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차별없는노조 "사용하지 않는 빈 사무실 있는데…"

김예리 기자 2023. 5. 2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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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차별없는노조'에 사무실 제공 거부…위법 논란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무늬만 프리랜서'였던 MBC 방송작가들이 꾸린 MBC 차별 없는 노동조합이 MBC에 노조 사무실 제공을 요구했으나 거부 당했다.

차별없는노조는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노조는 가장 먼저 노조 사무실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며 “(다수노조인) 1노조 언론노조 MBC본부와 또다른 노조 MBC노동조합에는 제공한 사무실을 거절한 것”이라고 밝혔다.

차별없는노조는 MBC 법무팀에 이메일 공문을 보내 지난 3월부터 노조 사무실과 온라인 게시판 제공을 요구했다. MBC는 온라인 노조 게시판 설치 요구에는 응했으나 사무실의 경우 요청한 지 한 달 만에 제공이 어렵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왔다. 차별없는노조는 “MBC 건물 곳곳에 사용하지 않고 방치하는 공간이 여럿”이라며 “(사무실 제공 거절은) 조합원들이 모여 논의할 공간을 주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고 밝혔다.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판례에 따르면 회사가 복수의 노동조합 중 한 곳에만 노조 사무실을 제공하는 것은 위법하다. 서울행정법원은 2018년 한국타이어와 한국타이어 교섭대표노조가 소수노조인 민주노총 한국타이어 지회에 사무실 등을 제공하지 않은 것이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조영신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사용자는 노조에 대해 노조법상 공정의 의무를 지는데, 다른 노조에 제공했던 사무실을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소수노조에만 제공하지 않는 것은 공정 의무를 위반한 차별 대우에 해당할 여지가 높다”고 말했다.

김은진 차별없는노조 위원장은 “회사는 공간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직원 눈에는 긴 기간 사용하지 않는 빈 사무실 공간이 있다. 의지만 있다면 제공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며 “업무 협약한 법률사무소와 함께 추후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차별없는노조는 이날 노조 게시판에 '노조의 다짐'도 게시했다. 게시판이 생긴 뒤 첫 글이다. 차별없는 노조는 △우리는 존중하고 존중받겠다 △계급 짓지 않는다. 우리는 똑같은 노동자 △부당한 대우에 맞서 싸운다 △입으로도 눈빛으로도 갑질하지 않겠다 △정치 이념으로 편가르지 않겠다 △보복하지 않겠다 △공정하다는 착각도 하지 않겠다 △포기하지 않겠다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 등 10가지 목표를 담았다.

▲MBC차별없는노조가 게시판에 게시한 다짐 갈무리

김은진 위원장은 “노조 목표를 게시판에 올린 뒤 기자를 포함한 구성원들이 여러 경로로 '와닿았다', '깊이 공감한다'는 반응을 해줬다. 쉬운 언어로 직접적으로 표현해 다소 거칠어보일 수 있지만 진심이 일부라도 전달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10가지 다짐에 대해 “비정규직 문제는 비단 MBC만의 문제도 아니고, 차별을 얘기하면 더 큰 공격으로 돌아올까 겁도 난다. 그러나 잘리지 않기 위해 모욕과 차별을 받아들이면 우리 노동력은 더 싼 값에 착취 당할 것”이라며 “이 같은 비정규직들의 경험을 다짐에 담았다. 많은 다른 MBC 노동자들에게 적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MBC 언론 담당자는 “소수노조를 존중하고 조합원들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현재로서는 긴축 경영 기조에 따라 공간 재배치와 축소가 최우선 과제로 차별없는노조 사무실 제공은 당장은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향후 공간 재배치 등이 마무리 되면 재논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MBC 방송작가 6명은 지난 3월 차별없는노조를 출범했다. 이들은 MBC에서 이른바 무늬만 프리랜서로 일하다 부당 해고와 법적 다툼, 근로감독 등을 거쳐 노동자성을 인정 받은 작가들이다. MBC는 이들을 '직원 외 직군'을 신설해 분류(방송지원직)했고, 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들의 가입 요청을 거부했다. 이에 노조를 꾸린 이들은 비정규직과 프리랜서를 포함한 MBC 모든 노동자를 가입 대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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