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범호가 가장 많이 부른 투수는 이 남자…역시 KIA 마당쇠, 3년만에 1위, 29세 언성히어로 ‘없으면 안 돼’[MD광주]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등판 준비를 시켰는데 그 사이 점수 차가 벌어져서 그냥 내보냈다. 고맙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이 올 시즌 도중 장현식(29)을 두고 했던 얘기다. 경기중반, 박빙 승부라서 자연스럽게 출격을 지시했다. 그러나 장현식이 몸을 푸는 사이 KIA 타선이 대량득점, 긴장감이 떨어진 경기가 돼 버렸다. 추격조는 전혀 몸을 풀지 않은 상황. 이범호 감독은 스코어가 벌어진 상황서 할 수 없이 장현식을 투입했다. 그래도 장현식은 잘 던졌다.
장현식은 그런 투수다. 엄연히 필승계투조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1~2점 앞설 때도, 1~2점 뒤질 때도, 스코어가 벌어질 때도 나선다. 1이닝 미만으로 던지기도 하고, 멀티이닝도 가능하다. 물론 본인의 컨디션이나 페이스가 좋지 않아 가장 중요한 상황서 중용되지 못한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컨디션이 좋을 땐 어느 상황이든 가리지 않고 잘 던졌다.
각 구단의 마무리나 메인 셋업맨을 보면, 의외로 스코어가 벌어질 때 나가면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긴장감이 떨어져서 그렇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장현식은 어떤 상황이든 자신의 컨디션이 좋다면 좋은 투구를 보여줄 확률이 높은 투수다. 심지어 본인은 “연투를 하면 오히려 컨디션이 좋다”라고 했다.
올해 이범호 감독이 경기도중 정재훈 투수코치를 거쳐 가장 많이 부른 투수가 장현식이다. KIA가 치른 138경기 중 72경기에 나갔다. 절반이 넘었다. KIA 투수들 중에서 최다경기 등판이다. 이닝은 73.2이닝. KIA 불펜 투수들 중에선 최다이닝이다.
2021년 이후 3년만에 다시 팀 내 최다등판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2021시즌에 69경기, 76.2이닝을 소화한 뒤 지난 2년간 최다등판 1위를 좌완 원 포인트 이준영에게 넘겨줬다. 그러나 올해 장현식 자체가 살아났고, 이준영은 팔이 조금 좋지 않아 시즌 도중 1개월 정도 쉬기도 했다.
장현식은 2022시즌을 마치고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전임감독은 2023시즌 장현식을 조심스럽게 기용했다. 그러나 올해 장현식의 컨디션은 더 올라왔다. 5승4패15홀드 평균자책점 3.91.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포심 평균구속이 작년 146.7km서 올해 148.1km로 올라왔다. 작년보다 슬라이더와 스플리터 비중을 높였다. 피안타율은 각각 0.231, 0.235. 작년보다 좋아졌다.
사실 예쁜 폼과 거리가 있다. 올 시즌에는 투구 과정에서 종종 살짝 멈췄다가 던지는 동작이 보인다. 힘을 모으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작년과 약간 다른 모습. 결과적으로 성공이라고 봐야 한다. 지난 2월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 때부터 정재훈, 이동걸 코치와 투구밸런스 관련 얘기를 많이 주고받는 모습이 기억에 생생하다.
올해 KIA의 메인 셋업맨은 전상현이다. 그러나 전상현이 가장 중요한 상황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도 장현식처럼 뒤에서 받쳐주는 셋업맨이 있어서 탄력을 받은 측면도 있다. KIA가 7년만에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는데 장현식의 지분도 분명히 있다. 언성히어로다.
장현식은 한국시리즈 역시 전천후 출격이 예상된다. 단기전 특성상 불펜투수들은 정규시즌과 약간 다른 롤을 갑자기 수행해야 할 수도 있다. 장현식은 그런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할 수 있는 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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