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오, 키티' 시즌 3 리뷰:관성적인 하이틴 로맨스와 K-컬처 판타지의 타협점

지난 4월 2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엑스오, 키티(XO, Kitty)' 시즌 3의 기세가 무섭다. 공개 직후 미국, 영국, 브라질을 포함한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TV쇼 부문 1위를 차지하며 '제니 한 유니버스'의 저력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전작들의 성공에 힘입어 확고한 팬덤을 구축한 이 시리즈는, 이번 시즌에서 키티(안나 캐스카트 분)의 서울 생활 마지막 장을 그리며 하이틴 로맨스의 전형적인 공식을 충실히 이행한다.
자극적인 관계의 병렬, 서사의 밀도는 뒷전

시즌 3의 중심축은 단연 키티의 '시니어 선셋(Senior Sunset)' 버킷리스트와 대학 진학을 둘러싼 현실적인 고민이다. 여기에 지난 시즌에서 얽히고설켰던 민호(이상헌 분)와의 미묘한 기류, 대(최민영 분)와의 우정과 사랑 사이의 줄타기가 더해지며 극의 긴장감을 유지한다. 특히 시청자들이 가장 고대했던 민호와 키티의 '혐관(혐오 관계)'에서 시작된 로맨틱한 텐션은 이번 시즌의 가장 강력한 동력이다.

다만, 평론가적인 시각에서 볼 때 서사의 밀도는 아쉽다. 8개의 에피소드 안에 너무 많은 인물들의 하위 플롯을 밀어 넣다 보니, 각 캐릭터가 겪는 감정의 진폭이 충분히 설명되지 못한 채 성급하게 결론지어지는 경향이 있다. 유리(김지아 분)의 가세가 기울며 겪는 정체성의 혼란이나 새로운 인물 지원(호조 분)의 등장은 극의 활력을 불어넣지만, 동시에 메인 서사인 키티의 성장을 파편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라라 진의 등장, 영리한 향수 자극

이번 시즌의 가장 큰 '치트키'는 단연 언니 라라 진(라나 콘도어 분)의 특별 출연이다. 제작진은 자칫 키티의 독립적인 서사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비웃듯, 라라 진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자매간의 유대감을 강조하며 원작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 라라 진의 조언은 키티가 겪는 혼란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장치로 기능하며, 시리즈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금 상기시킨다.
K-컬처라는 화려한 포장지

배경인 서울은 여전히 화려하고 감각적이다. 추석 연휴의 풍경부터 K-드라마 스타일의 연출까지, 시즌 3는 한국 문화에 대한 서구권의 판타지를 극대화한다. 음악 산업에 치중했던 지난 시즌의 과오를 범하지 않고, 학교(KISS)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10대들의 관계에 집중한 점은 고무적이다. 영상미는 더욱 유려해졌고, 배우들의 연기 호흡 또한 한층 안정적이다.

결론적으로 '엑스오, 키티' 시즌 3는 혁신적인 하이틴 드라마는 아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구축한 로맨틱 코미디 세계관 안에서 가장 안전하면서도 대중적인 마침표를 찍었다. 개연성의 부족함을 장르적 허용과 배우들의 매력으로 덮어버리는 이 시리즈의 마법은 이번에도 유효하다. 냉소적인 시각을 잠시 거두고 가볍게 즐기기에는 이보다 더 완벽한 스낵 컬처는 없을 것이다.
깊이 있는 성찰보다는 달콤한 당 충전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최적의 디저트.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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