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드라마의 달콤한 설렘조차 이 작품 앞에서는 마냥 편안할 수 없었습니다.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빠져들수록 시청자들은 오히려 더 큰 불안감을 느꼈고, 해피엔딩을 바라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2018년 tvN에서 방영된 서인국, 정소민 주연의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은 일본 원작의 비극적 기운을 품은 채 방영 내내 시청자들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제작진이 원작 설정을 비틀었음에도 왜 끝까지 비극의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는지 그 궤적을 돌아봅니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고 상대의 마음을 시험하듯 위태롭게 행동하는 미스터리한 인물, 서인국이 연기한 김무영이 중심에 있습니다.
전형적인 로맨스물의 남주인공과 다른 이 위험한 남자에게 정소민이 연기한 유진강이 다가가며 끌림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진강의 오빠인 형사 유진국은 이들의 관계를 극도로 경계합니다.
과거의 조각들이 수면 위로 떠오를수록 평범한 멜로는 사라지고 두 사람 사이에 감춰진 서늘한 비밀을 향한 의심이 짙어져 갔습니다.

이 작품이 불안감을 자아낸 가장 큰 이유는 충격적인 결말의 2002년 일본 원작에 있었습니다.
한국판 리메이크 소식 때부터 원작 설정을 어디까지 유지할지가 관심사였습니다.
어린 시절을 암시하는 단서들이 던져질 때마다 시청자들은 두 사람의 관계를 추측했습니다.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이 설렘을 주면서도, 원작을 아는 이들에게는 그 감정선조차 비극의 전조처럼 다가와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국판 제작진은 친남매라는 원작의 충격적인 핵심 설정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과감하게 변경했습니다.
무영과 진강은 혈연관계가 아니었으며, 원작의 파격 대신 독자적인 서사를 구축하고자 했습니다.
그렇다고 사랑이 순탄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무영은 불우한 과거와 진강과의 관계를 둘러싼 빗나간 믿음 속에서 혼란에 빠졌고, 부모 세대의 비극까지 얽히면서 거대한 운명의 소용돌이가 이들을 덮쳤습니다.

원작의 가족관계 설정이 달라졌다는 안도감과 달리, 비극적인 운명까지 지워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무영과 진강은 과거의 진실을 마주한 뒤 함께 살아갈 길을 찾고자 몸부림칩니다.
특히 무영이 태어나 처음으로 누군가와 함께 평범한 내일을 살고 싶다고 갈망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소망이 무색하게도 비서의 총격으로 두 사람은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합니다.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고 변화했던 바로 그 순간 이야기가 멈춰버리며 안타까움을 남겼습니다.

최종회 시청률은 유료가구 기준 3.4%로 수치적 성과가 크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원작과의 차별화를 꾀한 과감한 각색과 섬세한 연출, 피할 수 없었던 비극적 결말은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처음에는 충격적인 설정이 재현될까 두려워했고, 중간에는 설정 변경에 안도했으나, 마지막에는 또 다른 형태의 파국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상처투성이인 두 사람이 서로를 만나 구원을 갈구했으나 끝내 함께 내일을 맞이하지 못했다는 묵직한 여운은 시간이 흘러도 이 드라마를 특별하게 기억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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