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녀가 다녀간 뒤 방을 정리하다 벽에 걸린 달력을 보았습니다. 여기저기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습니다.처음에는 아이의 장난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동그라미가 그려진 날짜를 하나씩 확인하고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달력에 그려진 빨간 동그라미
손녀는 이번 주말 내내 할머니 방에서 놀다 갔습니다. 색연필을 달라고 하더니 한참을 달력 앞에 서 있었습니다. 무엇을 그리느냐고 물어도 비밀이라며 웃기만 했습니다. 아이들이 돌아간 뒤에야 달력을 제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 몇 달 치 달력 곳곳에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동그라미 속 날짜의 의미
첫 번째 동그라미는 제 생일이었습니다. 그다음은 손녀네 가족이 다시 놀러 오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매주 일요일마다 작게 전화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혼자 있을 때 심심하지 않게 전화하는 날을 정해 둔 것이었습니다. 삐뚤빼뚤한 글씨를 보는데 눈앞이 흐려졌습니다.

약속을 지키는 손녀
그 주 일요일 저녁 정말로 손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할머니 달력 봤느냐며 자랑스럽게 물었습니다. 저는 동그라미 덕분에 한 주가 기다려진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손녀는 다음 달 달력에도 동그라미를 그려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제 제 방 달력은 손녀와 나누는 약속장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이 마음을 쓰고 있습니다. 작은 표시 하나에도 큰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손주가 남기고 간 흔적이 있다면 한 번 더 들여다보시길 바랍니다. 그 안에 할머니 할아버지를 향한 마음이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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