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Stuff] 땅의 질감 느껴지는 고성능 트레일러닝화

윤성중 2024. 10. 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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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km 오르막을 오르는 데 40분 걸렸다.

1km를 가는 데 13분 걸린 셈이다.

호카 텍톤X 3에는 이빨이 달렸다.

겉면이 물컹거리는 한편 발이 이리저리 뒤틀릴 수 있는 '텍톤X 3'는 그러니까 이 불안한 지면을 빠르게 그리고 별 무리 없이 가는데 최소한의 기능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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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카 텍톤 X 3
호카 텍톤 X 3. 고성능, 고사양 트레일러닝화다. 목부분의 튀어나온 부분은 작은 돌멩이나 모래가 신발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게이터'다.

3km 오르막을 오르는 데 40분 걸렸다. 1km를 가는 데 13분 걸린 셈이다. 하아, 저 시간을 어떻게 줄일까? 나는 이 코스를 여러 번 올랐다. 40분 기록을 깨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 그때마다 국내 트레일러닝 최고 실력자들을 떠올렸다. 그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갈 것이다. 6분 페이스로 가파른 길을 홀연히 통과할 것이다!라고 중얼댔다. 이번에도 똑같이 주문을 외면서 올랐다.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참고 기어올랐다. 멈추지 않았다. 심박수가 200을 찍었다. 꼭대기에 도착해서 시계를 확인했다. 와, 이건 너무 느린데. 나는 돌멩이가 굴러다니는 산길을 무심하게 달려 내려갔다.

그보다 며칠 전엔 설악산 서북주능을 종주했다. 서북주능을 지난 다음 공룡능선을 타고 마등령으로 내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중간에 체력이 바닥나서 계획을 포기하고 한계령에서 탈출했다. 이른바 엉망진창, 대충, 실패의 연속인 나날을 보냈다.

신발 겉면은 '매트릭스' 섬유가 쓰였다. 가볍고 내구성이 좋은 원단이다. 통기성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패배했다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모든 게 다 쓸모없다고 느끼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성취감 대신 나는 발밑에서 두근대던 땅의 진동을 생각했다. 으르렁대면서 "꺼억" 트림하는 바위의 지독한 입냄새도 떠올렸다. 무섭고 더러웠지만 기분이 좋았다. 누군가가 나에게 "산이 좋은 게 아니라 산에서 걷고 뛰는 자신이 좋은 게 아닌가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해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걷고 뛰면서 원초적인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산 말고 또 뭐가 있습니까?" 언젠가 나는 많은 사람에게 산에서의 이런 기억들을 두고 '찬란했던 것'이었다고 말할 것이다. 그래서, 그럼에도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밑창은 비브람 소재가 쓰였다. 접지력이 좋다. 귀때기청 너덜지대에서 문제 없었다.

호카 텍톤X 3에는 이빨이 달렸다. 바위를 디딜 때마다 "가가각!" 갈리는 소리가 난다. 발밑의 흙과 바위의 질감이 느껴진달까? 그 이빨이 너덜지대의 바위를 확실하게 물었다고 나는 느꼈다. 덕분에 미끄러질 것 같은 화강암 경사면에서 끄떡없이 버티고 섰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텍톤X 3는 설악산 귀때기청봉의 너덜지대를 통과하기에 최적의 물건은 아니다. 흙길이 아닌 바윗길을 안전하게 가려면 보다 투박하고 단단한 중등산화가 필요하다. 겉면이 물컹거리는 한편 발이 이리저리 뒤틀릴 수 있는 '텍톤X 3'는 그러니까 이 불안한 지면을 빠르게 그리고 별 무리 없이 가는데 최소한의 기능을 가졌다. 이른바 군더더기를 모두 제거한 미니멀한 '중등산화'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신발의 제대로 된 성능을 느끼려면 그에 맞는 산행 실력과 체력을 갖춰야 한다. 텍톤X 3는 선수용 신발이라는 뜻이다. 이 신발을 신고 가만히 서 있으면 발바닥에 은근한 긴장감이 느껴지는데, 이것은 서 있지 말고 빠르게 걷거나 달리라는 신호다. 빠르게 걷거나 달리면서 느낄 수 있는 땅의 질감은 이 신발이 주는 또 다른 장점이다. (발목에 달린 게이터 덕분에 신발 안으로 돌멩이가 들어가는 일이 없다. 하지만 이 게이터는 신발을 신고 벗는데 약간 불편하다.) 무게 270mm 1족 기준 275g.

*매트릭스(Matryx®) 어퍼?

프랑스의 원단 제조업체 샤마텍스(Chamatex)에서 만든 고성능 원단이다. 내구성과 통기성이 좋은 한편 가볍다고 알려져 있다. 트레일러닝화를 비롯해 축구화, 테니스화 등 여러 스포츠 분야의 용품 생산업체로부터 최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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