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지원 요청해!" 전세계 소방관들이 한국 현직 소방관이 만든 "이 카메라"에 열광

뜨거운 불길이 치솟고 있는 집안에 노인이 있다는 다급한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소방관 A씨가 노인을 구하기 위해 불이 난 집안으로 들어갔지만, 이미 가득찬 연기 때문에 한치 앞이 보이지 않았는데요.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색을 하다 보니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뒤늦게 구석에 쓰러져 있는 노인을 발견했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습니다.

노인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함께 소방관 A씨의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이 맴돌았다고 합니다. "열화상 카메라만 있었다면..."

열화상 카메라는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도 열을 감지해 이를 실화상으로 변환시켜주는 비접촉식 측정기기입니다. 즉, 이것만 있다면 연기로 가득 찬 화재현장에서도 시야를 확보할 수가 있죠. 열화상 카메라만 있었다면 노인을 구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소방관 A씨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열화상 카메라는 한 대당 2천만 원이 넘는 고가의 장비이다 보니 소방서마다 겨우 한두 대가 있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게다가 무게도 1KG이 넘다 보니 무거운 화재 진압장비와 함께 사용하려면 체력이 좋은 소방관들도 힘에 부쳤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열화상 카메라는 필요가 아닌 필수라고 생각했던 소방관 A씨는 그 누구도 하지 않았던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는데요. 그의 무모한 도전은 1%의 가능성을 100%로 만드는 무한의 기적을 만들어 냈다고 합니다.

소방관이었던 그가 시작한 무모한 도전은 모든 소방대원이 사용할 수 있는 가볍고 저렴한 열화상 카메라를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틈틈이 자료를 찾고 연구에 몰두한 끝에 프로토타입을 구성하는 데는 성공했는데요. 하지만 그 이상 진행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소방관이었던 그에게는 이걸 상용화할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이죠.

고민을 하던 소방관 A씨는 평소 자료 수집에 큰 도움이 되었던 블로그의 주인에게 협업을 부탁한다는 메일을 보냈습니다. 블로그의 주인장은 삼성 소속의 한 연구원이었죠. 연구원은 흔쾌히 소방관의 제안을 받아들였는데요. 한국산업기술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4명도 함께 참여하며 보급형 열화상 카메라를 만들 '팀 이그니스'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열화상 카메라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팀원 모두가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보다 열정적이었습니다. 그들의 이런 따뜻한 열정에 보답하듯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 2개나 굴러 들어왔는데요. 첫 번째 행운은 삼성 투모로우 솔루션 공모전에서 대상을 타며 개발지원금을 확보한 것, 두 번째 행운은 삼성전자의 C랩 연구원들이 팀 이그니스의 지원군을 자처한 것이었죠. 든든한 자금과 지원군이 함께하자 보급형 열화상 카메라 프로젝트는 정말 순탄하게 진행되었습니다.

현직 소방관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살려 최대한 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구상했는데요. 무거운 화재 진압장비를 착용하고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가벼우면서도 방진, 방열, 방습 기능이 모두 갖춰져야 하고, 또한 전국 소방대원들에게 보급할 수 있도록 가장 저렴하게... 기능은 최대로, 가격은 최소로 만드는 것이 팀 이그니스의 목표였습니다.

팀 이그니스는 제품을 최대한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실제 화재 현장과 똑같이 구성해 둔 실습장에 가서 제품을 직접 사용하며 훈련하고, 제품을 불에 던져보기도 했습니다. 개발 중 자료가 부족할 때나 부품 수급이 어려울 때마다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삼성 연구원들이 적극적으로 노하우를 전수해 주었는데요.

그렇게 개발을 시작한 지 3년 만인 2017년 10월, 팀 이그니스의 손에서 무게의 350g, 제작 단가는 50만 원인 보급형 열화상 카메라 '이그니스'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삼성전자는 마지막까지 큰 선물을 주었는데요. 삼성전자에서는 완성된 보급형 열화상 카메라 이그니스를 1,000대나 구입해 전국 18개의 도시에 위치한 소방서, 구조대 그리고 안전센터 등에 기부해 주었습니다.

이그니스가 보급된 후 전국 소방관들의 생생한 후기가 전해졌는데요. 열화상 카메라 덕분에 화재 현장에서 무사히 첫 인명구조를 해냈다는 신입 소방관, 부족한 열화상 카메라를 사비로라도 사기 위해 적금을 붓고 있던 소방관의 감사 인사, 자욱한 연기 때문에 놓칠 뻔했던 2명의 생명을 열화상 카메라 덕분에 무사히 구조할 수 있었다는 소방관, 보급된 열화상 카메라를 보고 그동안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동료들이 떠올랐다는 소방관까지... 소방관들이 전해온 생생한 후기에는 이그니스가 존재해야 되는 이유가 잘 담겨있었습니다.

2019년에는 이그니스의 업그레이드 버전도 나왔는데요. 2년간 현장에서 사용되며 나온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화면을 더 키우고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등 성능을 개선했습니다. 업그레이드된 이그니스와 재난 현장 통신장비도 삼성이 또 한 번, 각각 1,000대씩 전국의 소방서에 기부했다고 합니다. 삼성이 베트남 소방청에도 이그니스 제품을 기부하면서 해외에서도 한국이 만든 열화상 카메라가 구조활동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열화상 카메라는 지금도 화재 현장에서 시민들을 구하는 것은 물론, 소방관들의 안전을 지키는 데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비싼 가격에 각 소방서마다 한 대가 있을까 말까 했던 장비가 많은 소방관들의 손에 들려지는 기적이 일어난 것이죠.

이 모든 기적은 비전문가였지만, 그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던 팀 이그니스 한경승 소방관님과 김윤래 연구원님 그리고 한국기술대 학생이었던 박선희, 한규동, 김홍주, 윤여환...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이런 좋은 일은 많이 많이 자랑해야겠죠.

이번 이야기에서 보셨듯이 한국 소방 현장은 현직자가 절실한 마음으로 장비 개발에 뛰어들 만큼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많은 장비를 안겨주지는 못할 망정, 최소한의 안전 장비마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니 정말 가슴 아픈 현실인데요. 하루빨리 소방 예산과 장비 부족 같은 문제들이 개선되어 소방 대원들의 안전부터 보장되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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