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위기' 신세계·태영건설, 경영정상화 안간힘

김창성 기자 2024. 10. 7. 06: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영권 승계 시점에 PF 투자 실패… 그룹 유동성 위기 자초
인사 쇄신·그룹 지원 등으로 노장 선대 경영인 재소환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과 신세계건설이 재도약을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투자 실패로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 절차를 밟고 있는 태영건설이 강도 높은 임원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을 통해 주식거래 재개 등 경영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슷한 시기 PF 사업 미분양과 부채 증가로 자금난에 봉착한 신세계건설은 최대주주 이마트가 상장폐지를 추진하며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두 회사는 2세대의 경영권 승계 시점에 위기가 닥치며 경영 일선에서 한 발 물러났던 윤세영 태영그룹 회장과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을 전면에 재등장시키는 등 공통점을 보여왔다.


백전 노장 소환한 태영건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과 신세계건설은 지난해부터 경영 위기를 겪으며 각각 1933년·1943년생인 윤 창업회장과 이 총괄회장이 구원 등판하는 사태를 맞았다.

태영그룹 지주회사 TY홀딩스(티와이홀딩스)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윤 창업회장을 이사회 의장에 선임했다. 올해 91세를 맞은 윤 창업회장은 아들 윤석민 회장에게 경영 일선을 맡기고 2019년 후진으로 물러났다가 태영건설 유동성 사태를 계기로 지난해 12월 경영으로 복귀했다.

신세계그룹도 비슷한 상황이다. 신세계건설은 그룹 공사를 주로 담당하다가 2020년 전후 저금리를 기회삼아 PF 투자를 늘려 자금난에 봉착했다. 정용진 신세계 회장은 지난 3월 회장으로 취임했지만 모친인 이 총괄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지 않고 지난해 그룹 임원의 40%를 교체하는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재상장 가능성 큰 태영건설, 신세계건설도 재도약할까


주식거래가 중지돼 상장폐지 위기까지 내몰린 태영건설은 외부 재감사를 진행해 거래를 재개하겠다는 계획이나 신세계건설은 지난 1년 동안 로드맵 수립과 실행이 더뎠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자발적 상장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비상장사의 의사결정 체계가 상장사 대비 단순하고 빠른 점을 고려할 때 상폐 결정은 신세계건설 경영정상화를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외형은 축소될 전망이다.
부동산 PF 실패로 휘청였던 태영건설과 신세계건설이 위기 극복에 나섰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지난해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 5617억원으로 자본잠식에 빠졌던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개시 약 9개월 만에 주식거래 재개에 파란불이 켜졌다. 2023년 재무제표에 대해 외부감사인의 '의견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지만 재감사 결과 '적정' 의견과 자본잠식 해소를 입증하는 감사보고서를 획득했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안에 주식거래 적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출자전환을 통해 자본 확충에 나서 실적 안정을 이뤘다"며 "하반기에 반등 요소가 충분한 만큼 연내 긍정적인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세계건설은 지분 70.5%를 보유한 최대주주 이마트의 주도로 상장폐지를 택했다. 이마트는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29일까지 자회사 신세계건설의 주식을 공개매수하기로 결정했다. 매수 대금은 약 388억원 수준이다. 오는 11월 주주총회를 열어 상장폐지를 확정할 계획이다. 공개매수를 통해 자발적 상장폐지 요건인 지분 95%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앞서 신세계건설은 대구 등의 PF 사업장에서 연달아 미분양이 발생하며 지난해 말 2500억원 상당의 우발부채가 쌓였다. 올 1월 신세계영랑호리조트를 흡수 합병해 약 66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고 모회사가 2000억원의 사모사채를 발행하는 등 그룹 지원이 이뤄졌다. 금융기관 1400억원, 신세계아이앤씨 600억원 등 채권도 전량 매입해 자금을 끌어모았다.

골프장과 물놀이 시설 아쿠아필드 등 레저부문을 계열사 조선호텔앤리조트에 매각해 추가 유동성 확보에 나섰지만 올 상반기(1~6월) 64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여전히 힘겨운 상황이다. 정부는 건설회사가 보유한 토지 매입과 CR리츠(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 등을 설립해 유동성 지원을 지속할 계획이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부실 사업장의 과감한 정리와 사업 구조재편을 통해 수익성을 강화하는 경영정상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정적이고 수익성이 확보된 사업 위주로 수주하는 등 실적 개선에 집중하는 중장기 사업 포트폴리오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공개매수 지분이 95%에 미달돼도 주식의 포괄적 교환(현금 교부) 규정을 통해 100% 지분 확보가 가능해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 데는 문제가 없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