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포스트 구기성 기자]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 자동차에선 어떻게 통할까? 일반적으로 두 세대는 건너뛰며 체격을 키우고 여러 첨단 사양을 덧붙이는 진화를 이룬다.

프랑스의 푸조는 10여년간 국내에서 주력 동력계였던 디젤을 밀어내고, 다운사이징 가솔린을 거쳐 마일드 하이브리드로 전환 중이다. 그 시작엔 브랜드 핵심 라인업인 308이 있다. 2011년식 308 오너의 시각으로 최신 308 스마트 하이브리드를 만나봤다.

먼저, 외관. 전통적으로 푸조의 디자인 정체성은 고양잇과 동물의 얼굴에서 영감을 얻은 전면부를 중심으로 구현한다. 308도 벗어나지 않는다. 위아래로 길게 뻗은 사자 송곳니 모양의 LED 주간주행등은 언제봐도 멋지다. 1세대 308의 세로형 안개등을 재해석한 것 같다.

그릴은 방패형 푸조 엠블럼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퍼지는 듯한 정교한 패턴을 담고 있다. 모서리를 강조한 풀 LED 매트릭스 헤드라이트와 어우러지면서 날카로운 인상이 완성됐다. 후드 끝 중앙엔 옛날의 푸조가 그랬듯, 차명인 '308' 레터링을 부착해 헤리티지를 따랐다.

측면은 전형적인 2박스 해치백 스타일이다. 자세를 낮추고 앞뒤 펜더에서 힘 있게 그은 캐릭터 라인 덕분에 긴장감이 묻어난다. 로커 패널엔 사이드 스커트를 덧대 역동적이다.

308의 공기저항계수는 Cd 0.28에 불과하다. 리어 스포일러는 물론, 18인치 휠도 스포크의 면적을 늘려 공력성능을 높였다. 그러나 스포크는 면적의 일부만 강조해 날렵한 형태가 두드러진다.


후면부는 테일램프에 사자가 할퀸 자국 모양의 LED를 넣어 브랜드 정체성을 표현했다. 전반적으로 양감이 두드러지는 디자인 덕분에 매력적인 뒤태가 완성됐다.


실내는 입체적이고 섬세한 구조의 크래시 패드와 푸조의 상징적인 인테리어 '아이-콕핏(i-Cockpit)'이 운전자를 반긴다. 아이-콕핏은 스티어링 휠 직경을 줄이고 그 위로 계기판을 배치해 헤드업 디스플레이 없이도 몰입감 넘치는 운전이 가능하다.

푸조는 아이-콕핏이 나오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실내의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아이-콕핏 이전의 마지막 모델이었던 1세대 308은 크고 무거운 스티어링 휠을 갖췄다. 버튼 하나 없는 단출한 구성지만 하얀 배경의 계기판은 지금봐도 담백하니 예쁘다.
여기에 최신 308은 아이-토글(i-Toggles)을 더해 사용 편의성을 향상했다. 운전자가 즐겨쓰는 기능들을 메인 디스플레이 하단에 담아 접근성을 높였다.

운전 자세는 경쟁 모델로 꼽히는 폭스바겐 골프보다 낮아 스포츠카에 탄 느낌이 짙다. 게다가 앞좌석은 세미 버킷 시트를 채택해 보통의 주행성능을 가진 차가 아니란 걸 넌지시 알린다.

뒷좌석은 등받이가 세워져 있는데다 레그룸이 길지 않아 성인이 오래 타기 힘든 구조다. 휠베이스를 늘려 뒷좌석과 적재공간을 늘린 왜건 모델의 부재가 아쉽다. 스텔란티스코리아는 더 이상 푸조의 왜건을 들여오지 않는다.

적재공간은 생각보다 크다. 두꺼운 C필러가 만든 공간을 적재능력에 쏟아부은 듯하다. 기본 412ℓ이며 60:40 비율로 나눈 뒷좌석을 다 접으면 1,323ℓ까지 늘릴 수 있다.

푸조는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 세계 내구레이스 챔피언십(WEC) 등 오랫동안 굵직한 모터스포츠에 참가하며 자동차의 기본기에 대한 노하우를 키워 왔다. 그래서 전륜구동 최고 수준의 핸들링을 소비자들에게 선사할 수 있었다.
특히 308은 브랜드 주력제품 답게 이상적인 주행성능을 제공한다. 섬세한 조향성도 좋지만 선회각을 잡은 만큼 적당히 쏠리면서 차와 운전자가 하나가 되는 느낌을 전달한다. 운전 재미는 가속에서 얻을 수도 있지만 전반적인 주행 감각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더 크다는 걸 몸소 보여준다.
푸조의 주행성능은 항상 동력성능에 비해 월등했다. 파워트레인은 고효율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308 스마트 하이브리드의 동력계는 3기통 1.2ℓ 가솔린 터보 엔진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추가했다. 엔진은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23.5㎏∙m를 발휘하며 모터는 최고 15.6㎾, 최대 5.2㎏∙m를 낸다.
일반적으로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구동에 소극적이지만 푸조의 시스템은 다르다. 전기모터를 동력의 길목인 6단 듀얼 클러치(e-DCS6) 변속기 안에 배치해 전력을 쓸 수 있는 기회를 꾸준히 만들어 낸다. 도심 주행 환경에서 전체 주행 시간의 약 50%를 전기 모드로 주행할 수 있다는 게 푸조의 설명이다. 1세대 308에 적용했던 수동 기반 6단 자동변속기(MCP)를 떠올리면 푸조는 변속기에도 진심인 것 같다.

실제로 운전을 하다보면 모터가 구동하는 구간이 결코 짧지않음을 알 수 있다. 엔진이 깨어나더라도 그 과정이 매끄러워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엔진 기통수가 적은 탓에 거친 소리가 날 때도 있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경차에 가까운 배기량이지만 출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어렵다.
회생제동 시스템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전기차처럼 즉각적으로 개입해 남은 동력을 바로 회수하기 시작한다. 회생제동 단계를 설정하는 기능이 없어서 처음엔 적응이 필요하지만, 막상 적응하면 부드럽게 운전할 수 있다.
연비(환경부 기준)는 복합 15.2㎞/ℓ(도심 14.1㎞/ℓ, 고속 16.7㎞/ℓ)를 인증받았다. 실제 평균 효율은 17㎞/ℓ 이상도 충분히 가능할 정도로 높다.

308 스마트 하이브리드는 푸조가 고집해오던 세련된 디자인, 고효율 파워트레인, 준수한 주행성능을 빠짐없이 챙겼다. 예나 지금이나 한 번 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을 지녔지만, 경험해 본 이들이 많지 않아 여전히 '재야의 핸들링 고수'로 꼽힌다. 재미있고 실용적인 차를 찾는다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가격은 알뤼르 3,990만원, GT 4,650만원이다. 수입사 정책에 따라 전국 전시장 모두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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