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날리면'이 중요? 삶이 날아갈 판인데"

한성희 기자 2022. 10. 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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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억 원 들인 정부 새 복지 시스템 '먹통'
"지금 '날리면'인지 '바이든'인지가 중요한가요? 누군 삶이 날아갈 판인데…."
지난달 27일 낮 기자와 마주 앉은 서울의 한 구청 복지 담당자가 하소연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중 발언을 둘러싼 공방은 연일 화면과 지면을 빼곡하게 채우는 반면 새 복지 시스템의 오류 문제는 거론이 덜 되는 게 이해가 어렵단 거였다. 그는 "급여 지급이 언제쯤 되는 거냐는 민원에 '시스템이 아직 안 돌아가서'라고 말을 채 못 잇고 죄인처럼 고개 숙이는 건 우리 몫"이라면서 "서둘러 해결해야 할 어려운 사람들 일엔 정작 관심들이 없는 게 야속하다"고 했다.

정부가 지난달 6일 개통한 '차세대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 동시다발적인 오류가 발생했다. 개발에 든 혈세만 1,200억 원에, 2020년 4월 시작해 2년 반 가까운 시간을 들인 사업이 개통 직후 '먹통' 논란에 휩싸인 것. 오류는 계속되는 수정 작업에도 한 달이 되어가도록 다 잡히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 사태로 피해를 보고 있는 건 기댈 곳 없는 취약 계층, 힘없는 소시민들이란 점이다. 기초생계비부터 주거급여, 한부모지원금, 기초연금 등 많은 이가 사실상 생활을 의존하는 37종의 급여 지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지원을 제때 받지 못한 취약 계층은 급히 대출을 받거나 생활비를 줄이는 등 각자도생에 떠밀렸다.

 

"더는 손 벌릴 곳도 없는데"

지난달 13일 SBS <8뉴스>를 통해 새 복지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지 않고 있단 게 세상에 알려진 뒤로 기자의 메일함엔 익명 제보가 쏟아졌다. 수급자들이 서로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마음을 의지하는 각종 커뮤니티에는 피해를 호소하거나 고민을 털어놓는 글이 쌓였다. 맞닥뜨린 생활이 벅차지 않다면 헤아리기조차 쉽지 않을 곤경을 고군분투하며 넘기고 있는 많은 사연 중 기자가 확인한 일부는 이랬다.
· "기초생계비가 안 들어왔는데, 지난달에 이사하고 오류 때문에 정보가 넘어 오질 않는대요. 공과금, 통신비 등 전부 급여 들어오는 20일에 빠져나가도록 맞춰 놓아서, 잔고가 0원이에요. 다음 달에 소급해 준다지만 이번 달에 아들 수학여행도 있는데 어쩌면 좋나요."(9/20)

· "경남 양산에 저소득층 자활근로사업장에서 일하는데 30명 중 10명이 주거 급여를 못 받았어요. 당장 월세도 못 내게 생겼어요. 저희는 그 돈 없으면 죽는 건데, 지금 난리 났습니다." (9/20)

· "전산 오류로 9월 초에 될 거라던 수급자 선정이 한 달 밀렸어요. 유방암 수술을 앞두고 있는데 연간 300만 원까지 지원 받을 수 있는 보건소 암환자 의료비 지원 사업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해요. 이건 소급도 안 된다는데…치료비 지원을 못 받게 생겼네요." (9/21)

· "한부모지원금 등 60만 원이 들어오질 않아서 급하게 대출 받았어요. 다음 달에 같이 준다고 하는데, 요즘 카드값 며칠만 밀려도 신용불량 되잖아요. 주변에 손 벌릴 데도 없고…. 요즘 대출 이자도 비싼데, 하." (9/22)

· "인천에서 요양원을 운영하는데 직원들 월급일이 다가오는데 월급을 못 주게 생겼어요. 직원이 30명이라 당장 8천만 원을 대출을 받거나 해야 하는데, 당장 이 큰돈을 어떻게 구해요." (9/23)

· "소득이랑 재산 반영이 안 돼서 7월에 신청할 때 9월 초면 된다고 했던 차상위계층 등록이 어렵대요. 오래 준비해온 국비 유학 프로그램 차상위 전형 마감이 코앞인데 못 쓰게 됐어요. "어쩔 수 없다"고만 하는데, 제 잘못이 아닌데 너무 억울해서 잠이 안 옵니다." (9/29)

개발 과정에선 무슨 일이


이번 개발 사업은 2010년 개통한 지자체 공무원용 '행복e음'(사회복지통합관리망)과 2013년 범부처 복지 사업을 통합한 복지 시설 종사자용 '희망e음'(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전면 통합해 개편하는 사업이다. 보건복지부가 총괄, 기술적인 쪽의 사업 관리는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맡았다. 실제 개발은 사업을 수주한 LG CNS 컨소시엄이 했다.

컨소시엄은 2020년 4월 본격 개발에 착수했지만, 그보다 앞서 사업은 2018년 5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2019년 '정보화 마스터플랜' 수립을 완료했다. 컨소시엄과 정부가 지금까지 맺은 계약 금액만 1,200억 원이 넘는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시민들과 지자체 담당자들, 복지 시설 종사자들은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와 대기업이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대대적으로 홍보까지 해가며 개발한 시스템이 이렇게 오류 투성이인 게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단 거였다. 납득을 위해선 개발 과정에서 있었던 일과 개통 과정에서의 의사결정 등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SBS는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보장정보원, 컨소시엄 등이 참여해 개발 과정을 논의한 운영위원회 회의 자료를 입수했다. 사업에 참여한 핵심 개발자도 여럿 만났다.


① 개발자 이탈과 코로나19
먼저, 개발 전 과정에서 '개발자 이슈'가 계속됐다. 거의 모든 회의 안건에 개발자 이슈가 오를 정도로, 개발 인력이 도중 이탈하고 사람을 구해 채우는 게 반복됐던 것. 높은 업무 강도를 견디지 못 하거나 다른 곳에서 이직 제안을 받은 개발자들이 빠져나가는 경우가 잦았다고 한다. 중간급 또는 리더급의 전문가가 빠지는 경우도 흔했고 추가 투입해 업무를 이어나가는 과정이 반복됐다.
코로나19도 변수였다. 개발이 본격 착수한 2020년 4월은 코로나19 대유행이 본격화된 때였다. 각자 맡은 파트가 달랐기 때문에, 개발자 1명이 확진되면 그만큼 일정이 늦춰졌다고 한다.

② 데이터 전환·응용 시스템 개발 늦어
두 번째는 데이터 전환 문제였다. 새 시스템은 126개 기관의 데이터를 한 데 모으는 것이어서 기존 데이터를 새 시스템에서 쓸 수 있도록 전화해줘야 했다.

개통을 넉 달 앞둔 5월 3일 회의 자료에는 "전환한 데이터의 품질이 미흡하고 개발해야 할 물량이 많다" 고 적혔다. 한 달 뒤인 6월 2일에는 "현재 전환팀만으로는 문제해결이 불가하다"면서, 전환을 마치고 테스트가 한창 진행됐어야 할 개통 석 달 전에 데이터 전환을 도맡는 TF를 구성했다. 개통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도 '주요 이슈'는 여전히 데이터 전환이었고, 개발률은 95.4%에 그쳤다. 데이터 검증률은 92%였다.

전문가들은 취약 계층을 위한 시스템이라 빈틈이 있어선 안 되는 만큼 이 사업에서 데이터 전환은 테스트를 시작하기 전 마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진호 한국정보처리학회 부회장(동국대 교수)은 "생명이나 인건비, 지원금 등 돈이 관련된 시스템이라면 당연히 데이터가 100% 전환이 된 뒤 시스템을 개통해야 맞는다"면서 "데이터 전환이 제대로 되지 않고 검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개통한 건 어느 한쪽에선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문제를 당연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에 참여한 A 씨는 "10년 이상 쌓여온 기존 시스템의 방대한 데이터를 전환하는 작업은 2020년 4월 프로젝트 착수 때부터 시작했어야 했지만 계속 미뤄져 1년이 지나서야 운을 뗐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이런 큰 사업은 개통 전 6개월에서 늦어도 4개월 전에는 데이터 전환을 끝내고 남은 기간 테스트를 통해 안정화 해야 하지만 그러질 못 했다"고도 덧붙였다.


③ 불완전했던 테스트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은 시스템 개통 전 통합테스트를 6회, 시험운영과 시범운영 5회 등 총 11회 개통 전 테스트를 진행했다면서 '횟수'를 재차 강조한다. 하지만 개발과 테스트 과정에 참여한 개발자들의 얘기는 전혀 다르다.

개발자 B 씨는 "일단 개발 인력 문제로 응용 시스템 개발이 제때 안 됐고, 더 중요한 건 데이터 전환이 늦어지다 보니 개통 직전까지 실제 데이터를 넣고 돌려보기는커녕 제대로 된 데이터는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수차례 통합테스트 등을 진행한 데 대해서도 "일부 테스트용 데이터를 만들어서 썼는데 이마저도 충분한 데이터를 가지고 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C 씨도 "전환 개발이 개통 때까지도 계속 됐기 때문에 임의로 만든 데이터를 테스트 때 썼다"고 했다. 이어 "응용 개발자가 만든 테스트 데이터가 빤하지 않느냐"면서 "오류를 찾아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을 짠 대로 돌아가는지를 확인하려는 데이터였기 때문에 오류를 검증하기엔 역부족이었다"고 털어놨다.

이런 부분은 당국도 모르지 않았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은 기초생계비 등 30종의 급여 지급을 앞둔 지난달 19일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통합테스트를 6차, 시범운영과 시험운영을 5차에 걸쳐서 진행했다"면서 "문제는 실 데이터를 가지고 테스트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가상의 데이터를 만들어서 연계 등을 테스트 했고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개통을 결정했다"고 했다. 이어 "충분한 품질로 개통이 가능할 걸로 봤지만 개통 후에 실 데이터는 저희 예상하고는 많이 달라서 돌발적인 상황들이 발생했다"고 했다.

SBS가 입수한 운영위원회 회의 자료에도 개통 전 이뤄진 테스트에 대한 비관적인 평가가 담겨있다. 5월 3일 문건에는 "통합테스트 수행율이 낮고 결함이 많으며 조치율이 저조하다"고 적혔다. 6월 14일 자료에 담긴 '5차 전환테스트' 결과를 보면, 데이터 검증 결과 건수가 일치하는 건 70.6%에 불과했다.

"개통 시 오류, 예상했다"


개통을 전후로 개발 상황이 완전하지 않다 보니 안팎으론 "개통 시 오류가 불가피하다"는 예측을 공유했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 책임선에 있는 관계자들은 기자와의 수차례 통화에서 "이미 몇 차례 개통 시점을 미뤘던 까닭에 더 이상 미룰 순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완전하진 않더라도 개통을 할 정도의 품질에는 다다랐다고 판단했고, 개통한 뒤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고쳐나가기로 협의했다"고 했다.

개발에 참여한 이들도 이 사정을 모르지 않았다. 개발자 A 씨는 "완전히 검증이 끝난 상태는 아니었기 때문에 개통한 뒤 빨리 오류를 잡아 안정화 하는 방안이 최선이 아니겠느냐하는데 상호 간에 합의가 있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동희 국가디지털전환사업 심의위원장(국민대 교수)은 "여러 상황이 있을 순 있지만 그러면 그 상황을 감안해서 개통을 늦추든가 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면서 "회사 내에서 사용하는 정보 시스템이 아니지 않느냐. 대국민 서비스는 차원이 다르게 접근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대통령 보고·지시 받은 바 없었다"

문제가 생겼다면 책임이 있는 누군가가 나서서 사과하고 빠른 후속 조치를 약속하는 게 상식적이다. 이번 오류 문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는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대처가 미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보건복지부,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은 출입 기자단 중 일부가 참석한 브리핑에서 몇 차례 구두로 사과했다. 복지부도 정보원도, 실질적인 개발을 담당하는 LG CNS 컨소시엄도 공개 사과는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는 걸로 보인다. 사과해야 할 대상은 기자단이 아니지 않은가.

시스템의 막바지 테스트와 개통은 모두 보건복지부 장관이 4달째 공석인 채로 이뤄졌다. 공교롭게도 이때 부처 내 최종 결정권자는 개통 바로 다음날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된 조규홍 1차관이다.

조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이뤄진 차세대 정보시스템 개통과 관련해 대통령에게 보고했는지 묻는 의원실 질의에 "차세대 정보시스템 개통 관련 별도의 직접 보고는 없었다"면서 "(대통령으로부터)별도의 지시를 받은 바도 없다"고 서면 답변했다. 사안을 취재한 기자로선 "여러 취약계층을 절벽으로 내몬 이번 사안을 민생이 걸린 중대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는 건지?"묻는 추가 질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러고도 조 차관은 기초생계비 등 여러 급여 지급에도 차질이 빚어진 직후인 지난달 27일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디지털 혁명은 보건복지 정책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면서 "취약계층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과 지속가능한 복지 기반 조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미래를 위한 혁신을 계속하겠다"면서 "촘촘하고 두텁게 취약계층을 보호하겠다"고도 했다.

"업무 부담은 일선에 떠넘겨"


SBS가 최초 문제 제기를 한 다음날이었던 지난달 14일, 보건복지부는 기자단 설명회를 열고 이해를 구했다. 또 "급여 지급 등에 문제가 있다면 가급적 9월 중에, 늦어도 10월 가서 소급해서 어쨌든 다 지원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시스템 안정화 기간을 한 달로 잡았다"고 했다.

우려했던 급여 지급 문제는 현실이 됐다. 각 지자체 복지 담당자들은 주말 출근을 불사해가며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멈춰있는 작업을 수기로 처리해야 했다. 서울의 한 구청 복지 담당자는 "업무가 거의 마비돼 있다시피 하다"면서 "급여 지급 관련 업무는 지자체가 도맡는데 보건복지부가 상황을 뭘 안다고 연일 '큰 문제가 없다'고 하는 것인지 답답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돈을 덜 받거나 못 받은 분들에게 다음 달에 소급 처리해주는 거도 문제지만 더 심한 건 더 주거나 받아선 안 되는데 돈이 들어간 경우"라고 했다. "전산 상 문제로 돈이 잘못 지급됐다면 환수해야 하는데, '우리가 잘못 준 돈을 다시 뱉으라'고 사정하고 욕먹는 건 또 각 지자체 담당자들"이란 설명이다.

요양원 등 복지 시설도 할 말이 많다. 시설들은 개통 초기 오류와 관련한 충분한 공지를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런 현장 불만에 대해 복지부는 "5만 개가 넘는 복지 시설에 일일이 연락할 순 없었기 때문에 지자체와 관련 협회에 알렸고, 지난달 유튜브에 설명회 영상을 올렸다"고 했다. 해명에 언급된 유튜브 영상의 조회수는 당시 9천여 건에 불과했다.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하는 복지 시설의 운영자들은 "지금도 우리는 시군구에 보냈는데 시군구에선 오지 않았다고 하는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당장 직원 급여만 정상적으로 지급해줄 수 있다면 어떻게든 버텨볼 텐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다"고 답답해하고 있다.

"개발자들, 울면서 수정 중"

개발자 B 씨는 다만 "수정 작업 중인 개발자들도 20일 넘게 밤잠을 거의 못 자고 매달려 있다"면서 상황을 헤아려 달라고 했다. 그는 "취약 계층 상황을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한 뒤 공황 증세를 호소하는 개발자도 있을 정도"라면서 "겨우 다독여 서로 의지하면서 수정 작업을 하고 있는데 너무 몰아세웠다가 이탈하는 개발자가 더 생겨 안정화를 늦출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개발자 C 씨도 "이제 와서 '어디가 잘못했다'고 책임을 묻는 거보다 선행해야 할 건 의기투합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면서 "조금만 믿고 기다려 달라"고 했다.

이들은 그러나 당초 보건복지부가 안정화 시점으로 제시한 10월 초보다는 수정 작업이 더 길어질 걸로 내다봤다. B, C 씨는 "11월 말쯤 되면 오류 걱정 없이 쓸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예측했다.

닦아줘야 할 눈물은 누구의 것인가


하지만 급여 지급 문제가 10월에도 계속 된다면 그건 곤란한 일이다. 이미 지난 달 급여가 제때 들어오지 않아 벼랑으로 떠밀린 취약 계층이 적지 않다. 이들의 사연과 목소리가 공개적으론 덜 전해졌을 뿐이다.

사안을 연속 보도하는 과정에서 기자에게 익명 제보를 해온 이들은 대개 시스템의 오류로 자신이 처한 어려움을 털어놨다. 잇따른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반응이 돌아온 건 손에 꼽힌다. 대부분은 "그나마 지원금으로 먹고 살아가는 입장에서 나 하나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불평을 하긴 멋쩍다" "나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있을 사람을 도와 달라"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그중 한 여성은 어렵게 닿은 통화에서 "전화 연결이 안 돼 구청을 찾아가니 '이번 달에 못 준 급여를 다음 달에 합쳐 주겠다'고 해 땅만 바라보며 나왔다"고 했다. 그는 "그 한 달이라는 시간에 저는 살고 죽는 문제가 걸려 있는데, 그 한 달도 인내하고 기다릴 수 없는 제가 처한 상황이 자신이 너무 처량하게 느껴졌다"고 겨우 말을 맺었다.

한성희 기자chef@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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