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분석]'포털서 AI로 확장' 네이버, 투자 전문가 '눈길'
지난 10년 동안 네이버 사외이사는 경영·투자 전문가들이 주를 이뤘다. 네이버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콘텐츠 △커머스 등 신사업을 발굴한 가운데 사외이사 명단에 의료·공학·법률 전문가들도 이름을 올렸다.
사외이사는 기업의 의사결정에 간접적으로 참여해 경영활동을 감시한다. 주로 대주주와 관련 없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돼 경영 방향에 관한 조언을 건넨다. 네이버 사외이사들은 연구개발(R&D) 전문 자회사 네이버랩스 투자, 웹툰 사업 분할·투자, 북미 소비자간 거래(C2C) 플랫폼 '포시마크' 인수 등 주요 사업 확장 과정마다 의견을 냈다. 회사는 오는 26일 정기주주총회에서는 금융·투자 전문가인 변재상 전 미래에셋생명 사장, 이사무엘 전 모건스탠리인베스트먼트 아시아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한다.
'경영·컴퓨터공학 전문가' 클라우드 사업 기반 마련
네이버는 2000년대 포털로 성장한 뒤 2010년대 들어 정보통신기술(ICT) 전반에 걸쳐 사업을 확장했다. 네이버의 사외이사진은 2013년까지 5명으로 구성되다 2014년 4명으로 변화했다. 임기는 3년이다. 이 시기 사외이사는 △이종우 숙명여대 ICT융합공학부 교수(컴퓨터공학 전문가) △김수옥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이문자 한국MSD(글로벌 제약사) 상무 △정의종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홍준표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 등이다.
당시 네이버는 모바일 환경에 적응하고, 클라우드 사업 확장 기반을 닦았다. 사외이사가 이와 관련해 다룬 대표적인 의안은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과의 분할합병계획 승인의 건(2014년)', '웍스 법인 설립의 건(2015년)'이다.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은 네이버클라우드의 전신이다. 네이버는 2014년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의 광고·플랫폼 사업부문과 정보기술(IT)인프라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했다. 광고·플랫폼 사업부문은 네이버가 흡수합병해 모바일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은 IT인프라에 주력했다. 이는 지금의 클라우드 사업으로 발전해 AI, 협업툴 등 각종 서비스의 발판이 됐다.
2015년 네이버는 협업툴 서비스 웍스 사업을 분사해 웍스 법인을 설립했다. 네이버웍스는 메일·메신저·드라이브·주소록·파파고 등 네이버의 각종 서비스를 하나로 합친 협업툴이다. 현재 네이버의 초거대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 X' 적용으로 생성형AI 생태계를 확장하는 창구가 됐다.
숙원사업 '디지털헬스케어'…의료전문가 영입
네이버의 클라우드사업은 디지털헬스케어 사업으로 이어진다. 사외이사 중 홍준표 서울아산병원 교수와 글로벌 제약사 MSD 출신 이문자 전 한국MSD 상무가 관련 전문성을 지녔다. 특히 홍 교수가 사외이사를 맡은 2018~2020년 네이버는 디지털헬스케어 사업 투자를 진행했다. 일례로 대웅제약, 분당서울대병원과 합작법인 '다나아데이터'를 설립하고 AI기반 진단·치료·예방 서비스를 추진했다.
이 시기 정부의 데이터 규제 개선책 추진으로 디지털헬스케어 산업 발전 기대감이 높아졌다. 2018년 정부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을 추진했다. 비식별화한 개인 데이터의 민간 사용 허용이 골자다. 당시 네이버 이사회는 '의료정보데이터 확보를 위한 신규 법인 설립의 건'을 의안으로 올렸다.
현재 네이버의 디지털헬스케어 사업은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추진된다. 국내 대형 병원과 AI응급시스템 협력, 노인 돌봄 서비스 AI케어콜 등이다. 또 네이버는 2021년 '헬스케어연구소'를 설립했다. 소장은 나군호 전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가 맡았다. 나 소장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사외이사를 지낸 홍 교수와 연세대 의대 동기다.
금융·투자 전문가 영입…'네이버랩스·콘텐츠' 투자 확대
2010년대 후반부터 주로 금융·투자 전문가가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2018년부터 △이인무 KAIST 경영대학 교수(지배구조 전문가) △정도진 중앙대 경영대학 교수·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 팀장 △이건혁 신한금융그룹 미래전략연구소 대표가 선임됐다. 노혁준 전 판사는 2022년부터 유일한 법률 전문가로 이름을 올렸다. 이달 말 선임 예정인 △변재상 전 미래에셋생명·증권 대표 △이사무엘 전 모건스탠리인베스트먼트 아시아 CEO도 금융·투자 전문가다.
2019년부터 네이버는 네이버랩스(AI·로봇 등 연구개발 자회사), 웹툰, 스노우(AI 아바타 생성 서비스)에 매년 유상증자 참여 등을 통해 투자를 지속했다. 2022년엔 북미 최대 C2C 플랫폼 포시마크를 인수해 커머스 사업을 확장했다.
네이버랩스에서 개발한 △AI △디지털트윈플랫폼 △로봇 등 신기술은 최근 중동 진출 중심이 됐다. 한국·일본·프랑스·북미 지역에 진출한 네이버웹툰 사업을 총괄하는 미국 법인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올해 미국 증시 상장 예정이다. 커머스 부문은 지난해 네이버 매출 비중 26%를 차지하는 효자 사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10년 동안 사외이사가 이례적으로 전원 보완 의견을 낸 건은 2017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 투자'다. 당시 일각에서 네이버가 배달앱 시장에 들어올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네이버는 배달앱 시장에 직접 진출하지 않았지만, 네이버쇼핑 관련 배송 서비스를 내놓았다. 2019년 시작한 '네이버 동네시장'은 각 지역 전통시장이 입점해 지역 내 주문 접수·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후 2022년 이사회는 배달 서비스 방향성에 관해 논의했다. 네이버쇼핑 내 도착보장관 등 관련 서비스 출시를 지속했다.
윤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