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에서 판매 금지 신청!?" 남성 상징 헤드램프로 논란이던 차의 진실
1996년에는 네 번째 모델 '쏘나타3'가 출시됐습니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이었지만, 외관 디자인이 풀체인지급으로 달라졌고 새로운 차체 컬러와 마르샤에 적용했던 여러 고급 장비가 도입되어 상품성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었죠. ABS, 듀얼 에어백, 자동 변속기 같은 사양들이 호화 사양 취급을 받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자랑하듯 뒷유리에 새겨넣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이렇게 촌스럽게 대놓고는 안하지만 오너들끼리 알아볼 수 있는 몇몇 고급 옵션의 디테일들이 있긴 하죠.
무엇보다 이름을 아예 쏘나타3로 명명한 것이 돋보였는데, 신차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것은 나름 성공했지만 뭔가 족보가 꼬였다는 느낌이 있죠. 이게 세대상 구분도 아니고 순서상 구분도 아니고 확실히 쏘나타2부터 단추를 좀 잘못 끼운 느낌이에요.
다만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으로 남녀노소를 모두 사로잡았던 직전 모델에 비해 오히려 군더더기를 추가한 모양새가 되어 달라진 외관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갈렸습니다.
특히 헤드램프가 유명하죠. 생김새가 묘하게 남성의 '그것'을 연상시켰고 이러한 이유로 여성부에서 이 모델에 대해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요구했다는 루머가 퍼져 양쪽 관계자들이 한동안 곤욕을 치르기도 했는데, 말 그대로 루머였고 과거 PC통신 시절, 종교인으로 구성된 어느 여성시민단체 커뮤니티에서 새어 나온 발언이 와전된 것이라고 하네요.
쏘나타3의 수모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연례 행사 중 하나인 대입 수능을 중심으로 황당한 미신들이 생겨나면서 피해를 입었는데요. 국산차 장려운동의 일환으로 차에 부착된 'S'와 자동차 등록증을 입학신청서와 함께 제출하면 엄청난 가산점을 준다거나 쏘나타3의 'S'는 서울대, 로마 숫자로 표기된 '3'은 당시 수능 만점인 300을 의미한다며 떼어가는 등 멀쩡히 붙어있던 엠블럼을 훔쳐가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설상가상 한 줄로 연결된 일체형 레터링이 아닌 알파벳이 하나하나 분리 된 형태였고 손톱이나 핀셋으로도 손쉽게 떼어낼 수 있었기 때문에 남아나질 않았죠. 쏘나타 뿐만 아니라 '세피아', '다이너스티' 등 'S'가 들어간 차량들이 피해를 입기도 했고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수험생들의 표적이 된 오나타의 오너들이 현대차 측에 항의를 하기 시작하면서 결국 서비스 센터에 방문하면 이 잃어버린 엠블럼을 무료로 부착해줬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어쨌든 이런 해프닝 덕분에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는 모델이에요.
몰라보게 달라진 외관에 비해 실내의 변화는 미미했습니다. 대신 시리우스 엔진의 고질병이었던 누유를 개선했고 미션이 자주 망가져 '유리미션'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자동 변속기에 오일 쿨러를 추가해 내구도를 높이는 등 내실을 다져 전반적인 품질을 높이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전자식 자세 제어 장치 TCS를 추가해 주행 안정성에 도움을 주었던 것도 좋았죠.
1997년 진행된 연식 변경, '뉴 쏘나타3'부터는 새로운 디자인의 알루미늄 휠, 최고 등급 'GOLD'에 풀 오토 에어컨과 투톤 컬러 도색을 더해 고급감을 더했고, 현대차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전용 디자인 포인트를 더한 스페셜 에디션을 한정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이 모델부터 쏘나타 시리즈는 현대차 '울산 공장'이 아닌 쏘나타3의 생산과 함께 문을 연 지금의 충남 '아산 공장'에서 생산되기 시작했습니다. 주력 제품인 쏘나타3는 그랜저와 세타, 람다 엔진, 또 전기차 아이오닉6를 지금도 이곳에서 전담해서 생산하고 있죠.
3세대 쏘나타는 편의성과 주행 질감 그 중에서도 디자인이 크게 개선되면서 수많은 중산층 가장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물론 경쟁사들도 가만히 있진 않았죠. 기아에서는 '마쓰다'의 노하우를 반영한 새 중형차 '크레도스'를 투입해 매끈한 디자인과 날렵한 핸들링을 무기로 쏘나타를 위협했고, 이번에는 대우에서 '쥬지아로'의 손을 빌려 디자인한 유러피언 중형차 '레간자'를 투입하는 등 만만치 않은 경쟁사의 신형 모델들이 등장했음에도 '중형차 = 쏘나타'라는 인식이 자리잡으면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냈습니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쏘나타3에서는 2만큼은 아니었지만 압도적인 네임밸류로 인기는 꾸준했죠.
그동안 베스트셀러 지위를 유지하며 쌓인 신뢰도와 정비 편의성이 돋보이면서 영업용 수요도 많았습니다. 물론 해외시장 성적은 여전히 우울했지만, 그럼에도 판매량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었죠. 덕분에 쏘나타 역사상 최초로 글로벌 누적 판매량 100만 대를 넘긴 모델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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