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한 경기에 역전타·실책…승리 주인공과 무승부 원흉이 같은 선수였다

6월 3일 잠실구장, 한화 이글스는 분명히 이기고 있었다. 연장 11회초 이진영의 2타점 적시타로 3-1 리드를 잡았고, 마지막 아웃카운트 하나만 남겨놓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이진영이 바로 다음 회 수비에서 박찬호의 우익선상 타구를 잡아내지 못했다. 동점 주자가 홈을 밟았고, 경기는 3-3 무승부로 끝났다. 한 선수가 같은 경기 안에서 역전의 주인공과 무승부의 원인을 모두 맡은 장면. 결과만 놓고 보면 한화가 두 번째 기회를 잡았다가 스스로 돌려준 경기였다. 이날 무승부로 한화는 시즌 전적 27승 26패 1무, 두산은 26승 28패 2무를 기록했다.

양 팀 선발과 불펜이 만들어낸 팽팽한 균형

이날 경기의 틀은 초반부터 투수 중심으로 짜였다. 한화 선발 왕옌청은 5이닝 7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1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시즌 6승을 노린 등판이었지만, 승리 없이 물러나는 데 그쳤다. 두산은 전날 등판한 선발 곽빈의 손가락 부상으로 박신지를 오프너 방식으로 내세웠다. 박신지는 3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제 역할을 했다.

득점 흐름은 단순했다. 3회초 한화가 먼저 점수를 냈다. 심우준이 풀카운트 끝에 좌전 2루타로 나갔고, 김태연의 우전안타로 무사 1·3루 찬스가 만들어졌다. 이후 페라자의 병살타 사이 3루 주자 심우준이 홈을 밟았다. 1-0 선취점. 두산은 5회말 조수행의 중전안타, 박찬호 타구 때 태그업으로 2루 진루, 손아섭의 중전 적시타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그 뒤로는 8회까지 양 팀 모두 추가 득점이 없었다. 한화 불펜은 박상원(1이닝 무실점)·조동욱(⅓이닝 무실점)·이상규(1⅔이닝 무실점)·이민우(1이닝 무실점)가 이어달리기 식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두산도 최준호(2이닝)·이병헌(⅔이닝)·박치국(1⅓이닝)·이용찬(1이닝)·이영하(1이닝)가 줄줄이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9회말 한화 마무리 이민우는 강승호 볼넷·도루 허용, 조수행 볼넷·도루 허용이라는 위태로운 상황을 만들었지만, 2사 2·3루에서 박찬호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해 승부를 연장으로 가져갔다. 10회에도 양 팀 무득점. 불필요한 소모 없이 11회를 맞이한 것은 양 팀 모두에게 공평한 조건이었다.

한 가지 주목할 수치가 있다. 이날 두산이 내보낸 투수 명단을 보면 이영하가 9회에 등판했다는 점이다. 이영하는 전날 38개의 공을 던진 상태였다. 직전 등판에서 소화한 투구수를 감안하면 2일 연속 등판 자체가 두산의 불펜 운용에 여유가 없다는 신호다. 그럼에도 이영하는 3타자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이진영이라는 이름이 두 번 등장한 연장 11회

11회초, 한화는 공격에서 원하는 그림을 거의 완벽하게 그려냈다. 강백호 내야안타, 노시환 몸에 맞는 공으로 무사 1·2루. 황영묵의 희생번트 성공, 이도윤 고의4구로 1사 만루. 대타 최인호가 1루 땅볼을 쳤고, 그 사이 3루 주자가 홈에서 포스아웃 되어 2사 만루로 상황이 좁아졌다. 여기서 대타 이진영이 등장했다. 카운트 3볼 1스트라이크에서 두산 최지강의 5구째를 받아쳐 좌전 방향으로 주자 두 명을 불러들였다. 3-1. 한화 입장에서는 연장에서 2점 리드를 확보한 이상적인 상황이었다.

11회말, 한화는 박준영을 올렸다. 선두타자 양의지가 박준영의 초구 직구를 담장 밖으로 넘겼다. 3-2. 솔로홈런 한 방으로 한 점 차가 됐다. 강승호를 삼진으로 잡으며 한숨 돌리는 듯했지만, 정수빈의 2루타가 이어졌다. 조수행의 땅볼로 2사 3루. 이 장면에서 박찬호의 타구가 우익 파울선 쪽으로 향했고, 우익수 이진영이 쫓아가 글러브를 뻗었지만 잡아내지 못했다. 정수빈이 홈을 밟았다. 3-3. 이후 김인태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경기는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박준영은 1이닝 3피안타 2실점을 기록하며 블론세이브로 기록됐고, 정우주의 시즌 첫 승과 박준영의 데뷔 첫 세이브는 모두 사라졌다.

이날 두산의 반격은 두 가지 수단으로 이루어졌다. 양의지의 홈런과 박찬호의 적시타. 양의지는 이날 2안타 1타점(홈런), 박찬호도 2안타 1타점으로 팀의 동점 과정을 각각 책임졌다. 반면 한화에서는 이진영이 대타 2타점 적시타와 수비 실책이라는 극단적인 장면을 동시에 남겼다.

결과는 무승부지만, 내용상 더 아쉬운 팀은 한화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투수 자원의 소모 측면이다. 한화는 이날 왕옌청을 포함해 총 7명의 투수를 썼고, 불펜 전원이 무실점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 과부하가 우려될 만큼 불펜이 많이 소비된 경기였는데, 승리 없이 마감됐다. 상위권 경쟁이 치열한 6월 일정을 앞두고 불펜을 이만큼 쏟고도 무승부에 그쳤다는 건 체력 배분 측면에서 불리한 결과다.

둘째, 결정적인 찬스를 여러 차례 살리지 못했다. 2회 1사 1·2루, 6회 2사 1·2루, 8회 1사 2루, 10회 2사 1·2루까지 네 차례의 득점권 기회가 있었고, 한 번도 점수로 연결하지 못했다. 이진영의 적시타가 없었다면 이 경기는 한화의 완패로 끝날 가능성도 있었다.

셋째, 수비 측면이다. 이진영의 11회말 실책성 플레이는 개인의 문제만으로 볼 수 없다. 연장 11회까지 이어진 혈투에서 집중력이 마지막 순간에 떨어지는 것은 팀 전체의 체력 관리와 연결되어 있다. 6월 이후 KBO 순위 경쟁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한화는 승리 기회를 스스로 놓치는 패턴을 줄이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두산 입장에서는 이 무승부가 반등의 신호가 될 수도 있다. 현재 26승 28패 2무로 중위권에 위치해 있지만, 9회말과 11회말 두 차례 벼랑 끝 상황에서 추격에 성공한 경험은 심리적 자산이 된다. 특히 양의지와 박찬호가 팀이 뒤진 상황에서 핵심 타점을 올렸다는 점은, 두산 중심 타선의 신뢰도를 다시 확인하는 장면이기도 했다.

왕옌청은 이날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시즌 6승을 놓쳤다. 현재 KBO에서 외국인 선발투수의 역할이 팀 성적을 좌우하는 변수임을 고려하면, 왕옌청이 승수를 쌓지 못하는 경기가 반복될수록 한화 입장에서는 타선의 실점 지원이 더욱 중요해진다. 오늘 경기에서 타선이 11회까지 3득점에 그쳤다는 사실은 그 숙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3일 잠실에서 한화는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이기지 못했다. 반면 두산은 질 수 있는 경기를 지지 않았다. 같은 무승부라도 두 팀이 이 결과를 받아들이는 온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한화가 이 패턴을 바꾸지 못한다면, 6월 순위 경쟁에서 어떤 변수가 발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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