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헤즈볼라 대공습…중동서 커지는 확전 우려
레바논에서 37명의 사망자와 3000여 명의 부상자를 낸 무선호출기(삐삐)·무전기 폭발 사건으로 중동에서의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타깃으로 군사작전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이란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저항의 축’이 이에 맞서 행동에 나설지가 관건이다.
삐삐 폭발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이스라엘은 공중과 지상에서 양동작전을 펼치며 헤즈볼라에 대한 대규모 공격에 나섰다. 19일(현지시간) 전투기를 동원해 레바논 내 접경지에 위치한 헤즈볼라의 다중로켓 발사대 등을 폭격했다. 이번 폭격은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이후 가장 강력한 공격이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스라엘 지상군 역시 레바논 남부의 무기 저장고 등을 공격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시간이 갈수록 헤즈볼라는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에도 헤즈볼라와 공습 및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는 등 그동안 간헐적 교전을 벌여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이후 주된 교전 대상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였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제 가자지구의 하마스 소탕 작전을 대체로 마무리했다고 판단하고, 주공격 대상을 레바논의 헤즈볼라로 이동하는 모양새다.
헤즈볼라와 무관한 레바논 민간인까지 희생된 것은 이번 사태의 변수가 될 수 있다. 그간 반이스라엘 투쟁은 시아파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가 주도하는 형국이었지만, 레바논의 정부를 분점한 수니파와 기독교 등 다른 종교 세력들도 반이스라엘 흐름에 올라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정적 변수는 이란과 하마스-헤즈볼라-후티(예멘 반군) 등 무장세력이 동시에 무력 행동에 나설지다. 미국과 서방은 삐삐 폭발 사건의 확대를 막기 위해 외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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