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전 사살된 퓨마와 늑구의 생환…그리고 서해 공무원

김창희 기자 2026. 4. 2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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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늑구 무사 귀환 전문가 의견·생명 존중속 10일간의 인내가 빚은 성과
8년전 국가 개입속 초단기 사살된 퓨마… 남북정상회담 밀어낸 실검 1위 비극
유엔 종전선언때 서해 공무원 피살 ‘이벤트’ 보호 위한 방관 의혹 묘한 데자뷔
생포 뒤 건강을 회복중인 늑구. 대전시 제공
2018년 9월 18일 대전 동물원을 탈출한 퓨마가 탈출 4시간30여분만에 사살됐다. 사진은 사살된 퓨마. 연합뉴스.

대전=김창희 기자

8년 전 대전 중구 사정동 공공동물원 ‘오월드’ 사육장의 열린 문을 통해 나갔던 퓨마 ‘뽀롱이’는 탈출 4시간 만에 차가운 사체로 돌아왔다. 8년 후 같은 장소에서 철조망을 찢고 탈출한 늑대 ‘늑구’는 열흘간의 외출 끝에 안전하게 귀환하며 ‘늑구 신드롬’ 이라는 하나의 사회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두 사건 사이에는 우리 사회의 격상된 생명 감수성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번 늑구 사건은 정치 이벤트 홍보 관리를 위해 여론을 통제하려는 비정한 정치 권력의 시대와 행정만능 시대에서 생명 존중 공존의 시대로 가는 전환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 8년전 ‘실검 1위’ 퓨마가 망친 ‘남북정상회담 띄우기’ 결국 NSC 개입

2018년 9월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에서 만났다. 온 언론이 ‘역사적 만남’을 찬양하던 그 시각, 대전 오월드에서는 퓨마 한 마리가 탈출했다. 국민의 관심은 정권이 심혈을 기울인 남북 정치 이벤트 대신 퓨마의 행방에 쏠렸다. 당일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6시간 동안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는 줄곧 ‘퓨마’였다.

당시 청와대 NSC 산하 위기관리센터가 이례적으로 직접 포획작전을 지휘했었다. 국가위기관리센터는 즉각 대전시, 행정안전부, 경찰청, 소방청 관계자가 참석하는 화상회의를 소집해 상황을 통제했다. 대전시 시민안전실 관계자가 이후 공개한 화상회의 내용에 따르면, 한 NSC 선임 행정관은 “생포를 전제로 한 소방 대신 총기 사용이 가능한 경찰 대응으로 전환하라”는 압박성 지시를 내렸다. 평양발(發) 거대 정치이벤트를 퓨마라는 돌발 변수가 가리고 ‘실검’을 장악하는 상황을 당시 권력은 견디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마취총을 맞고도 살아있던 뽀롱이는 조기 상황종료를 원하는 권력의 압박 아래 엽사의 총탄에 사살됐다. 당시 기자가 만난 대전시 안전관리 책임자는 “대전시 결정이 아니다. 청와대에서 사살 지시가 내려왔다”고 실토하며 증거로 화상회의 대회 내용과 회의 사진 캡처본까지 공개했다. 하지만 이후 청와대 측은 “위험한 상황이라 판단해 위기관리센터가 직접 점검한 것이며 사살 결정은 대전시가 내린 것”이라며 사살 지시를 부인했다. 당시 민주당 출신인 허태정 시장 체제에서 대전시 공무원들은 청와대의 발뺌에 감히 반박할 수 없었고 침묵을 강요당했다. 평양발(發) 거대 정치이벤트를 퓨마라는 돌발 변수가 가리고 ‘실검’을 장악하는 상황을 당시 권력은 견디지 못했던 것이다.

■ 비정한 권력·행정편의주의 대신 생명 존중·공존의 시대로

이번에 대전시는 8년 전과 정반대의 접근 방향을 세웠다. 또다시 사살이라는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생포’를 대원칙으로 세웠다. 생태 전공 대학교수, 야생동물 보호단체, 국립생태원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했다. 늑대의 귀소본능이라는 야생의 습성을 이해하고 늑구가 스스로 포획권에 들어올 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리는 ‘인내의 작전’을 펼쳤다.

여기에 열화상 드론 등 첨단 기술이 대거 동원됐다. 단 4시간 30분 만에 총성으로 상황을 종료했던 2018년의 조급함과는 질적으로 다른 대응이었다. 물론 관리 부실로 8년전과 같은 동물 탈출사고를 또다시 유발해 시민을 불안하게 한 대전도시공사와 대전동물원의 책임은 엄중히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살에서 생환으로 이어진 8년의 궤적은 우리 사회의 거대한 정신적 탈바꿈을 증명한다. 과거 여론 지표 관리를 위해 조급히 방아쇠를 당겼던 비정한 정치적 셈법의 시대는 가고, 생태적 습성을 읽어내며 인내한 전문가들의 과학적 소명이 그 자리를 채웠다.

동물보호 단체의 한 관계자는 “동물을 단순한 ‘관리 대상’이나 제거해야 할 ‘위협’으로 간주하던 행정 편의주의는 이제 보편적 생명권을 수호하고 ‘존엄한 이웃’으로 예우하는 공존의 문법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2020년 ‘종전선언’의 환호 뒤에 가려진 서해공무원 피살도 재소환

이번 늑구 귀환으로 소환되는 사건은 퓨마 사살 뿐 아니다. 퓨마가 사살된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2년 뒤 서해상에서 일어난 서해공무원의 비극도 묘한 데자뷔를 이루면서 기억에서 소환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정권이 야심차게 준비하던 남북 관계 이벤트가 벌어지던 시점에서 이번에는 공교롭게도 우리 국민이 잔인하게 피살된 사건이 일어 났다.

2020년 9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UN 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하며 국제사회의 박수를 유도하던 바로 그날, 우리 국민인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 씨는 서해상에서 구조되지 못하고 북한군의 총격에 잔인하게 피살됐다.

당시부터 현재까지 표류 공무원 피격 방관 의혹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이라는 정치 이벤트 보호 차원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퓨마의 죽음과 묘한 데자뷔를 이루는 대목이다.

김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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