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증 '20', 나품 량이 많다"…가짜 신분증 업체의 수상한 어투

정세진 기자 2023. 1.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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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NS

"민증(주민등록증)은 20(만원), 운전면허증은 30(만원)입니다. 서울 배송비 5만원입니다."

5일 오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민증제작'을 홍보하는 업체에 메신저로 연락을 하자 곧 답이 왔다. 모든 문서를 제작한다는 그는 가격을 안내하면서 오전 11시쯤 주문한 주민등록증을 서울 지역에서 오후 4시 30분이면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최근 단속이 심해져서 퀵서비스나 우편으로 전달할 수는 없고 자신의 직원이 직접 나가서 제작한 주민등록증을 넘겨주고 물건을 받는 방식으로 거래한다고 했다.

연말 연시를 맞아 SNS에서는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을 제작해준다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음식점 점주 등이 위조된 신분증을 검증하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공항검색대 통과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날 SNS에서 신분증을 제작한다는 광고를 보고 기자가 연락한 '민증' 제작 업체는 모두 3곳. 가격은 8만원에서 20만원까지 다양했다. 일부 업체는 구매자의 후기까지 광고했다.

이들은 색변환문양이나 돋음문자, 레이저 인쇄 등 위변조 방지 요소가 추가된 2020년 1월 이후 발급된 주민등록증에 대해선 제작 비용을 더 받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연말 또는 연시에는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며 가격을 낮춘 광고글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광고글에 나온 메신저 아이디를 통해 한 업체에 연락하자 △이름(한자이름 포함)△주민등록 번호△기재주소△발급일자 △배송받을 주소 △연락처를 요구했다. 2만원을 송금하면 제작에 돌입하고 제작된 실물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면 그때 20만원을 입금해달라고 했다. 배송비 5만원을 더 입금하면 직원을 통해 원하는 지역에서 신분증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5일 자신을 '민증제작업자'라고 소개한 사람이 제작했다는 '민증'./사진='민증'제작 업자

그는 "저의(저희)는 전문 위조 하는 업체라 매일 나품(납품) 하는 량(양)이 많다"고 소개했다.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는데 문제는 없었지만 기본적인 한글 맞춤법을 잘 모르는 듯했다.

기자가 서울 동대문구로 배송해줄 수 있냐고 묻자 "마침 그쪽으로 그 시간에 주문 물건 2건 잇다"며 "한길에 배송하면 된다"고 답했다.

그는 '공항 검색대나 싸이패스(신분증 검사기)를 모두 통과할 수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형법에 따라 주민등록증을 위·변조하거나 위·변조된 주민등록증을 사용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또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을 부정하게 사용한 사람은 주민등록법 제 37조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 같은 광고글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 등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광고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법규가 마련돼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관련 광고를 첩보 삼아 본건 범죄를 수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처벌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주문제작까지 이어지지 않았지만 이 같은 방식으로 제작한 가짜 신분증은 호프집 등 요식업소에서 실제 사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영업자가 가짜 신분증을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수 자영업자들은 주류를 주문하는 고객이 청소년으로 의심될 때 ARS(자동응답서비스) 1382나 정부 24 홈페이지를 이용한다. 두 서비스 모두 주민등록번호 13자리와 발급일자의 일치 여부를 기준으로 진위 여부를 판별한다. 누군가 주민등록증을 습득해 주민등록번호와 발급일자를 제작업자에게 넘겨 가짜 신분증을 제작한다면 정부 24 홈페이지와 ARS 서비스로는 이 신분증을 오히려 '진짜 신분증'으로 판별한다.

민간업체가 제작한 신분증 검사기계를 사용하는 자영업자도 있지만 이 기계의 성능에 대해선 행정안전부 등 정부기관이 보장하지 않는다.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하거나 청소년 출입 또는 고용 금지 업소에 출입시킨 자영업자는 관련 처벌(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피하기 어렵다. 또 식품위생법은 식품접객영업자가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했을 경우 1차 적발 시 영업정지 60일을 명력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 중 청소년 보호법의 형사처벌에 대해선 면책 조항이 없고 식품위생법의 경우 업주가 적극적으로 신분을 확인하려는 노력이 입증돼야만 영업정지 처분에 대해 면책받을 수 있다.

주민등록증 발급 등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행안부)는 위·변조가 어려운 모바일 신분증을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업장에서도 쉽게 모바일 신분증의 진위 여부를 검사할 수 있다"며 "모바일 주민등록증을 사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업주들이 스마트폰에 정부 24앱을 설치하면 검사하려는 모바일 신분증의 QR코드를 통해 쉽게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카드 형태의 주민등록증은 한국조폐공사에서 제작하지만 정교하게 만든 가짜 신분증을 일반인이 구별하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행안부는 위·변조가 어려운 QR코드 방식을 적용한 모바일 주민등록증 사용을 권장한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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