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덴마크 방산 사상 최대' 1.5조 호위함 수주전 출격

유럽의 작은 강소국 덴마크가 방산 역사상 최대 규모의 호위함 사업을 추진하면서 전 세계 조선업계의 시선이 코펜하겐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1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 4700억 원에 달하는 이 거대한 사업을 두고 프랑스, 영국, 독일, 스페인 등 유럽 방산 강국들이 일제히 출사표를 던졌는데, 그 한복판에 한국의 HD현대중공업이 당당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HD현대중공업이 내세운 카드가 바로 '가격'과 '속도'라는 것이죠.

유럽 경쟁사보다 20~30% 저렴한 가격에, 3척 가격으로 4척을 안겨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들고 나왔습니다.

과연 NATO 동맹이라는 정치적 장벽을 뚫고 한국 조선업이 또 한 번 유럽 시장을 흔들 수 있을지, 그 치열한 수주전의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덴마크 방산 사상 최대 사업, 그 규모와 의미


덴마크 공영방송 DR의 보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차세대 덴마크 호위함 건조 입찰에 공식 참여했습니다.

사업 규모는 약 10억 달러로 추정되는데, 이는 덴마크 방위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죠.

단순히 함정 몇 척을 사는 거래가 아니라, 덴마크라는 국가가 향후 수십 년간 운용할 핵심 해상 전력을 결정짓는 세기의 사업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번 입찰에서 HD현대중공업이 맞붙어야 할 상대들의 면면도 화려합니다.

프랑스의 나발그룹, 영국의 밥콕, 독일의 NVL, 스페인의 나반티아, 그리고 덴마크 자국 컨소시엄까지 유럽 방산업계의 내로라하는 강자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사실상 유럽 호위함 시장의 챔피언을 가리는 결승전이라고 봐도 무방한데, 이 무대에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한국 기업이 진출한 것입니다.

지난 3월 덴마크 총선 이후 연정 구성과 국방부 인사가 마무리되면 입찰 절차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며, 이르면 연내에 사업자가 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HDF-6000, 한국이 내놓은 야심작


HD현대중공업이 덴마크에 제안한 함정은 6000톤급 수출형 호위함 'HDF-6000'입니다.

이 함정은 한국 해군의 기술력과 운용 경험이 집약된 모델로, 수출 시장을 정조준해 개발된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6000톤급이라는 체급은 현대 호위함 트렌드에서 다목적 임무 수행에 가장 적합한 크기로 평가받고 있죠.

김재락 HD현대중공업 해외영업담당 상무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사 함정의 핵심 강점을 두 가지로 압축했습니다.

바로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과 신속한 인도 능력입니다. 김 상무는 "유럽 경쟁사보다 20~30% 저렴하다"고 자신감 있게 설명했습니다.

이어 "덴마크는 3척 가격으로 4척을 확보할 수 있다"며 "첫 번째 함정 인도도 계약 체결 후 3년 6개월 안에 가능하다"고 덧붙였는데, 이는 유럽 조선소들이 일반적으로 제시하는 일정을 크게 앞당기는 수준입니다.

'6년간 납기 무결점' 신뢰가 만든 차별화


방산 시장에서 가격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약속한 날짜에 물건을 인도하는 능력'입니다.

이 부분에서 HD현대중공업은 현지 언론으로부터 상당한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이죠. 지난 6년간 함정 인도 일정이 단 한 건도 차질을 빚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히려 여러 척을 예정보다 앞당겨 인도한 사례까지 있어서, 유럽 조선소가 1척을 공급할 시점에 HD현대중공업은 4척을 납품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런 빠른 인도 능력은 현재 덴마크 정부에 매우 매력적인 카드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에 대한 무력 병합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 덴마크의 안보 환경은 급격히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죠.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지난해 2월 기자회견에서 "지금 중요한 것은 오직 하나, 바로 속도"라며 "현실적으로 우리는 뒤처져 있다"고 강한 위기감을 드러냈습니다.

트로엘스 룬드 포울센 국방부 장관 역시 "덴마크 재무장의 원동력은 속도다"라고 거듭 강조한 바 있는 것입니다.

변수도 만만치 않다, 유럽산 선호와 정치적 고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입찰에서 인도 시기가 결정적인 평가 요소가 아닐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됩니다.

덴마크는 2011년 취역한 이베르 휘펠트급 호위함 3척을 현재 운용하고 있어서, 당장 전력 공백이 큰 노르웨이나 스웨덴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입니다. 시간적 여유가 어느 정도 있다는 의미죠.

이베르 휘펠트급 호위함

더 큰 변수는 유럽산 무기체계를 선호하려는 정치적 기조입니다.

덴마크는 NATO 회원국으로서 동맹 차원의 무기 구매 흐름을 무시할 수 없는 처지이며, 자국 내에서 함정 건조를 상당 부분 진행하길 희망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유럽 경쟁국들은 정부 차원에서 수주전을 적극 지원하며 경쟁을 가열시키고 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는 국방부 고위 인사가 탑승한 호위함을 코펜하겐 랑겔리니항으로 직접 파견하는 외교적 시위까지 벌였고, 영국 역시 키어 스타머 총리가 직접 사업을 챙기는 분위기로 알려졌습니다.

현지화 카드로 정면 돌파, 기술 이전까지 약속


HD현대중공업은 이런 유럽산 선호 기조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꺼내 들었습니다.

유럽산 무기체계 탑재부터 덴마크 현지 생산까지 모두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인 것이죠.

김 상무는 "이미 여러 덴마크 조선소를 방문해 그들의 역량을 충분히 파악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첫 번째 함정은 한국에서 건조하지만 동시에 기술 이전을 추진해 후속 모델을 현지에서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현지 건조 시에는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솔직하게 인정했습니다.

김 상무는 "현지 건조 시 가격이 30~50% 정도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이는 덴마크 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와 비용 효율성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에 달려 있다고 보입니다.

NATO 동맹 고려로 유럽 기업이 선정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김 상무는 "정치적 선호와 실제 구매 결정은 별개로 봐야 한다"며 분명한 선을 그었습니다.

그는 "납세자와 당국은 예산 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납기일 내에 최적의 가격으로 최상의 솔루션을 얻을 권리가 있으며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폴란드의 성공 방정식, 덴마크에서 재현될까


HD현대중공업의 도전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한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K-방산이 폴란드에서 거둔 역사적인 성공의 배경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외교적·정책적 지원이 있었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죠.

김 상무는 "한국 정부도 방산 기업 지원에 매우 적극적이다"라며 "폴란드에 방산 수출을 진행하는 동안 정부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역할을 했으며 덴마크와의 거래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덴마크 호위함 사업은 단순히 함정 몇 척을 수출하는 거래를 넘어선 의미를 지닙니다.

한국 조선업이 유럽 방산 시장의 본산에서 정상급 경쟁자들과 정면 승부를 벌이는 무대이며, 만약 수주에 성공한다면 K-방산의 지평을 지상 무기에서 해상 플랫폼으로 본격 확장하는 결정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가격과 속도라는 무기를 들고 NATO의 심장부에 도전장을 내민 HD현대중공업이 과연 또 하나의 신화를 써 내려갈 수 있을지, 그 결과에 한국 방산업계 전체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