나았지만요.
크고 작은 말썽들이 있긴 했지만 4개 회사 준중형차 중 감가가 가장 커서 중고차로는 메리트가 있었습니다. 특히 장거리 운행이 잦은 분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라세티 프리미어와 크루즈로 입문한 뒤 매력에 빠져 말리부로 넘어가는 분들이 꽤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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