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 저는 아이 둘을 키우고 있고 공간 꾸미기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의상 디자이너로 10년을 보내고 현재는 '그로우온유' 라는 인테리어 리빙 브랜드를 8년째 운영하고 있어요.
어릴 적 단독주택에서 자라왔던 저는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며 아파트라는 평범한 공간이 주는 단순함이 너무 지루해서 아이들과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꿈을 꾸다 2년 동안 주택에서 전세살이를 했었고 이때 온라인 집들이도 한번 했었다지요 :)
코로나가 올 줄도 모르고 이사 갔다가 갑갑하지 않게 집콕생활을 했던 좋은 점도 있었지만, 아이 둘을 학교와 유치원으로 왕복 40분의 라이딩을 하게 되었는데, 코로나로 단축수업을 하며 발생된 학교와 유치원의 시간차로 '왔다 갔다'가 '왔다 갔다 왔다 갔다'가 되는 순간 헬게이트가 오픈됐고 초등학교는 걸어가는 게 최고라는 교훈을 심하게 얻고는 올해 다시 아파트로 컴백했습니다 하하-
2년 주택살이가 어찌나 고됐는지 10년 동안 땅 타령을 하던 저는 아파트 예찬론자가 되었답니다. ㅋ (초품아 만세! 새벽 배송 만세!!)
부모님 집이 스튜디오가 되기까지

아파트로 돌아올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제가 어릴 때부터 자라온 집이었던 이곳이 있었기 때문일 거예요 :) 몇 년 전부터 포토그래퍼인 친오빠가 스튜디오를 만들려고 그렇게 구옥을 찾아다니더라고요. 아니, 구옥 여기 있는데?! 우리 집!!
아빠가 지으시고 30년 동안 우리 가족이 살아왔던 저에겐 친정인 부모님의 집이 기다렸다는 듯 그 자리에 있었어요. 결국 부모님을 설득해서 두 분이 아파트로 나오시고 그렇게 집을 고치기 시작했어요. (아파트로 나오신 엄마 아빠도 대만족!)
지금 이곳은 사진 촬영 스튜디오 겸 프라이빗 공간 대관 서비스를 하고 있어요.
이 집은 저희 아빠가 설계하신 집이었어요. 너무 어릴 때라 아무 선택권이 없던 저희 남매가 다 자란 후, 집을 왜 여기다 지었냐고 엄청 타박을 들어오셨는데ㅋㅋ 이렇게 두 남매가 두 손 두 발 걷고 집을 고치게 되었어요. 30년 된 묵은 짐을 빼내고 골조만 남아있는 집은 정말 손볼 곳이 많더라고요.
공사 과정

반셀프로 진행했고, 업체를 통해 천장 철제빔 보강, 실내 온실 제작, 화장실 타일 시공, 마당 데크 시공, 폐기물 철거까지 진행했어요.

그 외 모든 작업을 셀프로 진행했는데 중문 제작, 창틀 시공, 벽 페인팅, 바닥 에폭시, 방바닥 마루 시공, 주방 이동 및 하부장 설치, 조명 설치, 별채 전체 시공(외벽 내벽 페인팅, 바닥 시공, 벽과 문에 창문 뚫기, 조명 설치, 타일 시공, 화장실 공사) 외부 담 제작, 마당 조경까지 전부 직접 작업했어요.

오빠가 진짜 고생 엄청 했어요 ;; 제 남편도 틈틈히 힘을 보탰고요. 두 김 반장님들 고생하셨습니다아- (저도 도왔지만 저질체력이라 정말 어찌나 하찮던지.. 입으로 하는 입테리어 담당이었어요. 쏴리-)

셀프의 단점은 공사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 업체 시공은 2020년 2월경, 한 달이 채 안 되어 마쳤고 저는 집에서 코로나로 학교 안 가는 애들과 씨름할 동안 오빠가 거의 1년을 혼자 고군분투하면서 작업을 해왔어요. 2021년 3월부터 저와 남편이 합류해서 시작한 셀프 시공은 7월 늦은 장마가 지나서 겨우 끝났어요;;

김 반장님들이 힘을 쓰고 저는 홈스타일링으로 공간을 채웠어요 :) 이 공간이 주는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살리고 싶었어요. 다양한 레퍼런스들을 찾아보며 꿈꾸었던 공간을 하나씩 만들어가게 되었어요. 새로 꾸미지만 자연스럽고, 아늑한 느낌이 들도록 내부 외부 가구와 소품을 고르고 필요한 건 제작했습니다.
거실과 마당은 내추럴한 무드로, 본채 공간의 방은 오빠가 좋아하는 레트로 무드로, 별채인 B공간은 제가 좋아하는 화이트 무드로 꾸몄어요. (저는 레트로가 예쁜지 잘 모르겠고, 오빠는 '야 여기 왜이리 하얗고 뭐가 너무 없는 거 아니냐'고 서로 이해 못 하겠다며 ㅋㅋㅋ) 그렇게 각자의 취향으로 완성된 공간은 스튜디오 콘셉트의 다양성을 주게 되었어요 :)
도면

도면 열심히 그려봤어요 :) 중앙에 마당을 두고 본채와 별채로 이루어진 단층 주택이에요.

구옥의 좋은 점이 뭔지 아세요? 오래전 땅을 선점해서 조망과 채광이 진짜 좋다는 거예요. (but, 살고 있는데 바로 앞에 높은 건물 들어오면 폭망) 2년 주택 살이 하면서 처음으로 서향집에 살아봤는데 왜 채광, 채광하는지 살아보니 알겠더라고요. 특히 난방에 약한 주택에서는 생존 문제예요 *0*
그럼 바로 홈스타일링까지 완성된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거실

싱그러운 냄새가 절로 나는 여름날 찍어둔 모습이에요. 곳곳에 놓인 화분과 마당 모든 식물은 엄마께서 가꿔주세요.

기존 천장을 걷어낸 후 박공형 지붕을 그대로 살리고 벽을 트면서 기둥이 사라진 천장을 받치기 위해 철제 빔으로 보강작업을 했어요.(업체)

노출된 벽돌들은 에어브러시 페인팅으로 마감하고(오빠) 천장 안쪽 목재를 가리기 위해 원단을 덧대었어요.(제가) (의상 디자인과 나와서는 할 수 있는 미싱이라고는 직선 박기뿐 ㅋㅋㅋ) 철제빔과 원단이 만나는 경계선 안쪽으로 은은하게 간접등을 달았어요. 셀프 시공의 매력, 자세히 보면 안 돼요 :)

현재 겨울을 보내고 있는 가장 최근의 거실이에요, 겨울이라 폭신한 러그와 트리로 장식되어 있는 모습이에요. 해가 깊이 들어오고 빛의 온도가 달라진 게 느껴지시죠. 이 햇살에 등대고 있으면 노곤노곤 잠이 오는데 잠들었다가 더워서 땀 흘리며 깨는 그런 곳입니다. ㅋ


다이닝 존 맞은편으로는 벽난로와 에어컨이 공존하는 혼돈의 코너가 나와요 :) 에어컨 커버는 제가 제작한 제품인데 차르르한 느낌이 아닌 내추럴한 리넨원단이 이 공간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오빠가 찍은 사진으로 액자를 만들고 제가 오하우스 클래스에서 만든 크리스마스 리스까지, 이 공간에는 저희 남매의 손길이 구석구석 가득 담겨있어요.



이제 거실 한 바퀴를 다 돌았네요. 통창 옆 소파 맞은편 벽은 깨끗한 화이트 벽으로 두고 영화를 보기도 하고 촬영할 때 배경으로 쓰고 있어요.

요건 한여름에 해줬던 우리 딸 생일파티 사진이에요 :) 비어있는 단정한 공간에 오브제만 딱 있을 때 눈과 마음의 평화가 오는 것 같아요 :)

주방


기존에 북쪽에 부엌이 있었는데 남쪽으로 위치를 옮기고 큰 창을 냈어요. 모든 창문의 프레임 제작, 수도 연결과 하부장 및 싱크대 연결 설치 전부 오빠가 했는데 돈 받고 할 수 있는 마감은 아니지만 실력이 점점 늘고 있어요? (창틀 만들고서 "어? 잘 맞네?" 하더라는 ㅋㅋㅋ)

원래는 우리나라 집 짓는 국룰대로 북쪽에 부엌이 위치하는 답답한 배치였는데, 이렇게 남쪽에 위치하니 해도 잘 들고 사진을 찍어도 얼마나 예쁘게요?

빛이 가득 들어오는 주방은 여자들의 로망 아니겠어요 :)



밖에서 보면 이런 느낌이랍니다. :)

부엌과 거실 사이에 노란 소파를 파티션 삼아 공간을 분리했는데, 높이가 낮아 갑갑하지 않으면서도 내추럴한 무드의 공간에 컬러 포인트가 되어 좋아요.

오빠가 키우는 강아지 '안녕이'에요. 네 살 수컷 시바견이고요. 저희 공간의 마스코트이자 영업담당입니다. ᵔᴥᵔ


부엌 옆에는 기존에 현관으로 쓰던 문이 있고 문밖에는 실내 온실을 만들었어요. 문은 온실이 잘 보이도록 통유리로 개방감 있게 만들었어요. 이 문도 오빠가 만들었는데 정말 잘 만들었단 말이죠! (비록 문 아래쪽에 친환경 최첨단 공기 순환 통로 구멍이 떡하니 뚫려있지만요, 코로나라 환기의 중요성이 아무래도 흠 ㅋㅋㅋ)

부엌 반대쪽은 다이닝 존으로 짙은 우드 컬러의 월 시스템 선반과 테이블을 배치했어요. (가을의 모습)


현재는 마당과 온실에 있던 식물들이 월동준비를 하면서 실내로 가득 들어와있답니다.
별채 공간 Before

마당 맞은편에 있는 별채 공간이에요. 거의 창고처럼 사용했던 곳이라 외관도 내부도 전부 싹 바꿔야 했어요.

공사 중간중간 찍었던 사진들이에요. 문도 뚫고 창문도 뚫고 아치 문틀도 만들고 외벽 페인팅, 내부 페인팅, 바닥 에폭시, 화장실 대공사까지. 한창 예쁘던 봄날, 매일 공사의 연속이었어요.



이 공간은 제 마음대로 꾸민 공간이에요. 창문 이렇게 뚫어줘, 조명 요기 달아줘, 말만 하면 두 반장님들이 뚝딱뚝딱 만들어줬어요! 기존에 아파트도, 전세살이 했던 주택도 제 마음대로 창문을 뚫지는 못했으니까요.


'아 예쁘다' 싶은 사진자료 속 공간은 단열 잘 되는 두꺼운 이중 샷시가 아니었어요 •᷄⌓•᷅
세로형 창문을 새로 뚫어 서향에서 오는 늦은 햇빛도 공간에 담을 수 있게 하고 기존의 미닫이 샷시도 걷어내고 픽스창으로 바꾸면서 액자 프레임처럼 깔끔하게 마감했어요.
쓸데없이 넓기만 했던 전면 창문도 아랫부분은 가벽을 치면서 창문 폭을 와이드로 바꿨더니 지저분하게 보이던 시야가 좁아지면서 계절의 변화를 예쁘게 담아내게 되었어요 :)

별채 공간 After


별채 공간은 계절별로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
마당 Before

보이는 저 벽은 옆집 외벽인데 옆집 아저씨 찾아가서 허락받고 페인팅을 했어요.

어이구 속이 다 후련!!
마당 After

저희 공간의 시그니처인 단풍나무예요. 30년 전 심었던 작은 묘목이 이렇게 큰 아름드리나무가 되었어요. 원래도 색이 예뻐서 가을마다 늘 감탄하던 나무였는데 이번에 오시는 분들마다 너무 좋아해 주셔서 '아.. 진정 이날을 위해 심었나ㅋㅋ' 싶을 정도로 올가을, 엄청 사랑받았네요 :)

참, 저희 마당에서 가수 이무진님의 '가을 타나 봐' 뮤직비디오도 찍었어요 •ܫ•




아주 오래전, 잔디밭이었던 마당은 키우던 리트리버 두 마리가 깽판을 친 다음 완전히 망가지고 그 후 황무지로 지냈었는데 이번에 데크를 깔고 관리하기 좋은 면적만 남겨서 정원을 만들었어요.
글을 마치며

공사 과정부터 공간 안팎으로 설명하다 보니 글이 길어졌네요 'ᴗ' 오늘의집에 공간 사진을 올릴 때마다 주택인지 상업공간인 건지 사무공간인 건지 늘 고민됐었는데 저희가 살았던 공간이니 주택도 맞고, 오빠가 작업실로 사용 중이니 사무공간인 것도 맞고, 스튜디오로 손님을 받으니 상업공간인 것도 맞고 이 공간을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 달라지겠죠 ᵔ-ᵔ
어릴 때부터 자라온 소중한 공간을 예쁘게 고치고, 또 와주신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모습을 보면 이 공간을 공유하길 정말 잘한 것 같아요.
긴 이야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따뜻한 연말 되시길, 설레는 새해가 되시길 바랄게요 ღ'ᴗ'ღ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