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혁의 슬기로운 문학생활] [33] 새 책을 내는 기분

책이 나왔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새 책이 출간될 때마다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다. 내 대답은 정해져 있다. 약간의 우울을 겪고 있습니다. 왜요? 두 번째 대답도 정해진 건 마찬가지다. 세상이 뒤집어질 줄 알았는데, 제 속만 뒤집어져서요.
꼭 작가가 아니라 해도 살면서 책 한 권쯤 내보는 것이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사람은 꽤 많을 것이다. 표지에 내 이름이 적힌 책이 서점 매대에 진열되어 있는 광경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흥분되는 일이니까. 15년 전 첫 책이 나왔을 때 나는 외국에 거주 중이었고, 따라서 평생 그려오던 장면을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다. 다만 상상할 뿐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지나다니며 내 책을 들춰보고, 문장과 이야기에 감탄하고, 홀린 듯 계산대로 들고 가는 모습을.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서점에는 하루에도 수백 권의 신간이 쏟아져 나오고, 사람들은 책 사이를 걸어 다닐 뿐 책을 사지는 않는다. 대형서점은 만남의 장소이거나 휴게소이거나 문구 잡화점이지 책을 사는 곳이 아니다. 설령 괜찮아 보이는 책이 있더라도 뭘 좀 아는 독자라면 사진을 찍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나중에 유튜브 요약본을 보면 되니까.
대한민국의 성인 독서율은 매년 줄어든다. 2023년에는 57%가, 2025년에는 61.5%가 1년에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세계에서 계속해서 책을 쓰는 행위란 어떤 의미일까? 더군다나 신간 소설을 내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사회에서 팔리지 않는 것은 종종 의미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세상에는 팔리지 않아도 가치 있는 것들이 있다고 나는 믿는다. 책이 그렇고, 인간이 그렇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속이 쓰려도, 세상이 그대로여도, 계속 쓰고 또 쓰는 수밖에.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저라우스키, 168.2㎞… MLB 선발투수 최고 구속 신기록
- 미국 정부 ‘미토스’ 해외 접속 전면 금지...앤트로픽, 서비스 중단
- [기고] 한국인의 오징어, 어디서 왔는지 아무도 모른다
- 선관위, 소쿠리 투표 때도... 성과급 83억 전액 받았다
- 돔페리뇽 마시며... 월가, 스페이스X 상장 호화파티
- 주유소 기름값 4주 연속 하락...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 2009원
- 법원, 승객 깔려 숨지게 한 버스 기사 국참 재판서 배심원 결론 뒤집고 무죄 선고
- “모즈타바, 종전 MOU 승인”... 이란도 합의 타결 임박 인정
- 美국무부 차관보 “韓정부가 종교·표현의 자유 보호에 헌신하도록 독려”
- 주말 ‘잠실 참정권 집회’… 지난주보다 참가자 크게 줄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