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이대로면 16강은커녕 조예선 통과도 어렵다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2026. 4. 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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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국가대표, 월드컵 최종 리허설에서 ‘수비 불안’ 문제점 크게 드러내
스리백이냐 포백이냐 아직도 실험만…“주전 선수 확정, 안정화 시급”

(시사저널=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이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을 불과 두 달여 앞두고 큰 위기에 봉착했다. 본선 모드에 돌입하긴 전에 치르는 최종 리허설에서 모두 패했다. 두 경기에서 무득점에 5실점을 기록하며 공격과 수비 양쪽 다 문제를 노출한 것이다. 특히 수비진의 문제는 모든 전문가가 입을 모아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스리백이든 포백이든 전략을 빨리 수립해 주전의 안정화를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명보호는 한국시간으로 4월1일 새벽 오스트리아 빈의 에른스트 하펠 슈타디온에서 치른 A매치 평가전에서 오스트리아에 0대1로 패했다. 나흘 전 영국에서 코트디부아르를 만나 0대4로 참패한 데 이은 2연패다. 2024년 7월, 10년 만에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복귀한 홍명보 감독이지만 이전까지 A매치 주간에 모두 패한 적은 없었다. 작년 10월 브라질전 0대5 완패로 위기를 맞았지만, 이후 파라과이에 승리하며 반전에 성공한 바 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3월28일(현지시간) 영국 밀턴킨스 스타디움 MK에서 열린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에서 세 번째 실점을 아쉬워하고 있다. 뒤쪽에선 코트디부아르 선수와 팬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10개월 준비한 스리백은 구멍…경기 중 대응 전략도 문제

작년 9월 미국 원정에서 월드컵 공동 개최국인 미국과 멕시코를 상대로 1승 1무를 기록하며 상승한 기대감은 사라지고, 이번 유럽 원정에선 낙제점이 주어졌다. 이제 홍명보호가 본선 직전에 발을 맞출 기회는 최종 명단 발표 후 1차 베이스캠프가 차려지는 미국(솔트레이크 유력)에서 진행될 평가전 1~2경기뿐이다. 3월에 완성도를 어느 정도 보여주고 최종 명단을 가려야 하는데 오히려 여러 보완이 필요하다는 결론만 나왔다.

코트디부아르, 오스트리아를 상대로 홍명보호는 모두 스리백으로 나섰다. 홍명보 감독은 스리백과 포백 중 무엇이 플랜A인지 확정 짓지 않았다고 하지만, 작년 6월 쿠웨이트와의 월드컵 지역예선 최종전에서 처음 스리백을 가동한 이래 포백을 쓴 것은 단 1경기에 불과하다. 본선에서도 스리백을 쓸 것이 확실시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FIFA 랭킹에서 우리보다 15계단 낮은 코트디부아르 공격수들의 개인기에 무너지며 4실점을 허용했다.

오스트리아전에서도 같은 전형으로 나왔다. 실점을 의식해서인지 양 윙백이 더 내려오며 실제는 파이브백 형태를 구축했다. 주도권을 내줘도 실점을 억제하겠다는 의도였다. 수비 조합도 김민재를 중심으로 이한범·김주성 등 젊은 센터백이 서며 코트디부아르전에 비해 빠른 대응이 가능했다. 전술가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랄프 랑닉 감독은 "전반에는 정말 공간이 없었다. 오늘 한국은 코트디부아르전보다 훨씬 잘했다"고 인정했다. 수비 리더로 여러 공간을 커버한 김민재는 "모두가 한발 더 뛰어야 경쟁력이 갖춰진다"고 말했다.

문제는 수비라인을 내리다 보니 공격 전개도 늘어났다는 점이다. 코트디부아르전에서 한국은 실점이 많았지만 세 차례 골대를 맞히는 등 결정력을 제외하면 위협적인 공격 전개가 꽤 나왔다. 반면 오스트리아전에서는 손흥민과 이강인을 중심으로 한 역습과 세트피스에만 의존해야 했다. FIFA 랭킹 24위의 오스트리아 홈에서 0대1로 패한 것은 선전이라 볼 수 있지만, 무득점이라는 숙제가 남은 것이다.

3월31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한국과 오스트리아의 평가전에서 홍명보 감독이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3월 평가전 부진, 본선 실패로 직결될 확률 높아

이번 유럽 원정에서 부각된 또 다른 문제도 있다. 경기 중 대응 전략, 이른바 벤치 수싸움의 문제였다. FIFA는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를 가동할 수 있다는 지침을 각국 협회에 내렸고, 코트디부아르와 오스트리아와의 경기에서도 전·후반 각 22분 시간대에 3분간 경기를 멈추고 선수들이 수분을 섭취했다. 기존의 쿨링 브레이크는 온도·습도 등 조건에 따라 가동되지만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는 필수적으로 진행되는 일종의 휴식 시간이다. 

FIFA가 선수 보호라는 명분을 앞세워 광고 노출 시간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크다. 회마다 텀이 있는 야구, 4쿼터로 진행되는 농구와 달리 하프타임만 쉬는 축구의 상업적 약점을 중간 휴식을 만들어 메우려는 것이다. 이 제도가 경기력 면에선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실질적인 작전 타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홍명보호는 코트디부아르전에서 전반전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전까지는 우세한 경기를 했지만, 이후 측면에서의 1대1 대결 중심으로 공격 방식을 바꾼 코트디부아르에 무너지며 2골을 잇따라 허용했다. 플랜A를 아무리 잘 짜도 상대 변화에 즉각 대응하지 못하면 월드컵 본선에서도 비슷한 실패를 겪을 수 있다는 경험이었다.

이번 3월 평가전에서 모두 패한 것은 분명 안 좋은 시그널이다. 최근 두 차례 월드컵에서 본선을 앞두고 최종 리허설로 치른 A매치 주간에 2연패를 당한 팀 중 16강에 오른 경우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의 러시아와 스웨덴뿐이었다. 32개국 중 2개국으로 확률상 6.25% 수준이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 브라질과 프랑스라는 최강 전력의 팀들을 상대한 데다 개최국의 이점으로 반등한 사례다.

한국은 16강에 진출한 지난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9월에 치른 평가전 2연전에서 코스타리카·카메룬을 상대로 1승 1무를 기록했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의 경우 48개국 체제인 만큼 조 3위도 성적만 좋으면 조별리그를 통과해 32강에 오를 순 있다. 반대로 토너먼트에서 그만큼 경쟁력을 증명해야 홍명보호의 최소 목표인 16강 진출도 가능하다.

이번 월드컵에서 대표팀은 여러 행운이 따르고 있다. A조에 멕시코·남아공과 먼저 배정된 한국은 1차전 상대인 유럽 플레이오프 패스D 최종 승자를 기다렸다. 여기서 이변이 발생했다. 유력한 후보였던 강호 덴마크를 승부차기 끝에 꺾은 체코가 본선에 오른 것. FIFA 랭킹 36위의 체코는 과거에 비해 전력이 약해지며 유럽 중위권 팀으로 분류된다. 이동거리에서도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멕시코 안에서만 치르고 1·2차전은 과달라하라에 머무른다. 이런 연속된 호재와 행운을 살리려면 홍명보호는 남은 기간 동안 경쟁력 극대화를 이뤄내야만 한다.

반면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유럽 원정에 나섰는데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를 상대로 모두 승리했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스코틀랜드전을 백업 위주로 치러 1대0으로 승리했다. 잉글랜드전에선 주전을 총동원했는데, FIFA 랭킹 4위 팀을 상대로 한 원정 경기에서 효율적인 경기 운영을 펼치며 미토마 카오루의 결승골로 1대0 승리를 챙겼다. 한국이 하고자 하는 축구를 원숙하게 펼치는 팀이 일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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